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띠 졸라맨 예산에…전문가 "방향 좋지만, 재정역할 우려"
"내수 살아야 세입여건 좋아지는데…거시경제 역할 부족"
"재량지출 1%대인데 매해 적자 70조…재정개혁 필요"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재정 지속가능성에 방점을 둔 정부의 2025년 예산안이 27일 발표된 가운데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재정건전성이라는 방향성 자체는 옳은 방향이나, 재정준칙에 얽매여 내수가 어려운 상황에서 재정의 역할에 소홀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677조 4000억 원 규모의 '2025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내년도 예산안은 총지출 증가율을 3.2%로 묶는 한편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를 2.9%로 낮춰 재정준칙 기준인 3% 아래로 떨어뜨리는 것에 방점을 뒀다.
총지출 증가율은 올해 2.8%보다 0.4%포인트(p) 높아졌으나,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올해 -3.6%보다 0.7%p 낮아졌다.
재정지출에서 의무지출은 365조 6000억 원으로 올해 대비 5.2% 늘어났지만, 재량지출은 311조 8000억 원으로 0.8% 증가로 묶었다.
다만 정부는 청년·소상공인·저출생 등 필요한 곳에는 예산을 투입한다는 기조하에 24조 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 여력을 확보했다.
내년 재정수입은 올해 전망치인 612조 2000억 원보다 6.5% 늘어난 651조 8000억 원으로 전망했다. 그중 국세수입은 367조 3000억 원에서 382조 4000억 원으로 4.1% 늘어날 것으로 봤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 기조에 대해 전문가들의 평가는 엇갈렸다. 재정건전성 확보 자체는 옳은 방향이지만 내수가 어려운 상황에서 재정이 해야 할 역할에는 부족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방만했던 재정을 개선해서 필요한 분야 위주로 운용하겠다는 방향은 좋다"며 "다만 효율성과 형평성의 측면에서 '필요한 분야'와 '필요하지 않은 분야'를 합리적으로 구분해 집행할 수 있는지는 과제가 될 것이며, 2년 연속 세수 펑크가 현실화되는 상황에서 세입을 어떻게 관리할지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는 방향은 좋지만, 내수가 어려운 상황에서는 재정 지출을 늘려야 내수가 살아나고, 이를 통해 세수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가 된다"며 "내수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사회간접자본(SOC) 등 분야에 투자가 필요한데 이런 점이 보완되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김 교수는 이어 "당연히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3% 미만으로 유지되면 좋지만, 내수가 침체된 상황에서는 내수를 부양하며 재정건전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특히 가계부채, 주택가격 등의 문제로 기준금리를 많이 내릴 수 없는 상황인 만큼 재정에서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의 재정 운용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는 거시경제인 만큼, 수입 범위 내에서 지출해야 하는 가계 살림과는 다르다"며 "내수가 안 좋은 상황에서 필요한 재정의 역할이 부족하다"고 했다.
하 교수는 "재정건전성은 민간 경제가 건전해진 다음에 추구하는 게 순서이며, 민간의 소비·투자 여력이 줄면 세수 기반도 약해져 재정건전성에도 좋지 않다"며 "거시경제 안정화, 기술패권 경쟁, 저출생 대응 등 재정이 필요한 분야에서의 역할은 부족하고, 지출 증가율이나 재정수지 적자와 같은 수치에만 얽매인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맸지만,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에는 부족하다는 평가도 있었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재량지출 증가율이 1% 수준으로 낮아진 것은 정부가 예산의 효율적 구성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했을 것이라는 의미"라면서도 "그러나 여전히 70조 원대인 적자 수준을 봤을 때 건전재정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며, 올해 10조 원가량의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내년 국세수입에 대한 전망도 다소 낙관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재량지출 증가율이 1% 수준인 상황에서도 중기계획상 재정적자가 매년 70조 원 수준인 것은 세입과 지출의 괴리가 이미 너무 벌어졌다는 뜻"이라며 "정치권과 전 국가적 차원에서 의무 지출을 줄이는 재정개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min785@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