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형환 "가족친화 경영은 필수…韓 장시간 근로 개선해야"

[인터뷰]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①
"ESG 경영, 가족 강조한 EFG 경영으로…기업 인센티브 지속 확대"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8.27/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서울=뉴스1) 대담=국종환 경제부장 김유승 기자 = "직원들의 육아 휴직이 제대로 되는지, 휴직 후 복귀가 확실하게 되는지, 복귀 후 불이익은 없는지에 기업들이 많이 신경 써야 합니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뉴스1>과 만나 "일·가정 양립 등 가족 친화 경영은 이제 우리 기업에 필수"라며 이같이 말했다.

주 부위원장은 지난 2월 직을 처음 맡은 이후 6개월여간 200여 회의 간담회를 통해 약 2000명의 정책 수요자를 직접 만나며 그간 '백화점식 정책 나열'에 치중했던 저출생 대책의 패인을 철저히 분석했다. 그 결과물이 일·가정 양립 등 효과적 분야에 '선택과 집중'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이다.

그는 이번 대책은 '첫 출발'일 뿐 앞으로도 의견 수렴을 통해 효과적인 정책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또 단기적 대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대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과도한 격차를 해소해 좋은 일자리를 늘리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위권인 장시간 근로 문화를 개선하는 방안도 고안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다음은 주 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지난 6월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 발표 이후 두 달이 돼간다. 현장의 반응은 어떤가

▶현장에서 많은 관심과 의견을 주셨다. 그동안 저출생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적된 일·가정 양립 등 3대 핵심 분야에 나름 선택과 집중을 했기 때문에 이번 대책이 저출생 해결에 있어 효과를 내지 않겠냐는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다른 한편으로는 저희가 수도권 집중 억제, 좋은 일자리 창출 등 저출생 문제의 구조적 원인을 인정한 건 좋은데,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얘기가 있었다. 결혼, 출산과 관련해서 좀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말도 있었다.

이번은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첫 출발이다. 이걸로 끝나는 게 아니다. 국민 의견을 계속 들으려 하는데, 다음 달에 '국민모니터링단'이 출범하고, 또 매월 '인구비상대책회의'를 하면서 대책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또 지자체, 상공회의소로부터 지역 의견을 꾸준히 수렴하고 있고, 그런 과정을 통해 단순히 정책이 이행되는 것만 아니라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인지되는지, 효과가 있는지 봐서 효과가 있는 대책은 지속 보강하고, 효과가 없는 대책은 과감하게 정리하려 한다. 선택과 집중을 꾸준히 역동적으로 할 생각이다.

-이번 대책에서 일·가정 양립에 대해 집중한 배경은.

▶대책 만들면서 왜 과거 대책이 성공하지 못했는지 냉철하게 반성했다. 그랬더니 정책 추진 방식 측면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안 됐고, 또 부처별로 분절적으로 정책이 추진되다 보니 비효율이 있었고, 대체로 그 대책들이 그냥 백화점식으로 나열됐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

정책 내용 측면에서도 3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첫째는 저출생에 직접적인 애로로 작용하고 있는 일·가정 양립, 양육, 교육 부담, 주거 부담 등의 문제에 대한 지원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얘기가 있었다. 두 번째는 저출생의 구조적 원인은 근본적으로 좋은 일자리가 부족하고 수도권에 과다하게 집중이 돼 있고 사교육비 부담도 큰 요인인데 이런 부분에 대한 대책을 그동안 저출생 대책이라고 인지를 안 했던 문제가 있다. 마지막으로는 우리가 급속하게 경제사회 발전 과정을 거치면서 생명의 가치, 가족의 중요성 등 가치에 대한 사회 인식 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소홀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런 정책 내용과 정책 추진 방식 면에서의 반성을 토대로 국민들 의견을 광범위하게 수렴했고 동시에 외국에서 어떤 정책들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연구했다. 국내외 연구 결과나 우리가 정책 간담회를 할 때 가장 많이 지적된 분야가 일·가정 양립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런 것들을 참고해서 이번 대책 중점을 일·가정 양립 분야에 두게 됐다.

