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3%p' 모자란 상반기 경제 성적…고물가·고금리에 지갑 '꾹'

2분기 GDP 0.2% 역성장…상반기 기준 2.77% 성장
전망치 0.13%p 미달…민간소비·설비투자 하회 영향

(자료사진) /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올해 2분기 경제 성장률이 시장 예상만 아니라 두 달 전 한국은행의 전망보다도 0.13%포인트(P) 소폭 부진하게 나타났다.

특히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등 내수가 기대에 못 미쳤다. 고물가·고금리가 길어지면서 가계·기업의 소비·투자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26일 한은 등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총생산(GDP) 실질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2.77%를 기록했다.

한은은 지난 5월 경제 전망에서 상반기 경제 성장률을 2.9%로 제시한 바 있다.

상반기 성장률이 예상치를 0.13%P 밑돈 상황이다.

세부적으로는 '민간소비'가 전망치에 크게 미달했다. 한은은 상반기 민간소비 성장률을 1.4%로 전망했으나 실제는 0.99%를 기록했다.

민간소비 성장률이 예상을 0.41%P 하회한 셈이다.

이 밖에 설비투자, 지식재산생산물투자도 한은의 5월 전망보다 부진하게 나타났다.

반면 건설투자, 수출은 한은 전망보다 나은 모습을 보였다.

고물가·고금리 장기화로 인해 내수의 양대 축인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위축됐고, 이에 상반기 경제 성적이 당초 기대를 밑돈 상황으로 풀이된다.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이인규 지출국민소득팀장(왼쪽부터), 신승철 경제통계국장, 강창구 국민소득총괄팀장, 하남영 국민소득총괄팀 과장이 참석한 가운데 2024년 2/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 설명회가 진행되고 있다. /뉴스1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전날 설명회에서 "내수가 지난해 계속 좋지 않은 흐름을 보이다 올해 1분기 잠깐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2분기 다시 조정되면서 부진한 흐름을 계속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민간소비가 전망을 밑돈 것은 특별한 요인보다 전반적으로 고물가·고금리 영향이 이어졌기 때문"이라며 "설비투자는 지난 5월 전망 당시만 해도 반도체 제조업체들이 국내 투자를 많이 할 것이라는 계획이 있었고 항공기 도입도 예정됐으나 실제로는 투자 시점이 상반기 이후로 지연된 영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소비에 악영향을 미친 것은 '고금리'가 아닌 '고물가'라고 한은은 진단했다.

신 국장은 "소비 심리에는 물가 영향이 더 크다"며 "민간 소비 회복세가 이같이 약했던 것은 금리보다 물가 요인이 더 클 것"이라고 추측했다.

한은은 추후(하반기) 민간소비 개선을 내다본 배경으로 물가 안정 기대를 꼽기도 했다. 신 국장은 "민간소비 회복은 금리보다 물가 안정이 더 전제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도 "고용 둔화가 이어지고 있으나 물가 안정 확대 속 금리 인하 기대가 시장금리 하락으로 이어져 소비 심리가 바닥에서 반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가계부채 증가 등에 아직 안갯속인 터라 내수 회복을 확신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물가 둔화에도 주택 관련 대출 등 가계부채가 증가하면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에 불확실성이 상존해 내수 회복 속도는 다소 더딜 수 있다"며 "하반기 한국 경제는 내수 온기 확산 여부가 중요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하반기 초입 경기 상황에 따라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소폭 내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성장세가 기존 전망보다 가팔라지지 않는다면 8월 전망에서 한은은 올해 성장률을 소폭 하향 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