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 2032년이면 포화…'고준위 특별법' 국회 문턱 넘을까
'화장실 없는 아파트' 언제까지…여야 특별법 필요성은 공감
저장시설 용량 등 일부 쟁점 합의 남아…내달 임시회 주목
- 이정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고준위 방폐물 관리에 관한 특별법'이 22대 국회에서는 통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원자력발전은 필연적으로 방사성 폐기물을 배출할 수밖에 없는데, 우리나라는 이 같은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할 수 있는 별도시설이 없어 각 원전 내 임시저장하고 있는 형편이다.
문제는 각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포화율이 오는 2032년이면 100%에 이른다는 점이다. 소위 '화장실 없는 아파트'로 비유되는 이 상황을 막기 위해선 별도 '저장시설 구축'을 합법화하는 특별법 제정이 시급한데, 지난 21대 국회에선 여야 견해차에 수포로 돌아간 바 있다.
25일 국회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지난주 전체회의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상임위 활동에 들어갔다.
여러 안건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법안은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고준위 특별법)'이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여야가 일정부분 특별법 제정 논의에 공감대를 보이면서, 법안처리가 이뤄질 것으로 봤지만 결국 일부 쟁점사안에 대한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서 법안은 폐기됐다.
당시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당면한 사용후핵연료 저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에는 공감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탈(脫)원전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데 부지 내 저장시설 저장용량 등 규모 면에서 꼭 필요한 적정수준의 시설 구축만을 주장하며 여당과 견해차를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특별법 제정'이라는 큰 틀에 여야가 공감하고 있는 만큼 22대 국회에서의 논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다 확실한 입법 논의를 위해 여야는 속도 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일각에는 이달 말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 가능성까지 나왔지만, 산자위는 4건의 고준위 특별법안을 이달 열리고 있는 임시회에 심사 안건에는 올리지 않았다. 아직 쟁점사안에 대한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시일이 다소 걸리더라도 여야 선(先)합의를 통해 확실히 법안을 통과시키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19일 열린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 등에 관한 법률안 검토 보고를 한 박희석 수석전문위원은 "21대 국회에서는 고준위 특별법 제정을 논의한 결과 다수 쟁점에 대해 합의를 도출했지만, 일부 쟁점에 대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며 "(22대 국회에 발의된)4건의 제정안들은 21대에 합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하는 만큼 일부 미합의 쟁점을 해소할 수 있다면 고준위 방폐물을 안전하게 관리‧처분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고하기도 했다.
고준위 특별법은 사용후핵연료의 처분·관리에 관한 내용을 담은 법안이다. 법안에는 '고준위 방폐물 관리위원회(가제)'를 만들어 관리시설 부지 선정·설치, 유치지역을 지원하는 근거 등이 담겼다.
우리나라는 지난 1978년 고리원전 1호기의 상업운전을 시작으로 40년 넘게 원전을 운영해 왔지만, 사용후핵연료를 처분할 수 있는 전용 처분장은 없는 상태다. 현재는 각 원전 안에 있는 수조인 습식 저장조에 임시로 보관하고 있는데, 이들 원전마다 폐기물 저장 용량이 꽉 차 불과 6년 후부터는 원전 가동을 중단할 수도 있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고리원전(1~4호기 및 신고리1·2호기 모두 포함) 내 사용후핵연료 포화율은 87.5%에 달했다. 이 비율은 2032년이면 10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이마저도 조밀저장대(사용후핵연료를 촘촘히 보관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설치한다는 가정하에 보수적으로 추계한 전망이다. 설치하지 않으면 이보다 빠른 2028년에 100%가 된다.
산업부가 내놓은 사용후핵연료 예상 포화시점을 봐도 지난해 1월 기준 고리원전(1~4호기)은 2032년, 한빛 2030년, 한울 2031년, 월성 2037년, 신월성 2042년, 새울 2066년이면 저장시설이 가득 찰 것으로 보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당장 고리1호기 해체를 위해서는 시설 내 수조에 저장 중인 사용후핵연료를 외부로 빼내야 하는데 이를 옮길 영구처분시설도 아직 국내에는 한 곳도 없다.
국회 산자위 여당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야당 의원들과 기합의한 내용 위주로 논의를 넓혀가고 있다"면서 "(고준위 특별법 제정)필요성에는 공감대가 있는 만큼 확실한 입법을 위해 더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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