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 우리국적은 日","세월호 과해"…결국 파행된 김문수 청문회(종합2보)
김문수 역사관·노동관·과거 막말 논란에 여야 난타전…野 퇴장 속 결국 파행
실질임금 2년째 줄었는데…"감소했단 말 처음 들어" 전문성 논란도
- 나혜윤 기자, 서상혁 기자
(세종·서울=뉴스1) 나혜윤 서상혁 기자 = 윤석열 정부 후반기 노동개혁을 이끌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여야의 잦은 충돌로 인해 결국 파행됐다. 정책 검증은커녕 후보자에 대한 역사관·노동관, 과거 막말 논란 등을 두고 치열한 공방전이 벌어지면서다.
지명 직후부터 극우·반노동 발언으로 도마 위에 올랐던 김문수 후보자는 청문회에서도 막말 논란에 대한 사과를 거부하고, 되레 "일제시대 때 한국이 무슨 국적이 있었나. 나라가 망했는데 무슨 국적이 있었나"라고 말하면서 역사관 논란에 불을 지폈다.
김 후보자는 이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8년 한 교회에서 강연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건국은 1948년 8월 15일이 아니라 1919년이라는 이상한 얘기를 하고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한 현재의 견해를 묻자 이같이 밝히며 당시 선조들의 국적이 '일본'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이 "그러면 일제 강점기에 살았던 우리 선조들은 국적이 일본이냐"고 지적하자 김 후보자는 "나라를 다 빼앗겨서 일본으로 강제로 다 편입(됐다)"고 말했다.
박 의원이 재차 "그럼 우리 부모님, 후보자 부모님 (모두) 일제 치하에서 국적이 다 일본이냐"고 질의하자 김 후보자는 "일본이지 그걸 모르십니까. 그러면 일제시대 때 국적이 한국이냐. 상식적인 얘기를 해야지 말이 안 되는 얘기를 하면 안 된다"면서 "아무리 인사청문회지만 일제시대 때 무슨 한국이 국적이 있었나. 나라가 망했는데 무슨 국적이 있나"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의 이같은 발언에 야당 의원들은 헌법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거센 항의에 나섰다. 야당 의원들은 "'대한국민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라는 제헌헌법 전문을 부정하고 있다", "반역사적 발언을 한 국무위원 후보자의 청문회를 진행하는 게 어떤 의미가 있나", "여야 진보 보수를 떠나서 김 후보자는 대한민국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당 의원들은 고용부 장관 청문회에서 여야가 역사관을 검증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맞섰다.
여야는 공방 끝에 정회했고, 청문회는 밤 11시 24분 속개됐지만 야당 의원들이 불참하면서 10여 분 만에 산회했다.
야당 간사인 김주영 민주당 의원은 "국무위원은 학자나 일반인들의 인식과는 달라야 된다. 특히 역사 인식에 대해서는 (더) 그렇다"면서 "고정되어 있는 역사관에 대해 정말 통탄스럽다. 후보직에서 사퇴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시작부터 김 후보자의 과거 '막말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야당 의원들의 사과 요구에도 김 후보자는 응하지 않고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김 후보자는 세월호 참사를 두고 '죽음의 굿판'이라고 비난한 데 대해 유가족 사과를 촉구하자 "세월호는 과하지요. 과하다. 10년이 넘었는데 계속 그렇게(추모를) 하면 되겠나"라고 말했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이 "유가족들 마음에 아픔을 준 부분에 대해서 사과할 용의가 있는가, 없는가"라고 재차 질의하자 김 후보자는 "그런 식으로 누구에게 강제로 사과를 요구할 수는 없다. 청문회라고 무조건 사과하면 안 되고 세월호는 과도하다"라고 거듭 입장을 고수했다.
청문회 내내 김 후보자의 막말 논란이 지속되자 여당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도 쓴소리를 보탰다. 임 의원은 "사실 (쌍용차는) 자살특공대라든가 세월호 (죽음의 굿판) 그런 부분에 있어서 (유가족들이) 얼마나 가슴이 아프겠나"라며 "그런 부분에 대해서 (말의) 맥락은 그렇지 않다고 할지라도 (유가족에게) 하실 말씀 없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후보자는 "아픔을 벗어나는 과정에서 제가 한 말이 모질게 했다는 부분도 있었다면 제가 용서를 구한다"면서 "제 나름대로 과거에 했던 말을 돌이킬 수는 없지 않나. 시간을 두고 차츰차츰 말하겠다"라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쌍용차 노조는 자살 특공대"라고 했던 과거 발언에 대해서도 "내가 한 말이 아니라 본인들이 그렇게 행동한 것이다. 당시 그런 식으로 행동한 것이 많이 있다"면서 "반성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사과를 거부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관련해선 "탄핵은 잘못됐기에 역사적으로 다시 재평가될 것"이라면서 "박근혜 대통령하고는 우리가 나이도 같고 같이 (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그분이 뇌물죄로 구속된다면 저도 뇌물죄다. 그분은 정말 뇌물을 줘도 알지도 못하고 받을 사람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과거 비판 발언에 대해선 "감정적이었다"고 수위를 조절하기도 했다.
박해철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지난 2019년 8월 '뻘건 윤석열이 죄 없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잡아넣었다'고 집회에서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후보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윤 대통령이 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집회하다 보면 의원도 알다시피 이야기가 좀 감정적이고 격한 이야기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하반기 노동개혁을 이끌어 가야 할 국무위원의 청문회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청문회는 정책 질의보다는 과거 막말 논란 등에 대한 해명 및 사과 요구가 빗발쳤다. 이 과정에서 김 후보자가 "일제 치하 (우리 국민의) 국적은 일본"이라고 발언하는 등 역사관 논란까지 불거지자, 여야는 고성을 주고받으며 여러 차례 정회 끝에 결국 파행을 빚었다.
한편 김 후보자는 근로자들의 임금이 물가보다 덜 올라 실질임금이 2년 연속 감소한 가운데 "실질임금이 감소한다는 말을 처음 들었다"고 답변하면서 전문성 논란도 일으켰다.
박정 민주당 의원이 "생산성은 높아지고 있지만 실질임금은 감소하고 있는데 정상이냐"고 묻자 "조금 더 자세히 봐야겠다"고 답했다.
박 의원이 "2021년부터 계속적으로 실질임금이 감소하고 있다"고 재차 묻자 김 후보자는 "실질임금이 감소한다는 말씀을 제가 처음 들었다. 우리나라는 임금이 상승하고 있고 실질임금도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상용근로자 1인 이상 사업체에 다니는 근로자 1인당 명목임금은 2022년에 전년 대비 4.9%, 지난해엔 2.5% 상승했다. 하지만 물가 상승률을 감안한 실질임금은 2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실질임금은 2022년 -0.2%, 2023년 -1.1% 나타났고, 올해 1분기에는 -1.7%를 기록하면서 하락폭이 확대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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