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기준금리 인하' 일단 유효…'11월~내년 지연설'도 고개
한은 만장일치 동결 행진 속 전문가들 "아직 10월 인하 무게"
집값·가계부채 거듭 강조에 '11월~내년' 인하설도 속속 등장
- 김혜지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국은행이 지난 22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수도권 집값과 가계부채 우려를 강조했음에도 시장은 여전히 10월 금리 인하설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다만 연내 마지막 금통위가 열리는 11월로 인하 시점이 지연될 수 있다는 시각 또한 슬그머니 고개를 들고 있다.
23일 한은에 따르면 금통위는 전날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동결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향후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하겠다"는 기존 문구 가운데 '충분히'를 삭제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같은 날 통화정책방향 설명회에서 물가·경기 등 거시경제 환경이 기준금리 인하 요건을 충족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물가 수준만 봤을 때는 인하 여건이 조성됐다고 판단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며 "하지만 금융 안정이나 글로벌 위험 요인이 상존하기 때문에 현 긴축 기조를 유지하는 가운데 인하 시기와 폭을 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통위가 '충분히' 문구를 삭제하고 이 총재가 금리 인하 여건을 비교적 자세히 언급한 것은 향후 기준금리 인하를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4명이 3개월 내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을 냈고, 오직 2명만이 3개월 뒤에도 현 수준 유지를 주장했다.
금통위 과반이 석 달 내 금리 인하 카드를 테이블에 올렸다는 것은 한은의 10·11월 인하 단행 가능성과 직결된다.
이에 전문가 대다수는 차기 금통위(10월 11일)까지 확인될 가계부채 증가세가 연간 성장률 전망치 등 일정 수준을 밑돌 경우 한은이 10월 금리를 내릴 것으로 관측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 안정을 강조했으나 정작 세부 내용은 원론적 수준"이라며 "차로 변경을 위한 깜빡이를 켠 것이 5~7월이었다면 이제는 핸들도 돌리기 시작한 판국"이라고 말했다.
김명실 iM증권 연구원도 "부동산, 가계부채 등 금융 안정에 집중했으나 물가나 경기를 고려할 때 인하 요건이 갖춰지고 있음도 언급되면서 이전 대비 통화 완화 선호적인 의견이 지배적이었다"며 "소수의견보다 포워드가이던스에 주안점을 둬 10월 인하가 유효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까지 하락했던 은행 대출금리는 정부 주도하에 8월부터 인상 전환됐고 스트레스 DSR 2단계도 수도권 가산금리 인상을 골자로 9월 시행된다"면서 "9~10월 가계대출이 4월 이후 월평균 5조 5000억 원 증가 폭을 하회할 경우 10월 기준금리 인하에 충분히 나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오는 9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정책금리 인하가 기정사실처럼 여겨지는 상황도 이 같은 예상을 뒷받침한다.
연준의 금리 인하가 행동으로 옮겨지면 장장 19개월 동안 2%포인트에 묶여 있었던 한·미 금리차가 비로소 축소될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이 이러한 한미 금리차 축소를 선반영하면서 원·달러 환율은 1320~1330원대로 하향 안정화됐다. 환시 변동성 축소는 한은 기준금리 인하의 중요 조건 중 하나다.
반면 11월 금리 인하 예상으로 옮겨가는 이들도 생겨났다.
일부 전문가는 금통위가 이번에도 만장일치 동결을 결정했다는 점과 이 총재가 금융 불안 우려를 거듭 강조했다는 점을 근거로 10월 인하 예상을 11월로 미뤘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스트레스 DSR 시행의 실제 자금 집행 시점을 고려하면 10월에 확인하는 9월 가계대출 지표는 정부 정책이 유의미한 성과를 거뒀다고 단언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11월 인하에 더 무게를 둔다"고 말했다.
최재민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연내 1회 인하 기대는 유효하지만, 정부 정책의 시차와 인하 상징성을 고려할 때 시점을 보수적으로 택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며 "인하 시점은 10월보다는 11월 가능성이 소폭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10월 인하 전망을 유지하나 향후 6주간 가계부채와 부동산 시장의 체감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워 11월 지연 여지가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기준금리 인하가 아예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열어뒀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11월 인하 전망을 유지하며, 더 늦어질 가능성도 열어놔야 한다"면서 "10월 금통위까지 1~2개월 둔화되는 부동산 가격 데이터를 갖고 인하를 단행하기엔 한은의 부동산에 대한 경계심이 강하다"고 밝혔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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