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GBI' 편입 내달 결정…국채시장 최소 70조원 유입 기대

외환시장 연장·국채통합계좌 도입 등으로 요건 충족
골드만삭스는 9월, 바클레이즈는 내년 3월 편입 전망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6월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국채통합계좌 시스템 오픈 기념식'에서 참석자들과 기념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뉴스1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다음 달 우리나라 국채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여부가 결정되는 가운데 기획재정부는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막판 총력전을 기울이고 있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FTSE러셀은 오는 9월 말쯤 한국 국채의 WGBI 편입 여부를 발표할 계획이다.

WGBI는 추종 자금이 2조5000억 달러(약 3400조 원)에 달하는 대표적 채권지수다. WGBI에 편입될 경우 500억~600억 달러(약 70조원 이상) 규모의 투자자금이 우리 국채시장에 유입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FTSE러셀의 심사 발표는 1년에 2차례(3월·9월) 이뤄진다.

만일 우리나라 국채가 편입될 경우 WGBI 내 비중은 2% 내외 수준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기재부는 2022년 9월 WGBI 관찰대상국 지정 이후 지난해 3월 WGBI 편입을 추진했으나 올해 3월까지 세 차례 고배를 마셨다. 다만 이번에는 기존과는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재부는 지난 7월부터 외환시장 구조개선 방안을 시행해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금융시장 접근성을 높였다.

이를 통해 외환시장 개장 시간을 연장한 결과, 한 달 동안 일평균 외환 거래량은 지난 5년 대비 37.4% 늘었다.

이와 함께 대표적인 국제예탁결제기구(ICSD)인 유로클리어와 클리어스트림의 국채통합계좌를 개통했다.

기존에는 외국인투자자가 한국 국채를 거래하기 위해 국내에 보관은행을 선임하고, 본인 명의의 외화·원화계좌를 각각 개설한 후 해당 계좌를 통해서만 환전과 국채 매매대금 결제가 가능했다. 그러나 국채통합계좌 도입으로 번거로운 절차 없이 ICSD가 선임한 국내 보관은행과 ICSD 명의의 계좌를 이용해 환전·국채 매매대금 결제를 할 수 있게 됐다. 신규 외국인 투자자 접근성이 크게 높아진 셈이다.

올해 일련의 제도 개선으로 FTSE러셀과 기존 외국인 투자자들이 요구해온 정량적인 요건은 충족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WGBI 편입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편입 시기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9월 편입 가능성을 언급했지만, 바클레이즈는 내년 3월을 전망했다.

바클레이즈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WGBI 편입은 올해 9월보다는 내년 3월에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며 "한국은 투자자들이 제기한 피드백을 해결하기 위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지만, FTSE 러셀이 실질적 효과를 평가하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최근 국채 금리는 10년물 기준 2022년 3월 이후 약 2년 5개월 만에 2%대로 하락(채권 가격 상승)할 정도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채권시장에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와 한국은행의 금리인하를 선반영한 측면에 더해, WGBI 편입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FTSE러셀이 외국인 주요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의견 수렴을 시작한 가운데 기재부는 이들을 대상으로 막판 총력전에 나섰다.

지난달 김윤상 기재부 2차관은 도쿄에서 일본 주요 연기금 최고투자책임자(CIO)들을 만났으며, 싱가포르, 영국 런던 등을 차례로 방문해 투자자 설명회(IR)를 진행했다.

일본은 WGBI 추종 자금 내 비중이 약 30%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WGBI 내 '큰손'인 만큼 일본 연기금과 금융기관들은 편입 여부 결정에서도 상당한 영향을 갖고 있다.

주무부서인 국고국은 이달 다시 일본 도쿄를 찾아 주요 금융기관과 연기금 등을 만날 예정이다. 국고국은 또한 이달에만 10차례 이상, 수시로 화상 미팅을 통해 해외 금융기관 등과 소통할 계획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FTSE러셀에서 제시한 제도 개선은 다 이룬 만큼 3월보다 가능성이 올라간 상황인 것은 맞지만, 제도적 요건 이외에도 다양한 평가기준이 반영되는 만큼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