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 '1만30원' 고시…'1만원 시대' 열렸다

열흘간 노사 이의신청 '0건'…월 기준 209만 6270원
노사 실리 찾은 영향도…'졸속심의' 최임위 운영방식은 개선

서울의 한 대형마트 시식 코너에서 파견업체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다. 2024.7.1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이 '시급 1만 30원'으로 확정됐다. 월 급여(209시간 기준)로는 209만 6270원이다. 열흘간의 이의제기 신청접수 결과 노사 양측에서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서 최저임금은 그대로 결정됐다.

이의제기 절차가 형해화한 탓도 있지만, 올해 최저임금 협상에서 노사 모두 나름의 실리를 찾았기 때문이란 해석도 나온다.

5일 고용부에 따르면 이날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9860원)보다 1.7%(170원) 오른 시간당 1만30원으로 최종 확정하는 안을 고시했다. 고용부 지난달 29일까지 열흘 동안 이의제기 신청을 접수했는데, 단 한건의 의견접수도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시급을 1만 30원으로 결정해 고용부에 넘길 때만 해도 노사 모두 만족하지 못한 결과였던 탓에 이의신청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단 1건'의 반대 의견 없이 최임위 결정을 수용한 배경에는 이의제기 신청 절차가 소위 요식행위로 전락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저임금법 9조에는 '고용부장관은 근로자를 대표하는 자나 사용자를 대표하는 자가 고시된 최저임금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 이의가 이유 있다고 인정되면 그 내용을 밝혀 최저임금위원회에 재심의를 요청해야 한다'고 돼 있다.

하지만 실제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된 1988년 이후 이 같은 이의제기 신청이 받아들여진 경우는 전무하다.

또 다른 배경에는 올해 최저임금 결정 과정에서 노사 양측 모두 나름의 실리는 챙겼다는 해석도 있다.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열린 제11차 전원회의에서 2025년도 적용 최저임금액이 10,030원으로 결정되며 이인재 위원장이 사용자 위원들과 인사하며 퇴장하고 있다..2024.7.12/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노동계는 사상 최초 최저임금 '1만 원(시급 기준)' 시대를 열었다는 데 의미를, 경제계는 올해대비 '1.7%' 인상 수준에서 방어했다는 것에 양측 모두 얻을 수 있는 것은 얻었다는 얘기다.

노동계 입장에서는 숙원이었던 최저임금 '1만 원' 시대를 쟁취했다. 제도 도입 후 37년 만이다. 물론 물가변동에 따른 실질소득의 체감 효과는 미미한 수준이라는 게 노동계 입장이다.

하지만 여타 주요국들과 비교해도 '1만 원' 돌파는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

이웃나라인 일본의 경우 오는 10월부터 적용될 전국 평균 최저임금 기준 인상률이 5%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인상했음에도 전국 평균 최저임금 시급은 1054엔(약 9460원)이다.

물론 일본은 최저임금을 지역별로 차등적용하고 있는 탓에 우리나라와 단순 비교하는 데 무리가 있다. 하지만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은 미국이나 영국과 독일 등 유럽 선진국들을 제외하면 아시아권 국가 중 높은 편에 속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해 주요 업종별 시간당 임금 총액 대비 최저임금 수준을 중위 임금 대비 65.8%로 추산했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61.3%는 물론 주요 7개국(G7) 국가 평균 52.0%보다 높다는 게 경총의 의견이다.

반면 경영계로서는 최저 수준인 '1.7%' 인상 선에서 저지했다는 것에 의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인상률만 따지고 보면 코로나19 팬더믹 때인 2021년도 최저임금 인상률(2020년 결정) 1.5%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한편, 올해 최저임금 심의과정에서도 '졸속' 비판이 나오자 고용부는 최임회 회의 제도와 운영방식에 대한 개선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최저임금 최종 고시일인 8월 5일 이후 전문가와 현장 등이 참여하는 논의체를 구성해 저임금 근로자와 영세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깊이 있게 고민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