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보다 2배 더 출렁이는 과일·채솟값…한은 "수입 늘리자"

한국 과채 가격 변동성 일본의 2배, 미국의 4배 달해
"고령화에 갈수록 악화…수입 확대 땐 변동성↓"

(자료사진) /뉴스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한국의 과일·채솟값이 일본보다 2배, 미국보다 4배 더욱 심하게 출렁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농산물은 좁은 국토 면적과 영세한 농가 규모 등으로 가격 변동이 심해 국민 생계비 부담을 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연구 결과를 공개한 한국은행은 농산물 수입 확대를 제안하고 나섰다. 통화정책을 관할하는 중앙은행이 사회적으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주제에 대해 먼저 화두를 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한은이 지난 18일 공개한 '우리나라 물가수준의 특징과 시사점: 주요국 비교를 중심으로' 보고서를 보면 2001~2023년 주요국 채소·과일 가격의 변화 정도를 보여주는 변동성 지수(품목 표준편차/총지수 표준편차)가 제시돼 있다.

우리나라는 해당 지수가 8에 육박해 다른 주요국을 압도적 격차로 제쳤다.

우리 다음인 멕시코, 프랑스는 과일·채소 가격 변동성 지수가 4를 조금 넘는 데 불과했다. 스위스와 일본은 4를 약간 밑돌아 우리나라가 두 국가를 약 2배 앞섰다.

캐나다, 이스라엘, 콜롬비아, 그리스, 슬로베니아, 네덜란드도 변동성 지수가 2~3 수준으로 한국에 비할 바가 되지 못했다.

특히 미국은 변동성 지수가 2에 살짝 못 미치는 수준으로 계산됐다. 우리나라의 과일·채소 가격 변동성이 미국의 4배에 달하는 셈이다.

(한은 제공)

우리나라의 과일·채소 가격 변동성이 높은 이유로 한은 보고서는 좁은 국토 면적과 수입 제한, 높은 유통 비용을 지목했다.

국내 농업 생산성이 농경지 부족, 영세한 영농 규모 등으로 낮아 생산 단가가 높은 가운데 수입을 통한 공급이 주요국보다 제한된 데다 유통 비용까지 무거워져 가격이 크게 튀어 오르기 쉬운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게다가 좁은 국토 면적 탓에 태풍 등 기상 악화에 농산물 유통이 전방위적인 타격을 받기 쉽고, 이것이 자연스레 높은 가격 변동성으로 이어진다는 분석으로 풀이된다.

보고서는 "국내 농산물, 특히 채소·과일은 주요국 대비 가격 변동성이 상당히 높다"며 "농가 고령화, 기후 변화에 따라 농산물 가격 수준과 변동성은 앞으로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이에 농산물 수입 확대를 권고했다. 구체적으론 "수입선 확보 등 공급 채널의 다양성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며 "특히 수입 과일 가격은 국산보다 변동성이 낮아 수입이 확대되며 국내 유통 과일의 다양성이 개선되면 과일값 변동성 완화 효과를 예상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유엔(UN)에 따르면 한국의 과일 수입 비중은 40%를 하회해 80%에 달하는 미국이나 40%를 상회하는 유로 지역에 상당 폭 뒤진다. 채소 수입도 20%를 조금 넘겨 40%를 넘는 미국, 유로의 절반에 불과하다.

(한은 제공)

통화정책을 운용하는 한은이 재정 당국의 영역인 농산물 수입 문제에 대해 입을 연 것은 이례적인 경우다.

한은은 올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가 예상된다. 이번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농산물 가격 변동성이 주요국 대비 매우 높은 가운데, 중장기적으로는 기준금리 인하라는 통화정책 수단만으로 고물가를 잡으려 하면 곤란하다는 표현으로도 해석된다.

실제로 한은은 전날 상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에서 향후 물가 전망 경로에는 유가를 둘러싼 지정학 리스크만 아니라 '기상 여건' 관련 불확실성도 높다고 꼬집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안정목표 점검 설명회에서 "농산물 수입을 확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수입을 전면적으로 하자든지의 정도와 그 속도에 관한 견해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어떤 수준에서 어떻게 빨리 (수입을) 추진할진 농가 보전, 소비자 보호 등 고민을 거쳐 정부가 결정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icef08@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