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왕고래' 잡으려다 지진·가스폭발?…일부서 '환경 리스크' 제기

포항 주민들, 호재 속 우려…환경단체 "47억톤 온실가스 배출"
전문가들 "시추 과정서 지층 자극 없고 안전장치로 관리 가능"

윤석열 대통령이 용산 대통령실에서 경북 포항시 영일만 앞 바다에 140억 배럴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다고 발표한 3일 오후 어업지도선이 포항시 영일만을 항해하고 있다. 2024.6.3/뉴스1 ⓒ News1 최창호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석유공사가 올해 연말부터 포항 영일만 앞바다에 대한 시추 탐사에 나설 예정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번 석유가스전 탐사로 인해 환경에 미칠 영향이나 지진 가능성 등에도 관심이 쏠린다.

5일 석유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이르면 오는 11월부터 동해 8광구와 6-1광구 북부에 걸친 '대왕고래' 가스전 후보 해역에서 시추 탐사에 나선다. 대왕고래는 포항 앞바다 수심 2㎞ 심해에 140억 배럴이 매장돼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석유·가스전을 찾는 탐사 프로젝트명이다.

정부는 시추 탐사로 최대 140억 배럴의 자원을 확보하게 되면 1조 4000억 달러, 우리나라 돈으로는 1926조 원에 달하는 경제적 가치를 얻게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삼성전자 시가 총액의 5배에 달하는 자원이 묻혀 있다는 정부 발표 이후 업계를 비롯해 증권가도 연일 들썩이는 분위기다.

지역주민들도 석유·가스 개발 추진이라는 호재 소식에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시추작업으로 인한 지진 유발 등도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포항은 2017년 11월15일 규모 5.4 지진과 2018년 2월11일 규모 4.6 여진을 겪은 바 있다. 1심 법원은 포항지진이 일어난 원인과 '지열발전 사업'이 연관이 있다고 판단했다.

2021년에 석유공사가 울산 앞바다에서 새 가스전을 찾기 위해 시추 작업을 했다가 내부 압력이 높은 지층인 고압대가 발견되자 중단한 적도 있다. 잘못 건드리면 폭발적 분출 현상이 일어날 수 있어서다.

다만 시추 작업 자체가 지층을 자극하는 것은 아닌 만큼 추후 작업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는 전날(4일) YTN 라디오에서 "시추 자체가 지진을 발생하지는 않는다"라며 "저류층이 나쁜 경우에 기술적 도움을 받아 생산을 더하기 위해 수압 파쇄 같은 것을 하는데 지금 시추하는 것은 이런 작업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신 교수는 "2010년 멕시코만에서 '딥 워터 호라이즌' 폭발 사고가 있었다. 그런 것들은 시추하는 과정에 안전적인 여러 장치가 있는데 관리를 잘하지 못해 나온 것"이라며 "대부분의 경우에는 관리가 잘 되기 때문에 그런 리스크들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일부 환경단체들은 가스전에서 누출될 수 있는 메탄 위험성을 비롯해 개발로 인한 해양생태계 파괴 등에 대해 반발 목소리를 높였다.

환경운동연합은 논평을 통해 "성공 확률이 낮은 탐사시추 계획을 나라살림으로 택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의 도박과도 같다"면서 "좌초자산이자 사회적 비용을 유발하는 화석연료 산업 재원 사용을 중단하고 재생에너지 확대와 기후위기 적응을 위한 인프라 확대에 사용하라"고 반발했다.

환경운동연합은 "포항 앞바다에 해양보호생물종인 게바다말과 새우말과 같은 해조류가 큰 규모로 군락을 형성하고 있어 보호의 필요성이 높다"며 "시추 계획이 시행되면 전지구적 과제인 해양생태계 보호에도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기후·환경단체 플랜1.5는 정부가 밝힌 동해 화석연료 매장 추정량과 국제에너지기구(IEA)의 석유·가스 전체 주기 배출량 배출계수를 토대로 개발시 총 47억 7750만 톤의 온실가스가 배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이 연간 배출한 온실가스가 약 6억 5000만 톤인 점을 볼 때 유전 개발시 7년치 이상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셈이다.

기후위기비상행동은 "막대한 온실가스를 배출함으로써 기후위기를 가속화하는 무책임하고 잘못된 계획"이라면서 사업 추진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freshness410@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