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개월째 3% 웃도는 기대인플레…"2%대 안착 쉽지 않아"

누적된 물가 상승에 높은 체감 수준…공급망 차질·인건비 등 상방요인 산재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가정용 조미 김이 진열되어 있다. 2024.6.25/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세종=뉴스1) 김유승 기자 =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를 이어가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향후 1년간 물가 기대를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2년 넘게 3% 이상을 가리키고 있다.

높은 체감 물가가 진정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한 데다, 국제 정세와 공급망 문제로 인한 수입 물가 상방요인 탓에 당분간 기대인플레이션율 2%대 안착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소비자들이 내다보는 향후 1년간 물가 수준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은 3.0%로 전월(3.2%) 대비 0.2%포인트(p) 하락했다.

그러나 지난 4월부터 2개월 연속 2%대를 보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과 달리 '3%대' 선은 무너지지 않았다. 이로써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 2022년 4월(3.1%) 이후 2년 2개월 연속으로 3% 이상을 이어갔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실제 물가상승률과는 차이가 있지만, 높아지면 임금 인상 등 실제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어 통화정책 운용에 중요 참고 자료로 쓰인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좀처럼 하락하지 않는 원인으로는 소비자들의 여전히 높은 체감 물가 수준이 꼽힌다.

소비자들의 구입 빈도·지출 비중이 높은 144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5월까지 10개월 연속 전년 동월 대비 3.0%가 넘는 높은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4.5%까지 반등했던 생활물가는 올해 1월 3.4%까지 내린 후 3월엔 3.8%로 다시 올랐으나 지난 5월 가까스로 3.1%로 낮아졌다. 다만 개별 품목을 보면 사과(80.4%), 토마토(37.8%), 수박(25.6%) 등 매서운 상승률이 여전히 심심찮게 보인다.

지난 5월 실제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2.7% 올랐으나, 이달 소비자들은 물가가 1년 전보다 3.7% 높은 수준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다. 2024.6.19/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앞으로 기대인플레이션이 2%대로 자리 잡기 위해선 높아진 소비자 물가 체감도가 진정될 때까지 상당 시일이 더 필요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지난 24일 브리핑에서 "생활물가의 누적된 상승분이 여전히 높기 때문에 체감 물가가 낮아지고 있다고 느끼기엔 시간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내렸다가도 다시 오르곤 했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앞으로 물가가 안정적으로 내릴 거란 확신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해 7월 2.4%로 둔화했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월 3.8%로 반등했으며, 올해 1월 2.8%로 낮아졌으나 2월 재차 3.1%로 높아진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최근 홍해 사태 장기화, 파나마 운하 차질로 세계 해상운임이 강세를 보이고 있으며, 미국 대선 이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고조 가능성도 점쳐지는 터라 앞으로도 기대인플레이션율을 끌어올릴 요인이 가득하다는 점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동절기에 접어들수록 에너지 가격이 오를 수 있고 생활물가가 오른 것과 시차를 두고 인건비도 오를 수 있다"며 "상당 기간 기대인플레이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kys@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