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세까지 내는 국민연금 개혁안…"정년연장 등 병행해야 효과"

의무가입 64세 상향해 '연금 크레바스' 해소 검토…전문가들 "옳은 방향"
"고령층 고용질 높이는 노동개혁 병행해야 효과"…'정년연장' 뜨거운 감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연금개혁 추진계획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4.9.4/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세종=뉴스1) 전민 손승환 기자 = 정부가 국민연금 의무가입을 59세에서 64세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현실화를 위해서는 정년 연장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정부는 '연금개혁 추진계획'에서 국민연금 의무가입 연령을 59세에서 64세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기대수명과 고령자의 경제활동인구 증가 등에 맞춰 가입연령을 상향한다는 취지다.

과거 수급 개시 연령이 법정 정년과 같은 60세였던 2012년까지는 가입 연령과 수급 개시 연령 간의 괴리가 없었다. 그러나 1998년 1차 연금개혁에서 수급 개시 연령을 2013년부터 61세로 높였고, 이후 5년마다 한살씩 늦추면서 2033년 기준으로 65세까지 높아진다.

그러면서 의무가입 종료 후 수급 개시 전까지 가입 공백과 소득 단절이 발생하게 됐다. 이에 따라 가입 기간과 수령 나이를 연동해 은퇴 후 즉시 연금을 받도록 해야 하는 공적연금 기본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대다수의 국가는 연금의 수급 개시 연령을 높이면 가입 연령도 함께 올리고 있다.

이스란 복지부 사회복지정책실장은 "의무가입 연령 상향은 수급 연령인 65세와의 간극을 조금 줄이기 위한 조치"라며 "이미 상향조치가 결정돼 있는 수급게시 연령은 개혁안에 담지 않았으며, 검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도 의무가입연령과 상관없이 임의계속가입을 통해 보험료를 64세까지 내는 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60세 이상은 가입 의무가 없어 고령자를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보험료 절반을 지원할 의무가 없다.

이 경우 취업상태인 고령자는 보험료를 전액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의무가입 연령이 높아질 경우 64세까지 직장가입자 자격이 유지돼 사업주가 보험료 절반을 내게 된다.

연금 전문가들은 의무가입연령 상한에 대해 한목소리로 "옳은 방향"이라고 평가했다. 정부 연금개혁안에 함께 담긴 보험료율 인상, 자동안정화 장치 등에 대해 첨예하게 의견이 엇갈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지난 4월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시민대표단 공론화설문조사에서도 의무가입연령 만 64세 상향 방안에 대해 80.4%가 동의했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이미 60대 전반의 고용률이 64%에 이르러 전체 연령대 평균 고용률과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며 "노후 소득 보장에도 도움이 되며, 이미 일을 하고 있는 분들이 가입하는 것이라 실효성도 크다"고 평가했다.

오 위원장에 따르면 5년을 연장 가입할 경우 국민연금의 명목소득대체율도 5%p 이상 높아지는 효과가 발생한다. 이번 연금개혁안의 소득대체율(42%) 기준으로 할 경우, 48%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계산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정년연장 등 고령층 고용의 질을 높이는 정책과 병행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료 부담이 함께 높아지는 중소사업장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세은 충남대학교 교수는 "'연금 크레바스(빙하에 형성된 깊은 균열)'라고도 불리는 공백기에 있는 은퇴자들이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65세로 상향하는 것은 바람직한 이야기"라며 "다만 현재도 50대에 좋은 직장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정년보장과 같이 중장년층 고용·노동의 질 높이는 정책과 병행이 안 되면 하나 마나 한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종헌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사무국장도 "연금 공백으로 인해 가입기간도 불충분해지고 급여액도 충분하지 못한 부분이 생기기 때문에 연령 상향은 필요한 조치"라면서도 "다만 주된 사업장에서 퇴직하는 연령이 50.5세에 불과하고 이후에는 불안정한 노동을 경험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연령을 상향할 경우 고용시장 충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노동개혁과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건호 위원장은 "가입연령 상향이 탄력을 받으려면 정년 연장 논의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면서 "영세 사업주의 경우 보험료 부담이 추가되기 때문에 일정액을 국가가 지원해주는 등의 보완조치가 이뤄지면 훨씬 더 현실적인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노동계에서도 의무가입연령 상향과 함께 정년연장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전날 국회 토론회에서 "우리나라는 연금과 정년의 사다리가 끊겨 노후소득 보호장치가 없는 현실"이라며 "가족 부양과 막막한 노후생계라는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대다수 노동자에게 정년 연장은 매우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