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국가비상사태' 저출생 정책 대전환…'일·가정 양립'에서 답 찾았다

尹정부 임기 내 출산율 반등·2030년 합계출산율 1명 목표
'양육→일·가정 양립' 중심 전환…정책 효과 상시 평가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경기 성남 HD현대 직장어린이집을 방문, 어린이들의 종이인형 만들기 프로그램을 참관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6.19/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정부가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며 저출생 정책 패러다임 전환에 나섰다. 기존의 저출생 대책의 실패 인정과 반성에서 출발해 체감도가 낮은 정책은 구조조정하고 일·가정 양립과 양육, 주거 3대 분야를 핵심으로 대책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정책 시행 이후에도 국민 모니터링단 등을 운영하며 효과를 상시 점검하고 추가 대책을 검토할 예정이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는 지난 19일 위원회 회의를 열고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일·가정 양립 △교육·돌봄 △주거 및 결혼·출산·양육까지 3대 분야에서 핵심과제가 15개에 이르는 방대한 분량으로 구성됐다. 구체적으로는 육아휴직 확대, 영유아 돌봄 확대, 출산·결혼세액공제 등 재정 지원 확대, 주택 공급 확대, 이민정책 전환 등이 담겼다.

이를 통해 윤석열 정부 임기 내 합계출산율(지난해 기준 0.72명)의 반등 전환, 2030년까지 합계출산율 1명을 이뤄내겠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정부의 문제의식은 과거 저출생 대책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했다. 국회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2006년부터 18년간 저출생 대응에 약 380조 원의 예산을 집행했다. 장기간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음에도 출산지표가 개선되기는커녕 악화일로를 걷는 상황이다.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정책 패러다임 전환의 배경이다.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은 지난 17일 사전 브리핑에서 "정부가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 대응을 지속해 왔지만 저출생 문제는 오히려 심각해지고 있다"며 "그간 정책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반성을 토대로 이번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저출생 문제가 심각해 정부가 대책에 고심인 가운데 19일 인천 미추홀구 아인병원에 마련된 신생아실에서 신생아들이 휴식을 취하고 있다. 2024.6.19/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주 부위원장은 그간 저출생 정책의 문제점을 크게 네 가지로 꼽았다. 먼저 1980년대에 이미 합계출산율이 대체출산율 이하로 하락했음에도 1996년에야 산아제한정책을 폐지한 것을 꼽으며 "저출생 문제에 대한 안이한 인식으로 적시 정책 전환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정책 전환 이후에도 효과성 있는 분야에 선택과 집중하지 못했고, 각 부처가 분절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비효율이 노정됐으며, 국민들은 어떤 정책이 있는지도 잘 모를 정도로 정책 체감도 또한 매우 낮은 상황"이라며 "일자리의 수도권 집중, 교육·의료 등 구조적 원인에 대해서도 저출생 관점에서의 대응이 미흡했고, 결혼과 출산, 가족과 공동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빠르게 변화하는 것에 대한 대응 역시 소홀했다"고 했다.

다만 정부가 그간의 백화점식 정책 나열에서 벗어나겠다고 밝혔음에도, 기존의 저출생 정책 방식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과거의 정책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지적에 주 부위원장은 "이번 대책은 정책 수요자, 공급자 간담회, 현장 방문 이외에도 자체적인 국민 인식 조사, 대국민 정책 공모전을 통해 국민과 함께 만든 정책이라는 점에서 다르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또한 '양육' 중심의 저출생 대책을 '일·가정 양립' 중심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주 부위원장은 "그간의 저출생 정책의 87%가 양육에 집중했고, 일·가정 양립은 5%에 불과했다"며 "이번 대책에서는 신규로 추가, 확대되는 예산 사업의 80%를 국내외적으로 효과가 입증된 일·가정 양립에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향후에도 상시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산하 인구정책평가센터와 국민모니터링단을 신설해 정책 영향을 평가하고, 정책 구조조정과 개선·확대를 도모할 계획이다.

1차적으로는 현금 지원을 포함한 양육예산에 대한 심층평가를 진행하고, 하반기 중에는 지방자치단체의 현금 지원 사업에 대해 심층적 평가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주 부위원장은 "발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청년, 부모 등 수요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정책 전달에 역점을 둬 20~30대 미혼 청년, 기혼 부부, 맞벌이 육아맘 등으로 국민 모니터링단을 구성·운영하고, 인구정책평가센터 등을 통해 정책의 효과성과 체감도를 주기적으로 평가하고 보완해 나가겠다"고 했다.

한편 부총리급 '인구전략기획부' 신설이 확정되면서 저고위는 인구비상대책회의로 전환될 예정이다. 회의는 매월 개최되며, 정책 체감도 점검, 추가 보완 대책 논의 등을 할 예정이다.

주 부위원장은 "저고위를 인구비상대책회의로 전환하면 현행 저고위 멤버는 그대로 참여하면서 범국가적 역량을 결집한다는 취지에 맞게끔 경제계 대표나, 필요하면 방송·언론계 대표, 지자체, 지방교육청 대표들을 포함해 연석회의로 운영할 것"이라고 밝혔다.

min78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