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철 한전 사장 "에너지 위기 다시 오면, 부채 감당 가능할지 의문"

"그나마 이전까지 쌓아놨던 체력으로 버텨, 더는 한계"
에너지가 폭등 때 원가 이하 요금,…가처분소득 보전효과만 46조

김동철 한전 사장이 16일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한전 제공) /2024.5.16/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김동철 한국전력공사(015760) 사장이 16일 한전의 재정 위기에 대해 창사 이래 전례를 찾기 힘든 사례로 규정하고 '최소한의 요금 정상화'만이 유일한 해결책임을 절박하게 호소했다.

김 사장은 이날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한전의)자구 노력과 제도 개선을 통해 전력구입비 절감 등 임무를 수행했지만, 이런 자구 노력만으로는 감당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현 상황을 전했다.

김 사장은 "더 우려되는 것은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한 고유가와 고환율"이라며 "그나마 이전까지는 한전이 쌓아놨던 체력으로 버틸 수 있었는데, 다시 한번 에너지 위기가 오면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단적으로 "2022년 (한전의)한 해 영업손실이 연결기준 33조 원에 이르는 상황이었는데, 당시 매출 순위 상장사 1000대 기업의 영업이익 합산액이 106조 원 가량 이었다"며 "한 해 약 100조 원의 영업이익을 1000대 기업이 냈는데, 한전의 적자가 30조 원이라는 것은 굉장한 충격"이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2022년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 등으로 경제 불확실성에 따른 위기가 확산하면서 에너지가격이 급등하자 해외 주요국이 내놓은 에너지 대책들을 소개하며 '요금 정상화'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그는 "대만은 2022~2023년 동안 18조 원의 적자를 냈다. 우리의 반 정도 수준"이라며 "이후 대만 정부는 전력공사의 재무 건전성 제고를 위해 전기요금 인상을 강행, 지난 4월 3~25%까지 차등 인상했다"고 했다. 이어 "여기에 4조2000억 원의 보조금 투입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또 "영업손실 26조 원, 부채비율 700%를 초과했던 프랑스는 국영전력회사(EDF)에 20억 유로를 유상증자한 뒤 국유화 조치를 시행 중"이라며 "유예했던 소비세도 부과하면서 전기요금의 실질 인상 조치를 시행 중"이라고 소개했다.

실제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등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탈리는 전기요금을 700%까지 인상했다. 영국은 전기요금을 174%까지 인상했지만, 30여 개의 전력 판매사업자가 파산했다. 프랑스는 적자를 견디지 못한 프랑스전력공사(EDF)의 지분 100%를 완전 국유화하는 조처를 내렸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의 요금을 유지했다. 한국의 전기요금은 kWh(킬로와트시)당 149.8원으로 호주(311.8원), 일본(318.3원), 이탈리아 335.4원), 영국(504.3원) 등에 비해 최대 ⅓ 저렴하다.

이를 근거로 한전은 우리나라의 경우 에너지 위기 시 한전이 전기요금 인상요인을 상당 부분 자체 흡수, 국가경제에 미치는 충격을 완화했다고 평가했다.

한전 경영연구원이 자체 분석한 결과 2022~2023년 한전이 원가 이하의 전기를 판매함으로써 발생한 가처분소득 보전 효과만도 누적 46조 원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도 제시했다.

김 사장은 "최근 중동 리스크에 따른 고유가와 1300원 후반대의 고환율로 재무적 불확실성이 다시 커지는 상황"이라며 "(요금인상이 없다면) 한전과 전력산업을 지탱하고 있는 협력업체, 에너지혁신기업들의 생태계 동반 부실이 우려되며 이는, 결국 국가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수치 제시 등 구체적인 요금 인상 폭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김 사장은 "2027년 말까지 누적 적자 해소와 사채발행 한도 정상화(발행 한도 2배 이내 준수) 달성을 위한 수준은 돼야한다"는 선에서 견해를 밝혔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