헛된 꿈이라던 '최저임금 1만원'…12년만에 현실로
노동계, 최저시급 4860원이던 2013년 '1만원 운동' 첫 시작
'허무맹랑한 주장' 반응도 있었으나 12년만에 결국 실현
- 나혜윤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내년부터 사상 처음으로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열리게 됐다. 시급 1만원 돌파는 1988년 최저임금제도 도입 이후 37년 만이자, 노동계가 처음 '최저임금 1만원 운동'을 시작한 2013년 이후 12년 만이다. 당시 최저임금은 5000원에도 못 미쳐, 1만원 주장은 헛된 꿈이란 반응도 있었으나 결국 12년 만에 실현됐다.
최저임금위원회는 12일 내년도 최저임금을 올해(9860원)보다 1.7% 오른 시간당 1만 30원으로 결정했다. 최임위는 전날(11일) 오후 3시부터 12일 오전 2시 38분까지 12시간에 걸친 마라톤협상 끝에 표결로 최저임금을 의결했다. 월 209시간 기준 209만 6270원이다.
최저임금 최종안이 표결로 결정되면서 노사의 합의안 도출은 실패했으나, 노동계로서는 '시급 1만원'의 벽을 넘어서는 숙원을 이뤄냈다는 상징적인 의미를 얻게 됐다.
최저임금 1만원 운동은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에서 기호 7번으로 출마한 청소노동자 김순자 후보가 '최저시급 1만원' 공약을 내면서 노동계의 과제로 떠올랐고, 이듬해인 2013년부터 본격적인 운동으로 확산했다. 당시 최저시급은 4860원으로, 처음 1만원 슬로건을 내걸 때만 해도 허무맹랑한 요구라는 반응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후 노동계 안팎에서 시급 1만원 운동이 강하게 확산하면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됐다.
2013년 당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사용자위원들이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자 알바연대 및 최저임금 1만 원 위원회는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회관에서 이를 규탄하며 기습 고공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최저시급 1만 원'은 꾸준히 언급돼 왔다. 2017년 대선 때는 문재인·홍준표 등 주요 후보들이 '최저시급 1만원'을 공약했고, 이후 정권을 잡은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로까지 내세운 바 있다.
12년 만에 최저시급 1만 원이 실현되면서, 저임금 노동자들의 생활 안정에 실질적인 보탬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이번에 최초제시안으로 1만 2600원을 요구했던 노동계 입장으로선 대폭 인상하지 못한 아쉬움도 없지 않다. 이번 인상률 1.7%는 제도 시행 이후 역대 두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2021년 1.5%가 최저였다.
오랜 숙원을 해결한 노동계와는 달리 경영계는 최저시급 1만 원 돌파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사용자위원들은 최임위 전원회의 내내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의 어려움을 강조하며 최저임금 동결을 지속적으로 주장해왔다.
전날(11일) 제10차 전원회의에서도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 전무는 "최저임금이 이미 매우 높은 수준에 도달해 있어 같은 수준의 인상률이라도 20년 전에는 잔잔한 물결이지만, 이제는 해일에 빗댈 만큼 시장에 미칠 충격이 크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내년 최저임금 수준은 영세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생존할 수 있게 동결에 가까운 수준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 등은 최저임금이 2018년 한 해 16.4% 인상한 여파로 2017년 6470원에서 올해 9860원으로 52.4% 오르면서 부담을 토로해왔다. 매년 최저임금이 오르는 사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2017년 158만명에서 2023년 141만 명으로 17만 명이 줄었다. 반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15만 명에서 437만 명으로 22만 명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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