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 멈췄다" 가계 여윳돈 47.8조↑…정부 순조달은 '최대'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지난 1분기 가계 여윳돈이 50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집값이 정체되면서 부동산 투자 열기가 시들해지고 자연스레 주택 관련 대출이 줄어든 영향이다.

반면 정부의 순조달은 50조원을 넘어서면서 역대 최대 규모를 경신했다. 총선에 앞서 체감 경기를 끌어올리기 위한 재정 조기 집행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됐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2024년 1/4분기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1분기 국내 부문의 순자금운용 규모는 26조2000억원으로 전분기(21.4조원)에 보다 4조8000억원 확대됐다.

순자금운용은 금융자산 거래액(자금운용)에서 금융부채 거래액(자금조달)을 뺀 값으로, 빌린 돈을 빼고 순수하게 예금·주식·펀드·연금 등의 자산으로 굴린 여윳돈을 뜻한다.

국내 여윳돈은 지난해 서서히 늘어나는 양상을 보였다. 고금리·고물가 여파로 가계 여윳돈이 지지부진한 모습을 나타낸 반면 기업 등 비금융법인의 순조달이 금리 상승, 경기 위축 등의 영향으로 급감했기 때문이었다.

올해 1분기의 경우 가계 여윳돈은 크게 확대됐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1분기 순자금운용 규모는 77조6000억원으로 전분기(29.8조원) 대비 47조8000억원 대폭 증가했다.

예금, 채권, 주식·펀드를 중심으로 자금운용이 증가(39조→79조원)했으나 은행대출 등 금융기관 차입이 줄어들면서 자금조달이 더욱 크게 감소(9.2조→1.4조원)한 결과였다.

특히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 투자 감소가 가계 여윳돈 증가의 배경으로 분석됐다.

정진우 한은 자금순환팀장은 "가계의 소득 증가율이 지출 증가율보다 낮아 기본적으로 가계 여유 자금 자체는 증가 폭이 둔화되는 상황"이라며 "다만 아파트 가격 등이 정체되면서 신규 분양, 건물 순취득 등 실거주가 줄어들어 결과적으로 여유 자금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정 팀장은 "가계의 조달 측면을 보면 주택담보대출 증가율이 전분기보다 둔화됐고 신용대출 증가율도 마이너스가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로써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지난해 4분기 93.6%에서 올해 1분기 92.1%로 1.5%포인트(p) 하락했다.

같은 기간 일반정부의 자금운용은 마이너스(-) 50.5조원으로 역대 최대 순자금조달을 경신했다. 전분기 순운용(8.6조원)에서 상당한 규모의 순조달로 돌아선 것이다.

정 팀장은 "정부의 수입보다 지출이 더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서민 체감 경기 개선을 위해 재정 조기 집행을 선포하고 실제로 재정 지출이 1분기 매우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부연했다.

특히 "중앙정부만 아니라 지자체에서도 사회복지 지출이 대거 집행됐다"며 "이에 자금 조달을 위한 국채 발행이 40조원 가까이 크게 늘어난 데다 한은 차입금을 포함한 금융기관 차입금도 약 29조원 증가했다"고 덧붙였다.

정부 순조달이 역대 최대 기록을 갈아치운 데에는 4월 총선 영향도 있었다.

정 팀장은 "올해 같은 경우 총선도 있었고 경기 침체가 굉장히 우려되는 상황이었기에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 등이 시급했다"며 "그런 취지에서 재정 지출이 급증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1분기 비금융법인은 기업 당기순이익 증가, 유무형 자산 투자 감소 등으로 순자금조달 규모(-1.6조원)가 전분기(-6.9조원) 대비 축소됐다. GDP 대비 기업부채 비율도 지난해 4분기 113.0%에서 지난 1분기 112.3%로 0.7%p 소폭 내렸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