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우 한 마리 팔면 142만원 적자…"숙성육 공인기준 만들어야"

마리당 생산비 1000만원 넘어…사육두수 과다로 제값 못받아 손실
농경연 "숙성육 시장 커지면 사육기간 짧아져…생산비 감축 효과"

서울 서초구 농협 하나로마트 양재점을 찾은 고객들이 한우를 구매하고 있다. (농협유통 제공) /뉴스1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한우 사육두수 과다로 인해 팔 때마다 적자가 발생하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숙성육 시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공인기준을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숙성육에 대한 신뢰를 주고, 저등급 한우의 소비도 촉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10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한우 생산비는 100㎏당 129만 원, 마리당 1021만 1000원으로 조사됐다.

농가는 한우 1마리를 판매할 때 평균 878만 5000원을 얻어 마리당 142만 6000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사육 규모가 작아질수록 손해는 더욱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마리 미만의 한우를 사육하는 농가의 마리당 생산비는 1261만 2000원, 판매가는 840만 3000원으로 마리당 420만 9000원의 적자를 봤다.

이처럼 한우농가가 손해를 보는 이유는 사육두수가 적정수준을 초과함에 따라 가격이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 기준 국내 한우 사육두수는 347만 마리로 전년보다 3.5% 감소했으나 여전히 적정 사육두수인 300만 마리를 훌쩍 넘어선 상태다.

이에 한우 등심 1+ 가격은 100g당 9473원으로 전년(1만 444원)보다 9.3%, 전월(1만 1468원)보다 17.4% 하락했다.

농경연은 '한우낙농 산업 경영안정 대책 연구' 보고서를 통해 한우산업의 지속을 위해서는 숙성육 시장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제언을 내놨다.

한우는 60%가 저지방·비선호 부위로 구이용에 비해 3분의 1 가격에 거래된다. 특히 1++ 등급은 3등급에 비해 3.3배 가량 높은 가격을 보인다.

이로 인해 사육 농가들은 소의 지방량을 늘리고 체중을 늘리기 위해 사육 기간을 최대한 연장하고 있다.

저지방·비선호 부위를 숙성해 육류의 연도를 높여 소비자의 선호에 맞출 경우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농경연의 설명이다. 비선호 부위의 가격 상승은 사육 기간 단축을 통한 생산비 절감 효과도 일으킬 수 있다.

다만 국내에서는 소비자가 숙성육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하고 있는 데다 다양한 방법의 숙성이 시도되면서 소비자는 숙성육에 대한 선호를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농경연은 공인된 숙성 기준을 만들어 소비자들이 품질을 예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농경연 관계자는 "정부가 숙성 과정을 연구해 연도관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며 "숙성육 표준화 작업은 시장 성장은 물론 국가 전체의 사료 사용량 감소 효과도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