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식용 종식법' 지원안 기존보다 후퇴…업계 "정부가 사지로 내밀어"
정부, 개식용 종식 특별법 시행령 재입법예고
도축장 전업 지원 삭제…전·폐업시기 차등 지원도 지워
- 임용우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에 따른 새로운 지원안이 기존보다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업계에서는 재정당국인 기획재정부의 개입 때문이라고 지적하며 반발하고 있다. 이에 국제적으로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정부와 여야가 함께 추진한 개 식용 종식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는 개 식용 종식 특별법 시행령을 재입법예고하고 전날까지 의견을 수렴했다.
재입법예고안은 지난 5월 농식품부가 예고했던 시행령보다 지원대상·기준 등을 구체화했다.
하지만 시행령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업계의 전·폐업에 대한 지원안이 대거 축소됐다.
먼저 개 사육 농장의 폐업 이행을 촉진하기 위한 재정적 지원 등을 폐업 시기에 따라 차등 지원하는 규정이 삭제됐다.
또 도축장이 전업을 희망할 경우 시설과 운영자금을 지원하던 내용도 제외됐다. 폐업을 희망할 때만 시설물 잔존가액을 지원하도록 했다.
개 식용 유통업자와 식품접객업자(식당) 등도 전업에 필요한 시설·운영자금을 지원받을 수 없게 됐다. 이들에 대한 지원은 폐업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 사업과 연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지원 폭을 대거 줄인 것에 대해 관련업계에서는 주무부처인 농식품부가 아닌 기재부가 개입하면서 자신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다고 지적한다.
장인실 전 대한육견협회장은 "처음 만들어졌던 시행령이 갑자기 바뀐 것은 예산을 담당하는 기재부가 지원에 인색했기 때문으로 보인다"며 "(개 식용 종식 특별법 통과로)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아 벼랑 끝으로 내몰린 상황에 지원안까지 축소되니 황당하고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특히 개 도축업계의 반대 목소리가 격렬하다. 시설에 대한 잔존물에만 지원이 가능하도록 시행령이 예고된 탓에 정부와 정치권에 대한 신뢰가 하락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명진 전국육견상인회 사무총장은 "불과 10일 전에 열린 국회에서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과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원을 약속했는데, 전업 지원 규정이 삭제된 것은 기재부의 입김이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 재산권, 생업을 강제로 법으로 못하게 하면서 정당한 보상, 지원을 배제한다는 건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또 같은 개 식용 업계 종사자인 사육농장, 식당과의 형평성도 문제로 제기되며 정부와 업계 간 갈등이 더욱 첨예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사육농장은 이번 시행령에서 전·폐업 지원은 물론, 철거비 등에 대한 지원, 식당 시설, 물품 등 교체비용도 지원 가능하도록 규정됐다.
반면, 도축장은 전업을 희망할 경우 융자지원만 가능하도록 시행령이 마련됐다.
정부는 시행령에 대한 의견 검토를 거쳐 8월 7일 공포할 예정이다.
박 사무총장은 "유통상인, 식품접객업자는 모두 사업자등록을 한 개인사업자들로 성실하게 납부의 의무를 다하고 있음에도 식품위생법상 불법이라는 이유로 지원에서 배제되고 있다"며 "실질적으로는 종사자들을 사지로 내미는 시행령으로 관련 단체들과 함께 행동에 나설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phlox@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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