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준금리 3.50% '최장기간' 동결…한은 "인하시기 검토" 첫 언급(종합)

긴축기 첫 인하 검토 언급…"물가 목표 수렴 예상"
금통위 1년 반째 3.50% 기준금리 유지…12회 연속 동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1일 기준금리를 역대 최장기간 동결하면서 이제부터는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번 통화 긴축기 들어 처음으로 나온 금리 인하 검토 발언이다. 금통위가 실제 금리 인하 단행에 앞서 깜빡이를 켠 상황으로 해석된다.

금통위는 이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연 3.50%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했다.

이로써 지난해 1월 마지막 인상 이후 1년 6개월 '역대 최장기간' 같은 수준의 기준금리 운용이 이어지게 됐다.

금통위의 이번 동결 자체는 아직 물가 안정에 대한 확신이 더 필요하다는 신중론으로 평가된다.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분기 대비 1.3%라는 '서프라이즈'를 보이면서 한은의 신중 스탠스를 자극했다.

다만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달 2.4%를 기록하며 한은의 예상 경로에 부합한 데다 5월 금통위 이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정책금리 인하 기대가 오는 9월로 수렴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금통위는 이번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물가 상승률이 둔화 흐름을 이어가면서 목표 수준으로 점차 수렴해 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따라서 "향후 통화정책은 긴축 기조를 충분히 유지하는 가운데 물가 상승률 둔화 추세와 함께 성장, 금융안정 등 정책 변수 간의 상충관계를 면밀히 점검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특히 금통위는 국내 물가와 관련해 "완만한 소비 회복세, 지난해 급등한 국제 유가·농산물 가격의 기저효과 등의 영향으로 둔화 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 초반으로 완만히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지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5월 전망치(2.6%)를 소폭 하회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향후 물가 경로는 △국제유가 △환율 움직임 △농산물 가격 추이 △공공요금 조정 등에 영향을 받으리라고 예측했다.

하반기 중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가운데 시장이 '시그널' 격으로 해석하는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이날 등장할지 주목된다.

금통위가 만장일치 동결이 아닌 인하 소수의견이 1명 이상 존재하는 결정을 내렸다면 시장 내 8월 금리 인하설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된다.

만장일치 여부는 오전 중 한은 총재 간담회에서 확인될 예정이다.

7월 금통위 /뉴스1

이번 동결 결정은 시장 예상에 대체로 부합했다.

<뉴스1>이 금통위를 앞두고 국내 채권 전문가 10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전원이 이번 금통위에서 동결을 전망했다.

금통위는 코로나19 확산 당시인 2020년 기준금리를 0.5%까지 내린 이후 2021년 주요 선진국보다 먼저 인상에 돌입해 1년 반 동안 10회, 총 3%포인트(p)에 달하는 빠른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후 연속 동결에 들어가 지난 1월에는 '추가 인상 필요성' 문구를 삭제함으로써 추가 인상 여지를 사실상 없앴다. 지난 5월에는 통화 긴축 기조를 '장기간' 유지할 것이라는 문구를 삭제함으로써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시사했다.

시장은 한은이 8월 혹은 10월 이번 긴축 사이클상 첫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