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들, 韓 성장률 2.5% 유지…그래도 "금리인하 필요" 이유는?

한은은 전망치 0.1%p 낮췄지만…해외 주요 IB 8곳, 눈높이 고정
"물가 주춤해도 소비 회복 미미…부동산PF 조정 여파 몰려올 것"

고물가·고금리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난달 서울 명동 한 골목에 폐업 매장이 늘어서 있다. (자료사진) /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해외 주요 투자은행(IB)이 평균적으로 전망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한 달 전과 같은 2.5%로 집계됐다. 한국은행은 최근 성장률 전망치를 0.1%포인트(p) 낮춰 잡았으나, IB들은 추가 하향 조정까지 단행할 경기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 셈이다.

그럼에도 IB들은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을 언급했다. 민간 소비와 건설 부문의 약세가 현재와 같은 금리 환경에서는 뚜렷이 나아지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6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주요 IB 8곳이 전망한 올 한국 경제 성장률은 2.5%로 7월 말과 동일했다.

한은은 지난달 22일 경제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석 달 전에 비해 0.1%p 내린 2.4%로 제시했으나, IB들은 추가 하향 조정에 나서진 않은 셈이다.

앞서 한은은 성장률 예상을 낮춘 주된 이유로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에서 확인된 내수 부진이 지목됐다.

(국제금융센터 제공)

반면 IB들이 지난 7월에 이어 눈높이를 추가로 낮추지 않은 것은 수출의 경우 소비와 달리 반도체 중심의 견조한 흐름을 계속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IB들은 기대에 못 미친 지난 7월 국내 산업활동 지표가 일시적으로 약화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통계청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7월 전산업생산은 서비스업 생산 증가에도 광공업 생산이 3.6% 줄어들면서 전월 대비 0.4% 감소했다. 이로써 산업생산은 3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다.

이에 대해 바클레이스는 "한국의 주력 수출 산업인 반도체, 자동차 부문의 생산 약세는 일시적일 것"이라면서 "자동차 생산 기업 노동자들의 여름휴가가 작년보다 앞당겨진 영향과 함께 태풍으로 인한 해운 차질, 자동차 부품 조달 어려움 등이 일부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시티는 "역사적으로 낮은 반도체 재고 출하 비율을 고려할 때 향후 반도체 부문의 생산 회복 여지는 여타 부문에 비해 상당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한국 경제 전반을 볼 때,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은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제조업 생산·수출이 반도체 위주로 좋은 모습을 보이며 당분간 성장을 이끌겠지만, 민간 소비와 건설 투자 등 내수 부진의 골은 갈수록 깊어질 전망이라서다.

블룸버그는 "3분기 GDP 성장에 대한 순수출, 설비투자 부문의 긍정적인 기여가 건설·소비 부문의 부정적인 기여보다는 클 것"이라고 관측했다.

HSBC는 "제한된 통화정책 아래에서 민간 소비의 의미 있는 회복은 다소 어렵다"고 판단했다.

시티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구조조정, 가계 소득 증가세 약화, 초과 저축 감소 등에 따른 하방 압력이 물가 둔화, 집값 상승에 따른 상방 압력보다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건설 부문의 경우 부동산 PF 구조조정에 따른 경제 파급 효과가 9월부터 가속화될 것"이라며 "올 초부터 급감한 건축 허가 여파가 점차 가시화될 소지가 있다"고 경고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