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에 '부모님 가게로'…돈 안 받고 가족 돕는 청년 35%↑

지난달 20~29세 무급 가족종사자, 전년 대비 9743명 증가
'쉬었음'도 늘어…"사회경험 통해 적성 찾는 기회 제공해야"

2024년 후기 학위수여식이 열린 지난 16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에서 졸업생들이 계단을 오르고 있다.ⓒ News1 이동해 기자

(세종=뉴스1) 손승환 기자 = 지난달 무급으로 가족의 자영업을 돕는 20대 청년층이 1년 전 같은 기간보다 35%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에 따르면 지난달 20~29세 무급 가족종사자는 3만 7749명으로 1년 전 같은 달(2만 8006명)보다 9743명(34.8%) 증가했다.

무급 가족종사자는 보수를 받지 않고 일주일에 18시간 이상 가족이나 친인척이 운영하는 자영업을 돕는 취업자를 말한다.

올 들어 무급 가족종사자로 분류된 20대는 늘어나는 추세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가 폭을 보면 1월(1405명), 2월(2424명), 3월(8749명), 4월(4633명), 5월(-1535명), 6월(6853명) 등이었다.

월별로 증가 폭에 등락은 있지만 5월을 제외하면 모든 월을 통틀어 20대 무급 가족종사자가 1년 전보다 늘었던 셈이다.

반면 20대를 뺀 나머지 대부분의 연령대에선 무급 가족종사자가 감소했다.

20대와 함께 무급 가족종사자가 늘어난 건 통계상 표본이 매우 적어 비교가 어려운 10대와 고령화 영향으로 원래부터 가족종사자 비중이 높은 70대 이상뿐이었다.

7월 기준 무급 가족종사자를 연령별로 보면 40대가 1만 9007명 감소해 그 폭이 가장 컸고, 이어 60대(-1만 845명), 30대(-750명), 50대(-324명) 등 순이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무급 가족종사자 통계의 경우 표본이 크지 않아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면서도 "핵가족화로 인해 무급 가족종사자가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분위기 속에서 20대가 늘어난 건 눈여겨볼 만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 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일자리 정보가 게시돼 있다. ⓒ News1 이승배 기자

20대 무급 가족종사자가 늘어난 건 취업난에 구직 활동을 포기한 청년층이 증가한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달 20대 '쉬었음' 인구는 41만 6000명으로 전년 대비 4만 2000명 증가했다. 쉬었음은 취업자나 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 중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막연히 쉬고 있는 이들을 가리킨다.

특히 쉬었음 청년 약 4명 중 1명은 일하기를 원했느냐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구직활동을 하지 않은 이유로는 △임금수준이나 근로조건 등 원하는 일자리가 없어서 △이전에 찾아봤지만 일거리가 없었기 때문에 △교육·기술 경험이 부족해서 △근처에 일자리가 없을 것 같아서 등이 꼽혔다.

이러한 여파는 20대 고용보험 가입자 감소라는 결과를 통해서도 드러났다.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2024년 7월 고용행정 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29세 이하 고용보험 상시 가입자 수는 238만 8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2%(10만 4000명) 감소했다. 이는 23개월 연속 감소이자 관련 자료 작성 이래 최대 폭 감소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무급 가족종사자나 쉬었음 청년이 늘어난 것은 모두 외부 노동시장에 참여하지 않겠단 선택이 반영된 것"이라며 "꼭 취업 준비가 아니더라도 이들이 사회 경험을 통해 적성을 찾고, 또 인연이 생길 수 있도록 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게 가장 중요한 방책"이라고 조언했다.

ssh@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