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 '자동안정장치' 뭐길래…경제여건 따라 납부·수령액 변동

인구·경제지표 등과 연동해 보험료율·소득대체율 모수 조절
"궁극적인 재정안정 장치" vs "보장성 약화 우려도"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청사 브리핑룸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8.2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국민연금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연금 선진국에서 먼저 도입한 '자동안정화 장치'를 도입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제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 대통령은 29일 국정브리핑에서 연금개혁의 3대 원칙으로 지속 가능성, 세대 간 공정성, 노후 소득보장을 꼽았다.

윤 대통령은 "장기간 지속 가능한 개혁으로 국민연금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겠다"면서 "기금 소진 연도를 8~9년 늘리는 모수 조정만으로는 안 된다. 보험료율, 소득대체율 등 모수 조정과 함께 기금수익률을 높이고, 자동 안정화 장치를 도입해 연금의 장기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자동안정화 장치는 인구 및 경제 여건 변화 등과 연계해 자동으로 보험료율(연금 납부액)이나 소득대체율(연금 수령액) 등 국민연금의 모수를 조절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경제 상황이 나빠져 기금수익률이 떨어지거나, 출산율 감소 등으로 경제활동인구가 줄어들 경우 연금의 재정 안정을 위해 보험료율을 높이거나 소득대체율을 낮춰 연금을 유지한다.

해외에선 일본과 독일, 핀란드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중 24개국이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자 이 제도를 도입했다.

핀란드의 경우 연금 급여액과 수급 연령을 기대수명, 기대여명에 따라 산출하고 있다. 핀란드 소득비례연금은 적립기금에서 다음 해 예상 지출의 20%를 확보하지 못하면 보험료율을 자동으로 올리는 장치도 있다.

일본은 지난 2004년부터 '거시경제 슬라이드'라는 자동안정화 장치를 운영하고 있다. 거시경제 상황에 따라 장치가 작동하면 연금 급여액 상승률이 물가·임금 변동률보다 낮아진다. 조정률은 가입자 감소와 평균수명 증가를 반영해 결정된다.

자동안정화 장치는 고강도 재정안정 방안으로 꼽힌다. 자동안정화 장치가 도입되면 수급액의 감소가 불가피하며, 보험료 부담도 함께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은 '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 도입 필요성 및 적용 방안' 보고서에서 일본의 거시경제 슬라이드 방식 도입을 가정해 기금소진 시점이 2071년에서 2093년으로 22년 늘어날 것으로 봤다.

다만 급여액의 경우 10% 이상 감소했다. 소득 수준이 평균인 2030년 신규 수급자 기준 연금액은 월 83만 8000원에서 82만 5000원으로 감소했다. 생애 총급여는 1억2675만 원에서 1억541만 원으로 16.8% 줄었다.

2050년 소득이 평균인 신규 수급자의 경우는 월 167만 4000원에서 164만 7000원으로 줄었고, 생애 총급여는 1억 2035만 원에서 9991만 원으로 17% 감소했다.

보고서는 자동안정화 장치 도입이 필요한 이유로 △인구통계적·경제적·재정적 불확실성으로부터 국민연금 제도 보호 △연금제도 개혁의 정치적 비용 절감 △낮은 변동성 △세대 간 공정성 확보 등을 꼽았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세대 간 형평성,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자동안정화 장치"라고 평가했다.

다만 연금의 소득보장성을 강조하는 쪽에서는 자동안정화 장치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는 "자동안정화 장치 도입은 미래에 보험료를 더 못 올리면 보장성을 깎겠다는 것을 의미하며, 국가가 '기본을 해줄게'라고 약속하는 게 아닌 '자칫하면 안 줄 수 있다'고 하는 것"이라며 "이는 국민연금의 불확실성을 높여 국민의 실망을 더욱 크게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이 밝힌 연금개혁 원칙을 토대로 한 정부의 연금개혁안은 9월 4일 구체적으로 발표될 예정이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