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주도 '무탄소연합' 본격화…글로벌 원전 바람 타고 '탄력'

내년 경주서 열릴 APEC 회의에 'CFE' 안건 추진…미국 등 지지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에 세계는 원전 건설 중…공감대 이끌어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미국 뉴욕 유엔(UN) 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을 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News1 안은나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세계 무대에 '무탄소에너지(CFE, Carbon Free Energy)'를 활용한 탄소중립 이행 방향을 제안한 우리나라가 본격적인 공감대 확산에 나섰다.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만을 활용해 충당한다는 'RE100'의 한계에서 벗어나 원자력 등 다양한 무탄소에너지원을 인정함으로써 실질적인 탄소중립 목표에 더 가까이 가기 위해 CFE 캠페인을 널리 알리고 있다.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서 이상기후 등으로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다시 신규 원전 건설 바람이 불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주도하는 'CFE이니셔티브'가 세계적 공감대를 끌어낼 지 주목된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산업부는 최근 페루 리마에서 열리고 있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에너지장관회의에서 내년 경주에서 열릴 차기 회의 안건으로 'APEC역내 청정전력 확대를 위한 무탄소에너지(CFE) 기술 활용 방안'을 제안했다.

이에 앞서 CFE 글로벌 작업반 출범 계획도 밝힌 상태다. CFE 작업반은 무탄소에너지 활용에 공감하는 주요국과 함께 세부적인 이행체계 수립·마련을 위해 구성한다.

CFE는 탄소배출 없는 에너지(Carbon Free Energy)의 줄임말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모든 에너지원을 의미한다. 대표적인 게 원전이다.

기후위기에 직면한 세계 각국은 '탄소중립'을 위한 RE100을 추진 중이다.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자는 국제적 캠페인으로, 우리나라 역시 2050년까지 기업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목표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에서 오직 재생에너지만을 통한 전력수급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원전까지 활용한 CF100(Carbon Free 100)으로의 궤도 수정을 검토 중이다.

기존 'RE100'과 '24/7 CFE Compact' 모두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자율적 규범이라는 점에선 공통분모를 갖는다. 다만 재생에너지에 방점을 찍은 RE100과 달리 CFE 이니셔티브는 '모든 무탄소에너지' 사용을 인정하자고 제안하며 원전 등 대체에너지 적극 활용을 강조한다.

강경성 산업통상자원부 제1차관(오른쪽)이 올해 초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산업부에서 무탄소에너지(CFE) 이니셔티의는 추진 동향 및 향후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주도하는 무탄소에너지(CFE) 이니셔티브는 산업 부문의 탄소중립 이행을 촉진하고 또 글로벌 탄소중립 가속화를 목표로 하는 국제적인 운동이다.ⓒ News1 김기남 기자

또 '실시간 조달' 원칙에 대해 실현 가능성을 고려한 단계적 적용을 주창하는 점에서 '24/7 CFE Compact'와도 차별화된다. 24/7 CFE Compact는 구글 등이 추진 중인 개념으로, 기업이 무탄소 전력을 '실시간으로' 사용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이런 문제점에 착안, 윤석열 대통령은 세계 무대에서 탄소중립을 위한 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신재생에너지에 더해 무탄소(CF)에너지도 활용하자는 에너지 정책 전환을 꺼내 들었다.

지난해 9월 윤 대통령은 국제연합(UN) 총회 기조연설에서 CFE 국제확산과 선진국-개도국 간 '기후격차' 해소를 위한 국제 플랫폼으로 'CF 연합'을 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대통령 정책기조에 발맞춰 산업부는 올해 2월 'CF연합 정기총회'를 열고, 2024년을 'CFE이니셔티브 확산 원년'으로 선포했다. 적극적인 캠페인 활동을 통해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인 회원 유치에 집중한다는 구상도 밝힌 상태다.

관건은 주요국 및 개별 기업들의 참여 여부다. 이상기후 등에 따른 에너지 수요 급증으로 유럽 등 세계시장에서 신규 원전 건설이 늘면서 전반적인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해외 주요국들은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유일 대안으로 원전 추가 건설에 나서고 있다. 다만 신규 원전은 이상기후 속 전 세계 가치 규범으로 떠오른 '탄소중립 달성'을 역행한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현행 RE100 체제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 때문에 한국이 주도하는 탄소 배출이 없는 원전 활용을 포함한 'CFE'로의 전환은 이들 국가에 보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지난 16일 열린 14차 APEC 에너지장관회의에서 우리 정부 대표로 참석한 최남호 산업부 2차관이 내년 경주에서 열릴 회의에 'APEC역내 청정전력 확대를 위한 무탄소에너지 기술 활용 방안'을 주요 의제로 올릴 것을 제안하자, 미국과 인도네시아, 태국, 필리핀, 싱가포르, 러시아, 칠레, 파푸아뉴기니, 대만 등이 지지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산업부 한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100% 활용을 강조한 RE100은 이상적이지만, 그만큼 현실적인 제약이 많다"면서 "보다 현실적인 수준에서 세계가 공감할 수 있는 CFE로의 전환을 적극 알려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