"대출사고 나면 모집인 책임"…중고차 캐피탈 불공정약관 시정

이의제기 금지·위탁업무 비용 전가 등 조항도 시정

7일 서울의 한 중고차매매단지에 중고차들이 주차돼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 관련 없음) 2022.8.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세종=뉴스1) 이철 기자 = 대출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대출모집인에게 일방적으로 지게 한 중고차 캐피탈 불공정 약관이 시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8개 중고차 캐피탈사가 대출모집인과 체결하는 위탁계약서상 약관을 심사해 7개 유형의 불공정 약관 조항을 시정했다고 8일 밝혔다.

해당 캐피탈사는 △메리츠캐피탈 △비엔케이캐피탈 △우리금융캐피탈 △제이비우리캐피탈 △케이비캐피탈 △하나캐피탈 △현대캐피탈 △현대커머셜 등 8곳이다.

모집인은 중고차 대출업무 위탁계약에 따라 캐피탈사와 소비자를 중개하는 역할을 하면서 그 대가로 캐피탈사로부터 중개수수료를 받는다. 우리나라 중고차 구매 관련 총대출액 중 71%가 모집인을 통한 대출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569개 법인·개인사업자 2만 9000여 명이 모집인으로 등록돼 있다. 하지만 대출사고 발생 시 캐피탈사와 모집인 간 책임 분담 등과 관련한 문제가 꾸준히 발생해왔다.

이에 공정위는 주요 불공정약관을 7개 유형을 찾아 시정을 권고했다.

시정된 불공정 약관으로는 먼저 대출 사고 등으로 인한 손해의 책임을 모집인에게 전가하는 조항이 있었다.

공정위는 캐피탈사의 손해에 대한 책임을 모집인이 모두 부담하도록 하는 조항은 정당한 이유 없이 사업자가 부담해야 할 위험을 고객에게 떠넘기는 조항 및 고객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조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 캐피탈사가 일방적으로 계약 내용을 설정할 수 있게 하거나, 계약 내용 변경 시 충분한 기간을 두고 미리 통지하지 않아도 되도록 하는 조항이 있었다.

캐피탈사들은 자신이 임의로 위탁업무를 정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을 삭제하거나 당사자 간 협의를 통해 위탁업무를 추가할 수 있도록 했다. 약정내용 등의 변경이 필요한 경우 변경되기 30일 전에 미리 통지하도록 약관조항을 시정했다.

아울러 모집인이 캐피탈사에 부담하게 되는 대출금 배상 책임과 관련해 모든 이의제기를 할 수 없도록 한 조항도 있었다.

공정위는 해당 조항이 법률에 따른 고객의 항변권 등의 권리를 타당한 이유 없이 제한하는 조항이라고 봤다.

아울러 △위탁업무 또는 담보제공에 수반되는 비용을 모두 모집인이 부담하도록 한 조항 △해석에 이견이 있는 경우 캐피탈사의 해석에 따르도록 한 조항 △캐피탈사가 부당하게 계약 해지를 할 수 있도록 한 조항 △모집인에게 부당하게 불리한 부당한 재판관할 합의 조항 등도 시정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3만명에 이르는 중고차 대출모집인의 부담이 줄어들고 중고차 대출 시장의 거래 질서가 개선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소상공인 등 경제적 약자의 권익을 제한하는 불공정 약관을 지속 점검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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