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탄소에너지' 띄우고 '원전 세일즈' 박차…韓, 에너지강국 '성큼'

IEA도 지지한 CFE 이니셔티브…韓 주도 'CF연합' 기대감↑
'원전 세일즈' 국익도 실현…유럽도 속속 원전으로 유턴

지난해 12월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빌럼 알렉산더르(Willem Alexander) 국왕, 마르크 뤼터(Mark Rutte) 총리와 헤이그에서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과 한케 브라이스 슬롯 외교장관의 무탄소 에너지 협력 양해각서 체결을 지켜보며 손뼉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News1 안은나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우리나라가 원전 활용을 극대화한 전략으로 세계 속 에너지 강국으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탄소중립을 위한 보다 실질적인 실천방안으로서의 원전 활용을 핵심으로 한 'CFE(무탄소에너지, Carborn Free Energy)' 캠페인을 주도하는가 하면, 기후위기 속 유럽을 중심으로 다시 원전 붐이 확산하는 상황 속 K-원전의 우수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한 원전 세일즈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청정에너지만으로는 실천하기 어려운 탄소중립 목표에 가기 위한 해법을 세계에 제시하는 동시에 국익 실현까지 가능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전략이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4~6일 부산 BEXCO에서 열리는 '2024 기후산업 국제박람회'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한국이 주도하고 있는 'CFE 이니셔티브'에 지지 의사를 표했다. CFE 이니셔티브는 원전 등 무탄소에너지를 활용해 보다 현실적인 탄소중립을 추진하자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비롤 사무총장은 "각국은 자국 여건에 따라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가용한 에너지공급원이 상이한 만큼, 배출량 감소에 기여할 수 있다면 어떤 기술도 배제할 이유가 없다"면서 "이러한 측면에서 원자력, 재생에너지, 수소 등을 포함한 다양한 수단을 포괄적으로 추구하는 한국의 정책적 접근을 높이 평가한다"고 했다.

세계 에너지 정책을 조정하는 국제기구의 지지를 이끌어 낸 것으로, 우리나라와 뜻을 같이할 회원국 모집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산업부는 지난 2월 'CF연합 정기총회'를 열고, 2024년을 'CFE이니셔티브 확산 원년'으로 선포한 바 있다. 적극적인 캠페인 활동을 통해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회원 유치에 집중한다는 구상도 밝힌 상태다.

비롤 사무총장의 언급처럼 청정에너지 100% 활용만으로는 실현하기 어려운 '탄소중립'이라는 궁극의 목표 달성을 위한 보다 실천적인 해법 제시라는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있는 'CFE 이니셔티브' 개념은 그 자체로도 인정받고 있다.

최근에는 이상기후에 따른 에너지 위기가 더 심각해지면서 유럽에서의 신규 원전 건설 움직임도 잇따르고 있다. 날씨 영향에 제약이 큰 재생에너지만으로는 넘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 다시 원전을 활용하는 쪽으로 정책적 궤도를 수정하는 움직임이다.

체코 두코바니 원전. (한국수력원자력 제공)

대표적으로 '재생에너지 강국'으로 불리는 스위스조차 탈(脫)원전 방침을 사실상 철회하고, 신규 원전 건설을 허용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스위스는 2017년 국민투표를 거쳐 탈원전 방침을 결정한 바 있다.

스위스 정부는 성명을 통해 "최근 몇 년간 전력시장과 에너지 정책 상황이 근본적으로 변했다"며 탈원전 방침을 철회한 이유를 밝혔다. 스위스 정부는 "원전이 폐기되면 부족한 전력을 자국 생산시설에서 보충해야 한다"며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재생에너지가 제때 충당할 수 있을지 불확실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스위스 뿐만이 아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탈원전'을 선언했던 국가들은 최근 앞다퉈 궤도를 수정하고 있다. 35년간 탈원전을 추진하겠다던 이탈리아는 지난 7월 원전 재도입을 공식화했고, 스웨덴도 지난해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밝힌 상태다.

2025년 탈원전 달성을 선언한 벨기에도 이미 기존 가동원전에 대한 운영기한을 10년 더 연장했고, 프랑스 역시 지난 2022년 초 대규모 원전 투자 계획일 밝히는 등 원전 활용 쪽으로 정책 방향을 틀었다.

재생에너지 강국으로 불리는 유럽 국가들이 다시 원전 활용으로 정책 변화를 가져간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CFE 캠페인은 더 호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국익 실현 측면에서의 시너지도 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K-원전'의 우수성은 24조 원 규모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유럽무대에서 입증됐다.

아직 본 계약 체결까지는 6개월여가 남아 있고, 미국 웨스팅하우스와의 지재권 침해 소송 등 불안요소가 존재하지만 피트리 피알라 체코 총리는 거듭 "체코전력공사가 두코바니 원전 완공을 위해 선정한 신뢰할 수 있는 한국 공급업체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는 말로 우리 원전의 우수성에 대한 신뢰를 확인시켰다.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계기로 유럽 내 추가 러브콜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달 29일 방한 예정인 슬로바키아 로베르토 비초 총리는 "야슬로우스케 보후니체 원전 단지에 1200㎿(메가와트) 규모의 신규 원전 건설을 한국과 협의하기를 원한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실은 황주호 한수원 사장이 최근 외신과 인터뷰에서 드러난다. 황 사장은 "스웨덴, 핀란드, 네덜란드, 슬로베니아 등 고객들과의 계약이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며 유럽 내 추가 원전 수주 가능성을 밝히기도 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정책 지향점과 국익 측면에서의 방향성을 같이 가져가면서 더 큰 시너지를 낼 수 있게 된 대표적인 사례"라며 "세계적인 공감대 확산을 위해 더 노력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