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때 '석유 1드럼' 그친 포항…이번엔 '140억 배럴' 기대감(종합)

1975년에는 내륙서 발견…이번 예상 매장지는 영일만 심해
정부, 연말부터 탐사 시추…최소 5회에 걸쳐 매장량·위치 확인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세종=뉴스1) 이정현 임용우 기자 = 경북 포항 영일만 일대 '140억 배럴'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 소식에 과거 사례도 조명받고 있다.

지난 1975년 말 당시 박정희 정권 때도 해당 일대 '자원 발견' 소식이 전해지며 시추 작업이 진행된 바 있는데, 동일한 곳이거나 인접 지역 아니냐는 기대다.

하지만 50여 년 전 '그곳'과 이번에 발견된 곳은 전혀 '다른 곳'이다. 당시 예상 매장지는 포항 영일만에 인접한 내륙의 한 산기슭이었는데, 이번에 발견 가능성이 제기된 곳은 포항 영일만의 심해다.

윤석열 대통령은 3일 오전 국정브리핑을 열고 포항 영일만 해역에 최대 140억 배럴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물리탐사 결과가 나왔다고 발표했다.

140억 배럴은 심해 광구로는 금세기 최대 석유개발사업으로 평가받는 남미 가이아나 광구(110억 배럴)보다도 더 많은 탐사 자원량이다. 삼성전자 시가총액의 5배 수준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바다는 얕은 바다인 천해, 중간 깊이인 중심해, 깊은 바다인 심해로 구분되는데 산업통상자원부 고위관계자는 심해 가스전 위치에 대해 "1km 더 아래(심해)에 있다는 것이고, (영일만에서) 30~100km (떨어진) 먼바다에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석유공사가 이날 공개한 '동해 탐사 현황' 지도를 보면 심해 가스전이 있는 곳으로 추정되는 지역을 보다 구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이 지역은 동해의 한국 측 EEZ에 있는 8광구와 6-1광구 일대다. 지난 2004년~2021년 상업 생산을 했던 동해 가스전의 위치에서 북쪽 넓은 해역에 위치해 있다.

정부는 이곳에 매장된 에너지 자원의 4분의 1 정도가 석유이고, 4분의 3은 가스로 추정하고 있다. 석유는 4년 분량, 가스는 29~30년 가까이 사용할 양이다.

정부는 정확한 매장량과 위치 등을 특정하기 위해 탐사 시추에 돌입하기로 했다. 올해 말부터 1차 시추에 돌입할 예정인 정부는 최소 5회에 걸쳐 정확한 매장 위치를 파악한다는 구상이다.

빠르면 2035년부터 상업운전이 가능할 것으로 정부는 내다봤다. 다만 1㎞ 이상의 지하에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높아 1회당 1000억 원 이상의 시추 비용이 소모될 것으로 예상된다.

1988년 동해에서 발견된 4500만배럴 규모 가스전. (석유공사 제공)

처음 포항에서 석유·가스가 매장됐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은 1975년이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연두기자회견에서 '포항 영일만 부근 해역에서 석유가 발견됐다'고 공식 발표한 바 있다.

이번에 발견된 곳과는 달리 당시 예상 매장지역은 영일만 해역에 인접한 내륙의 한 산기슭(포항시 용흥2동 293)이었다.

산유국의 부푼 기대감에 한껏 부풀었지만, 정부는 1년 만에 '시추 중단' 사실을 알려야했다. 탐사 시추 과정에서 '경제성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인데, 발굴양이 고작 1드럼(200L) 정도였다고 한다.

이후 1988년에도 북구 흥해읍 성곡리 주택 마당에서 천연가스가 나와 한동안 취사용으로 쓴 것으로 알려졌다.

또 2017년 3월에는 남구 대잠동 철길숲 공원 조성지에서 지하수 개발을 위해 관정을 파던 중 천연가스가 확인됐다. 이곳에는 3만 톤에 달하는 천연가스가 매장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경제성은 없다는 조사결과가 나오며 개발이 이뤄지지 않았다.

2020년 말에도 북구 득량동 철길숲 시민광장 조성 예정지에 천연가스 매장지를 추가로 발견했으나 이 역시 경제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았다.

실제 지금껏 결실을 맺지는 못했지만, 최대 규모 '자원 발견' 가능성에 해당 지역에서는 다시 한번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포항시는 이날 입장문을 내 "향후 행정적 지원은 물론 지원시설 구축, 인력 확보 등 지자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영일만을 포함한 동해는 과거부터 석유와 천연가스 등 해양자원의 매장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온 알려져 온 만큼 얼마 전 취항한 최첨단 물리탐사선 '탐해 3호'와 연계해 포항시가 미래 자원 확보의 전진기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