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또 다시 양곡법 정쟁…농민은 없었다

28일 국회 의결 전망…정부는 대통령 거부권 건의 강력 시사
농민 반대에도 양곡법·농안법 강행…"미래농업 투자 저해"

경기 여주시의 한 논에서 콤바인을 이용해 벼를 베고 있다. 2022.7.5/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양곡관리법을 두고 정부·여당과 야당이 충돌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2대 총선을 대승한 직후 양곡법과 농산물 가격안정법을 잇따라 본회의로 직회부했다.

오는 28일 열리는 21대 국회 본회의에서 양곡법과 농안법이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곡법은 지난해 4월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을 행사한 이후 1년여 만에 다시 본회의에 상정됐다.

양곡법은 미곡 가격 폭락 또는 폭락 우려 시 초과생산량을 매입하는 대책을 수립‧시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지난해 거부권 대상이 됐던 양곡법 개정안과는 매입 조항에서 다소 내용이 바뀌었다. 기존 개정안은 가격이 3~5% 하락할 때 초과생산량을 매입하도록 했었으나, 이번 안에서는 농식품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는 양곡수급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매입이 이뤄지도록 했다.

또 정부관리양곡만을 관리 대상으로 하던 것은 밀, 콩 등 전체 양곡으로 확대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농안법은 쌀, 과일, 채소 등 농산물의 가격이 기준가격 미만으로 하락하는 경우 생산자에게 그 차액을 지급하는 가격보장제도를 실시하는 것이 골자다. 기준가격은 평년가격을 기초로 생산비용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심의위원회가 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부는 두 법이 시행되면 농업직불제 확대 계획의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또 미래농업의 발전 가능성을 저해할 것이 자명하다고 보고 있다.

가격 보전과 매입 등에 사용되는 대규모 예산으로 인해 정부가 역점을 두어 추진하고 있는 청년농 육성, 농촌소멸 대응 등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쌀은 기계화율이 99%에 달할 정도로 영농편의성이 높고, 소비량보다 더 많은 양을 생산하는 자급률 100% 이상의 품목이다.

영농 편의성이 높은 만큼 정부가 농가 수익을 법으로 보장할 경우 작물 전환 동기 낮아지면서 생산량은 더욱 치솟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2030년에는 쌀 매입에만 2조 7000억 원의 재정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양곡법과 농안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단호하게 윤석열 대통령에게 거부권 건의할 계획"이라며 "2020년에 변동직불제를 공익직불제로 바꿨는데 이를 변동직불제로 회귀하려는 법안"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만약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양곡법과 농안법은 21대 국회의 임기가 끝나면서 자동으로 폐기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민생을 이유로 한 양곡법과 농안법의 강행 과정에 농민의 목소리는 배제돼 있는 모양새다. 44개의 농업인 단체가 성명서를 통해 농산물 재정부담, 미래농업에 대한 투자 저해 등을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또 정치권이 농민 민생을 고민하는 것이 아닌 양측 간의 정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과잉으로 인해 붕괴하는 쌀 산업은 물론, 인구 감소로 붕괴 일보 직전인 농촌을 위한 대책이 더욱 시급하다.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방안을 세우는 것은 물론, 농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길 바란다.

임용우 경제부 기자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