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긴축 최장기'인데 가계부채 순위 역행…주요국 6위→4위
2021년 금리인상 후 만 3년 임박…디레버리징 효과는 '최저'
금통위도 "과감한 부채 감축 못해 아쉬워…향후 성장 제약"
- 김혜지 기자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으로 통화 긴축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2021년 8월 22일 이후 만 3년이 임박한 가운데, 우리나라 가계부채 비율의 국제 순위는 그간 오히려 역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은이 오는 22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나, 한은이 신중론을 유지하는 배경이다. 통화 긴축에 따른 가계부채 감축(디레버리징) 효과가 주요국 중에서 가장 낮을 수 있다는 경계심이 읽힌다.
14일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21년 6월 말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04.8%로 주요 44개국 중 6위에 해당했다.
당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면서 통화 긴축 경로에 들어서기 직전으로, 우리보다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나라는 △스위스(133.3%) △호주(119.1%) △노르웨이(109.3%) △캐나다(108.8%) △덴마크(106.8%) 등이었다.
이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행렬이 이어지고 국내 부동산 경기가 냉각되면서 가계부채 비율은 낮아졌다.
구체적으로 지난 2021년 9월 말 105.6%로 고점을 찍은 뒤 지난해 말에는 100.5%를 기록했다. 긴축 사이클 진입 이후 약 1년 반 사이 4.3%포인트(p) 하락(104.8→100.5%)한 셈이다.
그러나 노르웨이, 덴마크 등 2개국이 우리나라보다 빠른 속도로 비율을 낮추면서, 우리나라 국제 순위는 4위로 거꾸로 두 계단 올랐다.
지난해 말 노르웨이와 덴마크의 가계부채 비율은 BIS 기준 각각 86.4%, 89.0%로 2021년 6월 말과 비교해 22.9%p, 17.8%p 급락했다.
가계부채 비율이 여전히 우리를 앞선 △스위스(133.3→127.8%, 5.5%p) △호주(119.1→109.7%, 9.4%p) △캐나다(108.8→102.3%, 6.5%p) 등 3개국마저 같은 기간 하락 폭이 한국보다 컸다.
한은은 2021년 8월 당시 주요국 중 가장 먼저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하면서 그 이유로 '금융 불균형', 즉 가계부채 문제를 지적했다.
부동산 경기 과열에 편승한 가계부채 급증세가 한국 경제의 장기적인 성장을 저해할 수준까지 심각해졌다는 취지였다.
이후 미국을 필두로 글로벌 통화 긴축 기조가 자리매김하며 기준금리 인상에는 속도가 붙었다.
그러나 해당 긴축기 동안 우리나라가 누린 디레버리징 효과는 다른 가계부채 고(高)비율 국가와 비교해 뚜렷하진 않았던 셈이다.
이 같은 지적은 앞서 금통위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한 금통위원은 지난달 11일 기준금리 결정 회의 당시 "그간의 고금리 기간 중 디레버리징을 과감히 이뤄내지 못한 점은 매우 아쉽다"며 "향후 경제 성장을 제약하고 통화정책 운용 폭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주요국 대비 미진한 부채 감축은 빠른 기준금리 인하를 가로막는 장애물처럼 작용하고 있다.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물가 안정 목표인 2%에 가까워지면서 물가 안정에 대한 확신은 커지고 있다. 반면 부동산 경기가 상승 조짐을 보이면서 가계부채 비율 반등에 대한 우려가 확산 중이다.
한은이 공개한 7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들은 물가 안정세와 내수 부진에도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세를 경계하며 금리 인하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가계부채 문제를 이유로 선진국 중 가장 먼저 기준금리를 올리며 '최장기 긴축' 국가가 된 한국이, 여전히 가계부채 문제를 우려하며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고심 중인 상황으로 풀이된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금리 인하 사이클과 국내 경기 둔화 흐름을 고려할 때 한은이 금리 인하에 나설 시점이지만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 가격 급등 현상이 장애물로 등장했다"고 평가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가계부채 비율과 집값 사이 상관관계가 주요국 중 가장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icef0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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