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모두 "불만" 최저임금 1만원…이의신청엔 '온도차'
노동계, 역대 두 번째 낮은 인상률에도 차분한 행보
경영계는 이의신청 예고…심리적저지선 '1만원' 돌파 영향
- 이정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최저임금 '1만 30원' 결정에 대해 노사 모두 불만을 표하면서도, 향후 이의신청 여부에 대해서는 온도차가 나타나고 있다.
매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인상률을 이유로 반발해 온 노동계는 한결같이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구조에 대해선 비판하면서도 사상 첫 '1만 원' 시대를 열었다는 상징성에서 그나마 올해 협의 성과를 찾은 모습이다.
반면 경영계는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의 인상률로 '수세'에 성공한 듯했으나,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심리적 저지선인 '1만 원'의 벽이 무너지면서 여진이 이어지는 양상이다.
15일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고용부는 이번 주 초 최임위로부터 넘겨받은 2025년도 최저임금 심의·결정액을 고시할 예정이다. 고시 당일부터 10일 동안 이의신청 접수를 진행, 심의과정에 별다른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내달 5일 최종 확정된다.
지난 1988년 최저임금제 도입 후 단 한 번의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진 적도 없다는 점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1만 30원'은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이 크다.
최임위는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9860원)보다 1.7%(170원) 오른 시간당 1만 30원으로 결정했다. 월 급여(209시간 기준)로는 209만 6270원이다. 최저임금 '1만 원' 시대가 열린 것으로, 이는 제도가 도입된 1988년 이후 37년 만이다.
다만 인상률을 놓고 보면 코로나19 팬더믹 때인 2021년도 최저임금 인상률(2020년 결정) 1.5%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이의신청 절차를 앞두고 올해 최저임금 결정을 바라보는 노사의 분위기는 이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률이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을 기록한 상황에서 노동계는 이례적으로 차분한 행보를 보이고 있고, 오히려 경영계에서의 반발이 더 현실화하는 양상이다.
소상공인이 중심이 된 프랜차이즈업계는 최임위 심의가 마무리된 지난 12일 당일 입장문을 내 '심의 재고'를 촉구하고 나선 상태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산하 1000여 개 회원사 및 소속 12만여 개 가맹점사업자는 "역사상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라고는 하나 경영애로가 극심한 상황에도 최저임금이 오히려 심리적 지지선인 1만 원을 넘겼다는 사실은 업계에 큰 좌절을 안겨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용부가 향후 내년도 최저임금 고시 후 예상되는 이의신청 검토 시 이 같은 업계의 어려운 사정을 감안해 최저임금위 재심의 요청도 함께 고민해 주실 것을 요청드린다"고 호소했다.
같은 날 중소기업계와 소상공인연합회(소공연)도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이들은 "현실을 외면한 무책임한 결정"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중소기업계 목소리를 대변한 중기중앙회는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를 갚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과반에 달하고, 파산과 폐업이 속출하는 경제상황을 감안했을 때 중소기업계가 간절히 요구했던 동결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매우 아쉬운 결과"라고 했다. 소공연은 "이번 결정으로 소상공인의 경제적·심리적 마지노선인 최저임금 1만 원의 벽도 무너졌다. 이제 소상공인은 신규 고용은 시도하기조차 어렵고 고용유지까지 고심해야 하는 구조가 됐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반면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등 양대노총은 줄곧 제기해 온 최임위 회의방식을 뜯어고치는 정책 입법 활동에 매진하겠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이의신청' 가능성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상황이다.
지난 12일 한국노총은 "제한된 조건 속에서 결정된 시급으로 아쉬운 결정이라는 점을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사유에 대해선 "본격 심의 전부터 업종별 차별 적용 주장, 사용자 편향적 공익위원 임명 등 비정상적 구성 속에서 대단히 제한된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며 최임위 운영방식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향후 이와 관련한 개선 노력 의지를 표명했다.
최임위 표결 당시 참여하지 않았던 민주노총 측 이미선 부위원장도 "처음부터 끝나는 순간까지 답정너로 진행된 과정이 있었다"면서 "지금 최저임금 자체가 안고 있는 문제점들이 법 제도 개선에서 극복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최저임금에서 말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최저선이 될 것"이라며 최임위 자체에 대한 개선 노력에 무게를 실었다.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인상률에도 노동계에서 '이의신청' 언급이 나오지 않은데는 사상 첫 1만 원 시대가 열린 상징성을 소기의 성과로 평가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또한 최저임금 도입 후 이의신청이 사실상 단 한 번도 받아들여진 적이 없을 정도로 유명무실한 상황에서 굳이 실효성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최임위 노동계 관계자는 "노조 등 노동자단체 등에서 잡히는 특별한 움직임도 없다"면서 "(이의 신청이라는 절차가)실효성도 없는 상황에서 굳이 재심의를 요구해야 할지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고 전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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