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전쟁 속 거세진 자국우선주의…韓 '글로벌 중추국가'로 전진

급변한 통상정책에 기민한 대응, 궁극목표는 다자무역 회복
정부, 국정현안관계장관 회의서 '통상정책 로드맵' 발표

한덕수 국무총리가 2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8.22/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우리나라가 '자국 우선주의'로 회귀하는 국제정세 속에서 다자간 연대·공조에 정책적 방향성을 두고 국익 극대화를 꾀하는 통상정책을 추진해 나간다. 기존 다자통상체제가 옅어지는 상황에서 세계무역기구(WTO)의 분쟁해결 기능 회복 등을 통한 다자무역질서 정상화에 구심점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세계 통상환경에서 공급망을 중심으로 한 경제 안보 위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중 무역갈등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대(對)러시아 제재까지 자유무역 기반의 공급망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국 우선주의'가 공고해졌다. 중국과 경제패권을 놓고 대립 중인 미국은 상품 분야 대중국 의존도를 줄이고, 반도체·대용량 배터리·의약품·핵심광물 등 4대 핵심품목의 자국 내 생산기반을 구축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EU(유럽연합) 국가들도 이런 추세에 맞춰가는 흐름이다.

대표적인 게 '반도체'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의 경우 각각 '반도체법'을 통해 520억 달러(약 69조 5000억 원), 430억 유로(약 64조 원)를 투자, 반도체 공급망 강화를 추진 중이다. 이에 대응한 중국 역시 지난 2021년부터 기술자립·내수확대를 통해 경제안보를 강화한다는 목적으로 '14.5 규획(規劃)'을 수립해 진행 중이다. 일본은 대만 TSMC 파운드리 유치에 4800억 엔(약 4조 4000억 원)을 투자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요국의 자국 우선주의 통상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 정부는 시시각각 급변하는 통상정책에 기민하게 대응, 우리 기업들의 대외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쪽에 정책적 주안점을 뒀다.

또 궁극적으로는 자유무역주의에 기반한 세계 다자무역질서 회복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우선 WTO 분쟁해결 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해 주요국과 함께 개혁논의를 선도해 간다. 분쟁해결제도 개혁 가속화나 전자적 전송물 무관세 관행 연장 등 개혁과제 논의 과정에서 우리 기업의 이해가 적극 반영될 수 있도록 상소·재심 등 핵심주제 논의에 주도적으로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더 나아가 변화하는 통상환경 규범을 만드는 데 있어 협상을 주도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전날 국정현안관계장관 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의 '통상정책 로드맵'을 발표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정부는 급변하는 대외 여건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연대와 공조를 근간으로 '글로벌 통상 중추국가' 실현을 위해 새롭게 '통상정책로드맵'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그간의 통상정책 성과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보호무역주의·자국우선주의 강화 등으로 우리 기업이 처한 글로벌 통상환경은 녹록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