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조+α' 체코원전 수주…'탈원전 5년' 아픔 단번에 씻었다

'K-원전' 유럽 첫 진출…폴란드 등 추가 수주 기대
관련업계 막대한 '낙수효과'…원전생태계 복원 가속도

한국수력원자력이 '24조 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을 수주하는데 성공했다. 원전 수출로는 사상 최대이자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에 이룬 쾌거다. 사진은 체코 신규원전 예정부지 두코바니 전경.(대우건설 제공) 2024.7.1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을 주축으로 한 '팀코리아'가 24조 원 규모의 체코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을 사실상 수주하는 데 성공했다. 최종계약까지는 아직 8개월여 남았지만, 사실상 9부 능선을 넘은 것으로 K-원전은 원전 본산지인 유럽 무대에 첫 깃발을 꽂는 쾌거를 이뤄냈다.

이번 성과는 단발성 수주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막대한 낙수효과 및 추가 수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되면서, 전 정부 5년간 '탈(脫)원전' 정책으로 위축됐던 국내 원전산업 생태계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K-원전' 유럽 무대 첫 쾌거…막대한 낙수효과, 추가 수주 기대감↑

20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 등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 18일 체코 정부로부터 두코바니 지역에 1000㎿(메가와트)급 원전 2기를 짓는 신규 원전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됐다.

체코 정부 추산 총사업 24조 원이 투입되는 '체코 역사상 최대 투자 프로젝트'다. 한국형 원전의 해외 수출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의 쾌거이기도 하다.

우선협상자로 선정된 한수원은 체코 발주사인 체코전력공사(CEZ)의 자회사 두코바니Ⅱ 원자력발전사(EDUⅡ)와 연말까지 세부 계약 협상을 진행한 뒤, 내년 3월쯤 최종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한수원은 오는 2029년 착공에 들어가 2036년에는 상업 가동을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수원과 한전기술, 한국원자력연료, 한전KPS(051600), 두산에너빌리티(034020), 대우건설(047040) 등으로 꾸려진 '팀코리아'는 이번 수주전에서 상업용 원전 종주국인 프랑스를 안방인 유럽 무대에서 꺾으면서 '세계 최고 원전 수출국'의 반열에 단숨에 올라섰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팀코리아가 원전 강국 프랑스를 따돌릴 수 있었던 비결은 '온타임 위딘버짓'(on time & within budget) 전략이 주효했다. 정해진 예산 내에서 최적화된 원전을 적기에 공급하는 '맞춤형 원전 건설' 제안이 체코 정부의 마음을 움직인 것이다. 앞선 기술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체코 정부 역시 이날 낸 보도자료에서 요제프 시켈라 산업통상부 장관의 발언을 인용, 한수원의 '온타임 위딘버짓' 전략이 우선협상자 선정 과정에 중요하게 작용했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75주년 정상회의가 개최된 미국 워싱턴DC 월터 E. 워싱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체코 정상회담에서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7.1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탈(脫)원전' 후 위축됐던 원전 산업계…원전생태계 빠른 회복 기대

지난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기조 속 위축됐던 국내 원전산업계에도 이번 체코 신규 원전 사업 수주가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올 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원자력산업협회가 발표한 '원자력산업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현 정부의 친원전 정책 추진 이후 국내 원자력산업계의 매출·투자·인력·해외수출계약실적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원자력산업 분야 매출은 3조 8374억 원 증가(21조5860억 원→25조4234억 원)했고, 원자력 이용률은 7.1%p(74.5%→81.6%), 원자력 발전량 점유율도 2.2%p(27.4%→29.6%) 늘어났다.

원전업계에서는 이번 체코 원전 수주로 막대한 '낙수효과'가 발생하면서, 관련산업이 더욱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당장 이번 수주전 승리에 따른 '팀코리아' 소속 기업들의 수혜가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원전 1기 수주 시 한전기술은 설계용역과 관련해 수주금액 중 10~15%, 두산에너빌리티와 관련 기자재 업체들은 20~25%, 대우건설 등 시공사는 30~40%의 수주를 예측했다. 이는 적정 공사 기한인 10년 이내로 가정한 추산치다.

대신증권은 체코 원전 총사업비 24조 원 중 순공사비를 약 19조 4380억 원으로 추정했다. 이중 두산에너빌리티가 주기기와 주설비 공사 등으로 8조 5480억 원, 계통설계를 담당하는 한전기술은 약 3조 6110억 원, 시운전·정비 등을 담당하는 한전KPS는 1조 7860억 원을 공사비로 받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업체와 연관된 국내 원전 관련 기자재 업체에도 일감이 돌아가는 만큼 국내 원전생태계에 활력이 돌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형 원전의 첫 유럽 진출로 인해 추가 수주 가능성도 커졌다. 체코 외에 폴란드, 네덜란드, 루마니아 등도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다. 한수원은 이미 폴란드 퐁트누프 원전 사업자 선정을 위해 발주사와 타당성 조사용역 계약체결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네덜란드와 핀란드 또한 최근 추가 원전 도입을 위한 타당성 조사를 진행 중이다. 스웨덴도 지난해 8월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2045년까지 최소 10기의 추가 원전 도입을 발표했다.

황주호 한수원 사장은 지난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체코 원전 수주 관련' 브리핑에서 "네덜란드는 현재 타당성 조사 용역을 진행하고 있고, 이후 입찰 준비를 할 것"이라며 "핀란드나 스웨덴과도 지속적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추가 수주 작업이 이미 진행 중임을 밝혔다.

한편 중소기업중앙회는 같은 날 입장문을 통해 "그동안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중소기업계는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며 "체코 신규 원전 프로젝트로 대기업에 납품하는 국내의 수많은 원전 중소기업에도 낙수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