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세 폐지' 공식화한 정부…부자감세론 '巨野'의 벽 넘을까

이 전 대표 '재유예·공제확대' 기류변화에도 다수는 반대 여전
기재부 "야당에 충분히 설명하면 접점 찾을 것…후퇴 말할 시점 아냐"

지난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6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 News1 안은나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정부가 내년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공식화하자 야당 내에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는 금투세 유예, 나아가 완화를 언급했지만, 당내서는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5일 발표한 '2024년 세법개정안'에서 금투세 폐지를 담아 공식화했다.

금투세는 국내 주식 수익이 연 5000만 원, 기타 금융상품 수익이 연 250만 원을 넘을 경우 초과분에 대해 최대 27.5%를 세금으로 부과하는 제도다. 지난 2020년 당시 자본소득 과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그러나 개인투자자와 금융투자업계 등의 반대에 부딪혀 2023년에서 내년도로 시행 시기가 미뤄졌다. 이후 금투세 시행 시 주식시장 자금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계속되자 정부는 폐지를 공식화한 바 있다.

다만 거대야당의 동의를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최근 이재명 전 대표가 금투세 유예, 완화를 언급하면서 이전에 비해 기류가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반대가 심한 상황이다.

이 후보는 최근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기본공제액을 연 1억 원, 5년간 5억 원으로 두 배 확대하고 도입을 상당 기간 미루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반면 민주당 내 최대 의원모임인 더좋은미래는 "과세 대상이 극소수에 불과한 금투세의 시행 유예는 곧 자본시장 초고소득자에 대한 사실상의 부자감세"라며 "더 이상의 유예에 반대하며, 과거 여야 합의대로, 현행법에서 예정한 대로 금투세를 내년부터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금투세는 이미 한 번 유예가 됐기 때문에 예정대로 시행돼야 한다"면서도 납세 방식 등 부분적인 손질은 가능하다고 밝혔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세법개정안 사전 브리핑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며 정정훈 세재실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News1 김기남 기자

정부가 금투세를 폐지하려는 이유는 주식시장의 자금이탈 우려 때문이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주요국 대비 튼튼하지 않은 상황에서 금투세를 과세할 경우 투자심리가 크게 타격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야권 등 금투세 시행을 주장하는 쪽은 '과세 형평성'을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현행 제도에서는 주식의 배당소득에 대해서는 14.6%의 분리과세를 하거나, 일정 수준을 넘으면 종합과세를 하고 있다. 반면 시세차익 등을 통해 얻는 자본이득은 10억 원이 넘지 않으면 비과세다. 이는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조세원칙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또 금융 과세체계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고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재 미국·영국·독일·일본 등 대다수의 주요국은 주식 자본이득에 대해 과세하고 있다. 대만 정도만 우리나라와 같이 비과세하고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보고서에서 "금융세제는 기본적으로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과세 원칙을 구현하고 금융투자 상품 간 동일 과세체계 확립을 통한 과세 형평성을 제고하며 글로벌 스탠다드와의 정합성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조세 형평성 측면에서 금융투자소득세의 기본공제액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상반된 견해가 대립되는 상황에서 시행 여부는 자본시장에 미치는 장단기 영향과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에 혼란을 야기할 수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전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정부 내에서는 또 다른 생각을 가진 분들도 있지만, 세제실장 입장에서 말씀드리면 금투세는 결코 근본적으로는 완전히 문제 있는 세금은 아니다"라면서 "자신 있게 시행할 수 있는 날이 오면 개미 투자자들도 좋고, 과세 형평성도 확보하는 측면에서 필요하지만, 지금은 모든 정책의 우선순위가 과세 형평성에 있을 수만은 없다"고 했다.

정 실장은 "우리 경제의 균형 성장과 좀 더 큰 미래를 바라보는 조세 정책을 펼쳐야 하므로 현시점에서 (시행은)아니다"라며 "그것도 단순한 유예 정도로 끝날 일이 아니고 우리 시장의 보호 장치, 성장할 수 있는 여력 등이 확보될 때까지 확실하게 없애는 게 맞는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내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민주당은 다음 달 18일 전당대회가 끝난 이후 본격적인 금투세 관련 논의에 착수할 전망이다.

정 실장은 국회 통과 전망에 대해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2년 전에 저희들이 2년 유예안을 제시했을 때도 적절한 타협점을 찾았다"며 "이번 국회에서도 저희들이 진정성을 가지고 야당에 충분히 설명하면 충분히 접점을 찾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내다봤다.

재유예 가능성에 대해서는 "최종적으로 여야와 정부가 협상하면서 결정해야 될 문제인데 현시점에서 어떤 안을 가지고 있다, 어디까지 후퇴할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릴 수 있는 시점은 아니다"라며 "현재 입장은 어쨌든 정부는 폐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