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만에 해치운 '최저임금'…올해도 '열쇠'는 공익위원 손에
최초안 제시 4일만에 결정…결국 표결, 공익위원 결정적 역할
'졸속 심의' 논란도…한국노총 "명백한 실질임금 삭감"
- 이정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최저임금 '1만 원' 시대가 열렸다. 최저임금을 심의·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노사가 최초 요구안을 제시한지 불과 4일 만에 속전속결로 내년도 최저임금액을 1만30원으로 결정했다.
올해도 최저임금 결정의 키(key)는 공익위원들이 쥐고 있었다. 최임위는 사실상 공익위원이 제시한 '중재안'에서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했다.
12일 최저임금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부터 밤 12시까지 이어진 10차 전원회의에서도 노사 간 최저임금액 요구안 간극이 좁혀지지 않자 차수 변경을 통해 이날 새벽까지 11차 전원회의를 이어갔다.
최저임금 법정 심의기한(매년 6월27일)은 이미 훌쩍 지난 상황에서 심의를 마무리 짓기 위한 마라톤 회의였다.
회의 개시 후 노사는 각각 5차례에 걸쳐 수정안을 제시했다. 4차 수정안이 나온 후에도 노사 간 간극이 좁혀지지 않자 공익위원들은 양측에 최종안 제시를 요구했다.
이후 자정을 넘긴 시각, 차수 변경 끝에 공익위원들은 심의촉진구간으로 1만∼1만 290원을 제시했다.
이어 노사 5차 수정안인 최종안이 나왔고, 표결 끝에 새벽 2시 30분쯤 경영계 안인 1만 30원이 내년 최저임금으로 확정됐다.
지난 9일 9차 전원회의에서 노사가 각각 최저임금 최초제시안을 공개하고 본격적인 임금 인상 폭을 논의하기 시작한 지 불과 4일 만이다.
이인재 최임위 위원장은 회의 종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심의를 하다 보면 분위기라든지, 여러 부분을 따져봤을 때 언제쯤 급진전될 수 있겠다 이런 것들이 있다"며 "제가 판단하기에는 오늘 정도면 가능하겠다고 생각했다"고 빠른 심의 결정의 배경을 밝혔다.
실제 올해 최임위는 역대 최장 심의일수를 기록한 지난해의 절반 수준에서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지난해는 최임위 전체 심의일수는 110일이었는데, 올해는 53일 만에 끝났다.
빠른 심의 과정에 대해선 긍정 평가도 있지만, 노사 합의 없는 '졸속 심의'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노·사·공 합의를 통한 최저임금 결정은 1988년 최저임금 제도가 도입된 이후 7번에 그쳤다. 최근으로 보면 2008년 결정된 2009년도 최저임금이 마지막이었다.
그나마 올해는 노사 간 간격이 최종안에서 노동계 1만120원, 경영계 1만30원으로 대폭 줄면서 합의 가능성이 보이기도 했지만 끝내 성사되지는 않았다.
공익위원들이 제시한 심의 촉진구간에 대한 반발도 이어졌다. 민주노총 측 근로자위원 4명은 공익위원이 제시한 심의 촉진구간이 '최저임금 결정기준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면서 마지막 최종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이들이 빠지면서 표결은 최임위 전체 위원 27명(근로자·사용자·공익위원 각 9명씩) 중 23명이 참여했고, 14대 9로 경영계 안의 승리로 돌아갔다.
한편 한국노총은 이날 성명을 내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명백한 실질임금 삭감"이라며 "1만 원이 넘었다고 역사적이니 뭐니 호들갑 떨 일이 아니다"라고 비평했다.
한국노총은 "편파적 공익위원 구도에서 낮은 인상률로 결정된 최저임금을 돌이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면서 "하지만 하반기 한국노총은 플랫폼 특고노동자의 최저임금 적용, 업종별 차별적용 완전 철폐를 위한 입법활동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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