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먼데이' 증시 급락에도…정부는 '신중모드' 왜?
코로나19 약세장 땐 공매도 금지·증안펀드 조성 등 적극 조치
"과거 트리플 약세와 달라…실물 전이 주시하며 시장안정 모색"
- 전민 기자, 박동해 기자
(서울·세종=뉴스1) 전민 박동해 기자 = 미국발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로 국내외 증시가 폭락한 가운데 정부는 시장안정 조치 여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관계부처가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유지하며 시장 상황을 점검하는 가운데 일단 직접적인 개입에는 신중한 모습이다.
5일 코스피는 전날 대비 234.64p(8.77%) 하락한 2441.55로 마감했다. 지난 2008년 10월 24일(-10.57%) 이후 약 16년 만에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하락 폭(234.64p)으로 따지면 장중, 종가 모두 포함해 역대 최대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다만 시장에 대한 직접개입 등을 비롯한 후속 조치를 두고는 신중한 스탠스를 유지하고 있다.
과거 코로나19 팬데믹 확산 우려로 코스피 지수가 1500선을 내주는 등 급락장세가 펼쳐진 2020년 3월 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시장안정 조치를 내놨다.
금융위원회는 코스피와 코스닥, 코넥스 시장 상장종목 전체에 대한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으며, 급격한 원화 약세에 대응해 600억 달러 규모 한미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또 10조 원을 웃도는 규모의 채권시장·증권시장안정펀드, 6조 원대 규모의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 발행, 선물환포지션 확대 등 적극적으로 금융시장 불안에 대응했다.
다만 이번 주식시장 급락의 경우 과거 코로나19발 약세장 당시와는 차이가 있다는게 정부 설명이다. 당시에는 주식시장뿐만 아니라 채권과 원화가 '트리플 약세'를 보였으며, 실물경제 역시 셧다운, 거리두기 등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3.6원 오른 1374.8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식시장에 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으며,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는 1400원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는 모습이다.
국고채 금리와 회사채 금리는 금리인하 기대에 더해 안전선호가 강해지면서 10bp(1bp=0.01%) 이상 일제히 하락(채권가격 상승)했다.
따라서 관계부처는 당분간 금융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 여부를 논의할 방침이다. 이번 주식시장 급락이 미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하위 고용지수, 실업률, 비농업 고용 지표의 악화로 인한 미국발 'R의 공포'에서 촉발된 만큼 실물경제 전이 여부에도 촉각을 곤두세운다는 방침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확대간부회의에서 "미국 경기둔화 우려 부각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가운데 중동의 지정학적 불확실성도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며 "관계기관과 함께 높은 경계심을 갖고 24시간 모니터링 체계를 유지하고 필요시 컨틴전시 플랜에 따라서 긴밀히 공조 대응해달라"고 당부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주식시장의 특징상 직접적 대응이나 정부개입이 적절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며 "유관기관이 경계심을 굉장히 높여서 보고 있으며, 해외 금융시장 등 상황을 보며 시장상황에 맞게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시장안정 메시지 등을 준비하며 다각도로 점검하고, 일단 시장이 심리적 안정을 취한 다음에 (조치)해야 할 것"이라며 "시장 안정을 위해 노력하면서 실물로 전이되거나, 자금시장 불안까지 가지 않도록 면밀히 차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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