-이번 대책이 기혼자나 출산 가구에 좀 많이 집중된 반면 집값 등 경제적 이유로 결혼을 망설이는 미혼 청년을 위한 정책은 부족하지 않냐는 지적도 있다.

▶대책을 처음 만들면서 생애주기별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살펴봤다. 결혼에서부터 임신, 출산, 양육, 교육, 일·가정 양립에 이르는 분야에서 봤더니, 가장 미흡한 분야가 결혼 쪽이었다. 그래서 이번에 '결혼 특별세액공제'를 도입했다. 혼인신고할 때 부부에게 최대 50만 원씩, 합산하면 100만 원을 생애 한 번 한시적으로 지원한다. 신혼가구에 대해서도 주택 공급을 대폭 늘렸다. 맞벌이 가구는 외벌이 가구보다 소득 기준이 두 배만큼 올라야 하는데 옛날에는 그러지 못한 부분이 있어 결혼이 '페널티'라는 말이 있었다. 저희가 거의 전수조사를 해서 웬만한 부분에선 그런 불이익이 없도록 거의 고쳤다. 지금도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페널티가 있는 부분은 국토교통부와 협의해서 없애 나가고 있다.

또 미혼 남녀와 간담회를 해보면 이미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자 하는 가정의 부담이 어떻게 되는지, 그리고 양육 과정의 실제 경제적 부담이 어떻게 되고 그분들이 일·가정 양립과 관련해 기회비용이 어떻게 되는지를 준거의 틀로 삼고 있다. 그래서 간접적으로 아이를 낳고자 하는 가정이나 양육 가정에 대한 지원 확대가 중요하다.

이런 노력 외에도 청년들이 가장 애로를 느끼는 분야 중 하나가 일자리 아닌가. 좋은 일자리를 어떻게 창출할 건지에 대해서도 저희가 많이 고민할 예정이다. 단순히 산업 구조조정을 통해 산업, 기술 혁신을 통해 새로운 고부가가치 산업을 창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 노동시장이 이중 구조로 돼 있지 않나.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차가 과도하게 나뉜 부분에 대해서도 개선할 부분이 무엇이 있는지 관련 부처들과 같이 검토하겠다. 직장이 안정적이고 어느 정도 소득이 보장돼야 결혼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특히 비혼 출산이 전체 출생아 수의 약 2.5%밖에 안 된다. 결국 청년이 결혼을 덜 주저하게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정책이다. 이 부분은 앞으로도 정부가 계속 신경을 써 가면서 노력하려 한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8.27/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일·가정 양립은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있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기업의 일·가정 양립 문화, 가족 친화적 경영 문화가 정착되도록 하는 데 정부는 그 정책적 지원하고 그 노력을 아끼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도 '가족 친화 인증 기업'에 대해선 금리 우대, 정부의 물품 구매 시 가점과 같은 인센티브를 주고 있다. 여기에 더해서 유연근무나 육아 지원 제도 활용이 우수한 기업을 저희가 100곳을 선정해서 '일·생활 균형 우수 기업'으로 선정하는 절차가 현재 진행되고 있다. 선정 기업에 대해선 정기 근로감독 면제, 관세 조사 유예, 정부 입찰 참여 시 우대, 중소기업 정책자금 지원 시 우대 등 약 28개 인센티브를 추가로 제공하겠다.

또 앞으로 '가족 친화 인증 기업'과 '일·생활 균형 우수 기업'에 2개 다 해당하는 '일·가정 양립 모범 기업'에 대해선 포상을 확대하려 한다. 6개 경제단체를 통해 우수 사례도 적극적 공유할 생각이다. 이외에도 추가로 일·가정 양립 우수 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부여 방안을 현재 검토하고 있다.

-기업의 반응은 어떤가.

▶과거에 '인력 미스매치'를 얘기했는데 이제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인력 부족 시대'가 된다. 기업들은 '인력 부족 시대에서 일·가정 양립은 뉴노멀이 아닌가, 가족 친화적 경영을 하는 것은 이제 필수'라는 반응이다. 일·가정 양립을 안 하게 되면 인재를 유치도 못하고 또 인력을 유지도 못 할 것이란 인식이 많이 있는 것 같다.

