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민간소비 회복 가속…저출산·자영업 부진은 제약 요인"
"소비 회복 더딘 건 고물가·금리, 소득개선 지연, 구조적 요인 때문"
"대기업 특별급여 회복되면서 명목임금 개선↑…IT제품 교체기 도래"
- 김유승 기자
(서울=뉴스1) 김유승 기자 = 향후 민간소비가 회복세를 나타내면서 수출·내수 간 격차가 줄고, 우리 경제가 균형 있는 성장 흐름을 나타낼 것이란 한국은행의 전망이 나왔다.
다만 고령화·저출산 등 인구 구조적 요인과 자영업자 업황 부진이 소비 회복 속도를 제약할 수 있다고 한은은 분석했다.
한국은행 경기동향팀은 23일 '최근 민간소비 흐름 평가' 제하의 '경제전망보고서 BOX'를 발간하고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수출이 호조를 지속하고 있고, 소비 등 내수도 당초 전망 경로엔 못 미치지만 회복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올해 상반기 중 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8%의 성장세를 나타냈다.
한은은 올해 상반기 이후 내수의 핵심인 민간소비 증가세가 확대되면서 앞으로 점차 회복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지금까지 민간소비 회복이 지연된 원인으로 △높은 물가 수준 △고금리로 인한 원리금 상환 부담 △소득개선 지연 △구조적 및 특이요인 4가지를 꼽았다.
한은은 고물가와 관련해 "팬데믹 이후 누적된 물가 상승이 민간소비 회복 지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특히 필수재 비중이 큰 생활물가의 누적상승률이 전체 소비자물가보다 더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필수재 지출 비중이 큰 취약계층이 직면하는 실효 물가가 다른 계층보다 높아, 이들의 구매력이 더 크게 위축됐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소비형태별로 보면 2020년 이후 최근 물가 상승 폭이 가장 컸으며, 특히 필수재 비중이 높은 식료품 등 비내구재의 회복이 지연되고 있다.
한은은 또 "가계부채가 많이 늘어난 상황에서 원리금 상환 부담은 '금리 상승 손해층'을 중심으로 소비 여력 개선을 제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리 상승 손해층이란 금리가 올라 순자산 가치의 손해를 보는 가계로, 주로 30~40대, 소득 중상층, 소비 수준 상위층 가구로 구성됐다.
이들의 소비 감소가 금리 상승 이득층의 소비 증가를 상회하면 금리 상승의 소비 감소 영향이 확대되는데, 보고서가 신용카드 미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소득 중상층에서 부채 수준이 높을수록 카드 사용액 증가율이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비형태별로 금리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내구재 소비가 2022년 4분기 이후 최근까지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으며, 팬데믹 초기 저금리 국면에서 내구재가 큰 폭으로 증가한 후 아직 3~4년의 교체 주기가 돌아오지 않은 점도 내구재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파악된다.
한은은 민간소비 회복세가 저조했던 또 다른 이유로 기업실적 이연 반영, 자영업자 업황 부진 등이 가계 소득 개선을 지연시키고 있다는 점을 가리켰다.
한은은 "작년에 부진했던 가계 실질노동소득이 디스인플레이션(물가 둔화) 진전에도 불구하고 올해 상반기 중 소폭 증가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는 연초 대기업 중심으로 특별급여가 줄어 임금상승률이 물가상승률을 하회했던 데 주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또 "자영업자가 많은 숙박·음식점업과 도소매업 등 업종이 다른 업종보다 성장률이 낮은데, 자영업자의 수익성이 대형 플랫폼의 점유 확대 등으로 악화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에 따라 자영업자의 소득 개선이 더딘 것"이라고 평가했다.
저출산·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는 소비 회복을 구조적으로 제약하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60세 이상 고령층의 소비성향이 노후 대비 부족으로 크게 하락하고, 동 연령대가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확대된 점은 경제 전반의 소비성향을 낮추는 요인이다.
또 최근 들어 교육 등 유소년과 밀접한 부문에 대한 소비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은 저출산의 영향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고서는 추정했다.
한은은 이외에도 "작년 하반기 이후 내구재 감소에 상당 부분 기여한 승용차 판매 부진에는 작년 7월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전기차 수요 정체가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한은은 다만 올해 하반기 이후 민간소비 회복세가 가팔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한은은 "명목임금 상승률은 올해 1분기(1.3%) 크게 낮아졌다가 4~5월(3.8%)에 높아지면서 회복되는 모습"이라며 "앞으로는 정액급여 상승률이 장기평균 수준(3.5%)의 오름세를 이어가고, 기업실적 개선 영향으로 특별급여도 회복되면서 명목임금 개선세가 확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물가상승률이 완만하게 둔화해 1인당 실질임금 증가율은 올해 2분기 이후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은 이 밖에도 "금융 여건이 완화되는 가운데, IT 기기 등 내구재 교체 시기가 점진적으로 도래한다는 점도 내구재 소비 부진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고령화·저출산 등 인구 구조적 요인, 자영업자 업황 부진은 소비 회복 속도를 다소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k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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