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살 차이로 보험료 빨리 오르네"…'세대 차등' 인상에 의견 분분

정부, 세대별 형평성 취지로 '차등 보험료 인상안' 마련
"취약 50대 연금 사각지대 놓일라…정작 미래세대는 미적용" 논란도

ⓒ News1 안은나 기자

(세종=뉴스1) 김유승 기자 = 정부의 세대별 차등 국민연금 보험료율 인상안은 세계적으로도 전례가 없는 만큼 의견이 분분하다.

보험료를 많이 내고도 연금은 적게 받는 젊은 층을 위해 고안된 제도인 만큼 세대 간 형평성을 도모할 것이란 옹호 목소리가 작지 않다.

그러나 소득이 불안정한 일부 50대를 연금 사각지대에 몰아넣을 수 있다는 지적 등 우려도 제기된다.

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4%포인트(p) 높이면서 인상 속도는 세대별로 차등 적용하는 내용의 연금 개혁안을 발표했다.

내년부터 보험료율이 4%p 인상될 때 50대 가입자에 대해선 매년 1%p씩 4년에 걸쳐 인상하는 반면, 20대는 매년 0.25%p씩 16년간 인상하는 방식이다. 40대는 0.5%p씩 8년간, 30대는 0.33%p씩 12년간 인상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똑같이 소득 200만 원이라고 하더라도, 20대 월 보험료는 16년 동안 해마다 5000원씩 오르는 반면, 50대의 경우 4년간 2만 원씩 오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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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같은 결정에는 젊은 세대일수록 남은 보험료 납입 기간이 길어, 보험료율 인상으로 인한 부담이 더 크다는 점이 반영됐다.

또 지난 1999년과 2008년 두 차례 소득대체율이 인하된 만큼 젊은 층의 급여 혜택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도 결정 배경으로 작용했다.

시민단체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정부의 연금개혁안 발표 직후 논평을 통해 "가입 기간이 짧게 남은 중장년의 보험료율 인상과 오랜 기간 보험료 인상 부담을 안아야 하는 청년의 보험료율 인상 속도를 달리하는 '차등보험료안'은 연령대별 형평성을 개선하는 취지를 지닐 수 있다"고 긍정 평가했다.

그러나 보험료 차등 인상 방안은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하며, 소득이 불안정해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짧은 50대가 연금 사각지대에 처할 위험을 가중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전진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50대 국민연금 가입자 674만 6238명 중 연금을 받기 위한 최소 가입 기간인 10년을 채우지 못한 이들은 207만 8798명으로 30%에 달했다.

참여연대는 전날 정부의 연금개혁안 발표 직후 성명을 통해 "고용과 노후 불안정에 시달리는 중·장년 세대를 노후 소득 절벽으로 내모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경력 단절 여성처럼 중장년이라도 국민연금 가입 이력이 짧은 가입자, 즉 과거 높은 소득대체율과 낮은 보험료율 혜택을 입지 않은 중장년이 존재한다"며 "국민연금 가입 이력이 일정 기간 미만인 중장년 가입자에 대해선 보험료 감면 특례가 제공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스란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이와 관련해 "지역가입자 보험료 지원 사업 등 실질 가입 기간들을 채우기 위한 노력은 같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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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쟁점은 고작 1살 차이로 보험료 인상 속도 차이가 벌어지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내년 50세가 되는 1975년생은 50대의 연간 1.0%p씩 4년간 4%p 인상 계획을 적용받지만, 이보다 1살 어린 1976년생은 40대의 연간 0.5%p씩 8년간 4%p 인상을 적용받는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은 성명에서 "주된 사업장에서 퇴직하는 연령이 50.5세로, 이후에는 불안정 노동을 경험하는 현실에서 이러한 차등 보험료율 인상을 적용한다면 노동비용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고용불안정도 야기할 우려가 있다"며 "나이 경계선에 있는 경우 특히 그렇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그런 지적도 있지만 출생 연령, 출생 연도에 따라 그렇게 연령 그룹 안에는 큰 차이를 두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개혁을 맞이하는 세대는 부담을 갖게 되는데, 이를 세대 간 조금씩 나눠보자는 취지로 이해해달라"고 했다.

이밖에 2040년 이후부터는 모든 사람이 일괄적으로 13% 보험료를 내야 해서 정작 미래세대에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점도 논쟁거리다.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지금 당장 투표권이 있는 청년세대에는 덜 부담하도록 하겠지만, 지금 투표권이 없는 미래세대는 나 몰라라 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k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