또 요즘 ESG(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경영이 유행인데, 'S'가 애매하다. 한국적 현실에서 인력 부족의 시대, 저출생·고령화 시대에 S는 가족 즉, F(Family)가 돼야 하지 않나. 가족 친화적 경영이 핵심이 돼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예를 들면 육아휴직이 제대로 되고 있는지, 육아휴직 후 복귀가 확실하게 되고 있는지, 복귀하더라도 불이익을 안 받는 형태로 되고 있는지 등에 보다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그래서 ESG 중 'S'의 가족 친화 경영과 관련된 부분을 많이 반영하고 그런 것들을 기업이 공시하게 하고 국민연금이 투자하는 기업의 경우엔 이를 반영해 우대하는 등의 조치도 병행하고 있다. 이제는 육아 친화적이고 가족 친화적인 경영을 하는 것이 '뉴노멀'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기대를 하고 있다.

또 두 가지 추가로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가 굉장히 장시간 근로 문화를 띠고 있다. 야근이 많은데 이런 부분들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또 직장 내에서 양성평등이 임금, 승진, 배치 측면에서 기대하는 만큼 이뤄지고 있는지 등에 대해 아직 개선할 점이 많다고 본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8.27/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도 근로 시간이 매우 긴 편에 속한다. 가족 친화적인 분위기가 되려면 이런 근로 문화가 개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장시간 근로 관행이 개선돼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선 전적으로 공감한다. 그래서 이번에 대책을 만들 때도 임신·육아기에 장시간 근로 관행 개선을 위해 임신·육아기 근로 시간 단축 제도를 개선했다. 장시간 근로 관행은 개선에 시간이 걸리는 과제다. 공감대 형성도 필요하다. 우리 기업들이 장시간 근로 관행을 다양한 방법을 통해 줄인 사례를 경제단체와 논의해 발굴하고, 소개하려 하고 있고, 경영학회에도 저희가 그런 연구를 많이 해달라고 하고 있다. 한쪽으로 공감대를 형성해 가면서 제도도 꾸준히 개선해야 하지만, 동시에 어떻게 하면 일하는 방식을 창의적으로 바꿀까, 문화를 바꿀까 하는 부분에 저희가 좀 더 신경을 쓰겠다.

최근 '이토추 상사'라는 일본 기업을 만났다. 일본도 한국처럼 장시간 근로 관행이 있는데, 이토추 상사는 오후 8시까지 야근을 하면 야근 수당을 주되, 8시 이후엔 직원들이 다 집에 가게 했다. 대신 일이 남은 사람들은 새벽 5시에서 8시까지 나오게 해서 추가근무수당과 아침 식사를 제공했다. 일본에도 동료나 직장 상사가 회사에서 안 나가서 야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더라. 그런데 일이 있는 사람만 새벽에 나오게 되니 출산율도 대폭 올라가고 생산성도 5배 이상 올랐다고 한다. 한일 양국 모두 야근이나 장시간 근로 관행이 있기 때문에 서로 어떻게 창의적으로 개선했는지 공유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다.

-결국 기업의 관행 개선 참여가 관건인데, 이야기가 잘 돼가나. 대외적인 캠페인도 생각 중인가.

▶아직은 시작 단계다. 이제 인식을 이제 개선해야 한다. 요즘 이제 MZ세대의 경우에는 무의미한 야근을 잘 안 하려고 하고, 또 직장 문화들도 그런 방식으로 조금씩 바뀌고 있지 않나. 꼭 필요한 일만 시키고, 그 일도 되도록 근무시간 내에 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우리도 경영 방식이 조금씩 바뀌어야 한다. 대외적인 캠페인까지는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 장시간 근로 관행에 대한 문제 인식이 생기면 자연스럽게 해당 업종이나 기업 상황에 맞게 최적으로 개선하는 방안들이 나올 것이다. 이런 것들은 자율적으로 가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k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