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내수 미약해 경기 개선 제약…중동·美 대외 불확실성 확대"

반도체 제외한 광공업 생산 감소…서비스업·건설업 부진 계속
소비·투자도 부진 지속…수출은 회복세 계속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News1 윤일지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최근 반도체 중심의 수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내수가 미약해 경기 개선을 제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KDI는 7일 발표한 '2024년 8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높은 수출 증가세가 지속되었으나, 내수는 미약한 수준에 그치며 경기 개선을 제약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6월 전산업생산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0.5% 증가했다. 건설업의 위축으로 5월(2.3%) 대비 증가폭이 축소됐다.

광공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3.8% 늘었다. 자동차(-4.1%), 전기장비(-18.7%) 등 반도체를 제외한 부문(-1.6%)은 감소 전환했으나, 반도체(26.9%)의 높은 증가세에 힘입어 양호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서비스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0.5% 늘어나는 데 그치며 5월(2.1%) 대비 상승률이 축소됐다. 도소매업(-3.7%), 숙박 및 음식점업(-1.2%) 등이 감소한 영향이다.

건설업 생산은 -4.6%로 큰 폭으로 감소하며 위축된 모습이었다.

KDI는 "반도체 경기가 생산과 수출 증가세를 견인하고 있으나, 반도체를 제외한 부문의 생산이 다소 정체된 가운데 소매판매액과 투자가 감소하는 등 내수는 부진한 모습"이라고 했다.

소비는 상품소비가 부진한 가운데 서비스 소비도 점차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6월 소매 판매액은 전년 동월 대비 3.6% 감소해 5월(-2.9%) 대비 감소폭이 커졌다. 승용차가 21.4% 대폭 감소한 가운데 의복(-4.6%), 음식료품(-2.8%) 등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다만 해외여행이나 해외소비와 밀접한 부문에서는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6월 면세점 소매판매액은 전년 동월 대비 10.3% 증가했고, 2분기 온라인 해외 직접 구매(경상금액 기준)도 중국(64.8%)을 중심으로 25.6%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설비투자 또한 기저효과 등으로 2.7% 감소해 5월(-1.5%) 대비 감소폭이 확대됐다. 다만 전년 동월 대비 8.1% 감소한 반도체제조용기계는 5월(-28.8%)보다 감소폭이 크게 줄며 극심한 부진이 완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건설투자는 건축 부문을 중심으로 감소폭이 확대되는 등 부진한 흐름을 지속했다. 6월 건설기성(불변)은 건축부문(-9.7%)을 중심으로 감소폭이 5월 3.0%에서 4.6%로 확대됐다.

지난달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3.9% 증가해 양호한 회복세를 유지했다. 국가별로는 대미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9.3% 늘며 증가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중국 수출 14.9%늘며 IT 품목을 중심으로 증가폭이 확대됐다.

6월 취업자 수는 5월(+8만 명)에 이어 9만 6000명의 낮은 증가폭을 기록하며 고용 여건이 점차 조정되는 추세를 보였다.

건설업의 감소폭이 건설경기 부진, 폭염 등의 영향으로 확대됐고, 제조업의 증가세도 둔화됐다.

다만 KDI는 "실업률은 2.8%로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어 고용 여건의 조정속도는 완만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7월 소비자물가는 공업제품을 중심으로 전월(2.4%)보다 높은 2.6%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석유류가 유류세 인하폭 축소와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해 6월 4.3%에서 7월 8.4%로 상승폭이 대폭 커졌다.

KDI는 "석유류가격 급등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소폭 확대됐으나, 기조적 물가상승세는 물가안정목표와 유사한 수준을 지속했다"고 평가했다.

세계경제는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완만한 성장 흐름이 유지될 전망이나, 무역 갈등 고조,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 등 경기 하방 위험도 상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KDI는 "최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 고조, 미국의 경기침체 우려 등으로 대외 불확실성이 다소 확대됐다"고 했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