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식 무협회장 "美 '대중 관세' 인상, 韓기업에 불리한 것 아냐"(종합)
美방문 계기 특파원 간담회…상무 부장관 만나 철강 쿼터 완화 건의
류진 한경협 회장도 함께 해…"원팀 코리아, 같이 일하면 좋은 성과 나올 것"
- 김현 특파원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미국을 방문 중인 윤진식 한국무역협회(KITA) 회장은 14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전기차 등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대폭 인상하기로 한 것과 관련, "보고를 받고 내부적으로 의견을 들어보고 했는데, 현재로선 우리 기업들한테는 그렇게 불리한 것은 아니지 않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취임 이후 첫 해외출장에 나선 윤 회장은 이날 워싱턴DC 무역협회에서 열린 특파원 간담회에서 관련 질문에 "이게 오늘 발표된 것이기 때문에 저희들이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제가 단정적으로 말씀드리진 못하겠다"고 전제한 뒤 이렇게 답했다.
그는 다만 "상황이 어떻게 진전이 될진 좀 더 두고봐야 되겠다는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날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올해내 25%에서 100%로 상향하는 것을 포함해 △리튬이온 전기차 배터리 7.5%→25%(연내) △리튬이온 비(非)전기차 배터리 7.5%→25%(2026년) △배터리 부품 7.5% → 25%(연내) 등으로 각각 관세를 올린다고 밝혔다.
간담회에 동행한 정철 한국경제연구원장은 이번 조치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는것은 "시기상조"라면서도 "일부에선 (한국에) 어부지리의 기회도 있지 않을까 하는데, 이것이 기본적으로 중국을 타깃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원장은 "시대가 지금 바뀌고 있는 과정이고, 미국의 통상정책 등이 굉장히 달라졌다. (올해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되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되든, 미국 통상정책은 거의 비슷한 방향으로 갈 것"이라며 "보호무역주의와 자국우선주의에 편승해 그런 정치적 이유와 같이 결합한 정책들이 많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할 게 아니라 전반적인 큰 틀에서 좀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와 달리 최명배 엑시콘 회장은 "알루미늄 이런 것은 중국을 타깃으로 하지만, 한국이 거기에 파편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정부 등에서 세심하게 관리를 해 줄 필요가 있다"며 "상당히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고 밝혔다.
반도체장비 전문기업인 주성엔지니어링의 황철주 회장은 간담회에서 미국이 한국에 대(對)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통제 동참을 압박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대한민국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는 20%도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황 회장은 이어 "한국의 소부장이 미국의 반도체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데 어떠한 영향력을 키울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중국의 반도체 성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단계도 아니다"며 "그런데도 세계는 대한민국 소부장의 역할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것은 많이 잘못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소부장이 미국이나 중국의 발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단계까지 오지 않은 상태"라면서 "그래서 (미국 등이) 대한민국의 소부장에 대해 너무 민감한 반응을 갖지 않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앞서 윤 회장은 전날(13일) 돈 그레이브스 미 상무부 부장관과 면담을 갖고 수입규제 현안 등 한국 기업의 애로사항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윤 회장은 면담에서 미국의 한국산 철강제품 수출쿼터 문제와 관련해 "양질의 한국산 철강 수급을 위해 철강에 대한 무역확장법 232조 쿼터의 신축적 운영이 필요하다"면서 "미국 대선 이후 한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쿼터 조치 완화 논의를 시작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무역확장법 232조 쿼터는 미국의 국가안보를 이유로 외국산 수입제품을 제한할 수 있게 한 조항으로, 이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조항을 활용해 수입산 철강 및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했다.
한국은 2018년 3월 트럼프 행정부와 25%의 철강 관세 부과를 면제받는 대신 대미(對美) 철강 수출을 직전 3년 평균 물량의 70%로 제한하는 수입물량제한(쿼터) 방식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현재 한국은 대미 철강 수출에서 '263만t 무관세'를 적용받고 있지만, 미국내 철강 수요가 늘어나더라도 한국산 철강은 쿼터 물량 이상의 수출이 사실상 막혀 있는 상태다.
윤 회장은 또 면담에서 지난 2일 예비판정이 내려진 미국의 한국산 알루미늄 압출재 반덤핑 조사와 관련, "한국 기업들의 대규모 미국내 제조업 투자는 필연적으로 한국에서의 부품·중간재 수출을 수반해 대미 무역흑자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같은 구조적 흑자를 이유로 미국의 한국산 제품에 대한 반덤핑·상계관세 제소 등이 무분별하게 남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해외우려기관(FEOC) 규정과 관련해 "지난 3일 발표된 최종 가이던스에 흑연에 대한 유예기간이 부여되는 등 한국 배터리 업계의 요청사항이 반영돼 다행"이라면서 "앞으로도 한국 기업들이 미국내 투자 규모와 기여 수준에 상응하는 충분하고 차별없는 대우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도록 상무부의 많은 지원을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에 대해 그레이브스 부장관은 "한국은 미국의 중요한 동맹국이자 경제 파트너로서, 한미 양국의 협력은 양국 관계뿐만 아니라 2~30년 뒤의 글로벌 경제 지형을 변화시켜 나갈 것"이라면서 "오늘 전달된 이슈들을 관련 부처에 전달하고 함께 논의해 나가겠다"고 화답했다고 무역협회는 전했다.
윤 회장은 오는 17일까지 워싱턴DC에서 미국 행정부 관계자와 상·하원 의원, 싱크탱크 관계자 등을 만나 미국 경제에 대한 한국 기업의 기여를 강조하고 공급망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한국 기업의 통상 애로 및 우려사항을 전달할 예정이다.
윤 회장은 또 15일 짐 조던(공화) 미 하원 법사위원장 등을 만나 전문 기술 등을 보유한 한국 국적자를 대상으로 연간 최대 1만5000개의 전문 취업비자(E-4)를 발급하도록 한 '한국 동반자 법안'에 대한 지지도 호소할 계획이다.
윤 회장의 방미에는 메타바이오메드(바이오), 엑시콘·주성엔지니어링(이상 반도체장비), TCC스틸(철강 및 이차전지) 등 대미 투자 주력 업종에 있는 중소·중견기업 대표들도 동행했다.
한편, 이날 특파원 간담회엔 별도 일정으로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류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회장도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윤 회장은 "나라를 위해 두 단체가 같이 힘을 합치고, 서로 각자의 분야에서 맡은 바를 같이 하면 좋지 않겠느냐 해서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면서 "앞으로도 두 단체가 적극적인 협조를 해 기업과 국가를 위해 일할 것"이라고 말했다.
류 회장도 "우리가 원팀 코리아라고 하는데, 해외에 나가서도 같이 협력해서 힘을 모으면 더 좋지 않겠느냐"면서 "따로따로 하게 되면 중복되는 게 많고, 사람들이 오해할 수도 있다. 같이 일하는 게 시간을 절약하고 효과도 크기 때문에 좋은 성과와 결과가 나오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 공화당 인사들과 폭넓은 교류를 하는 것으로 알려진 류 회장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시 차기 내각 후보군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빌 헤거티 상원의원(공화·테네시) 등을 만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한국 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와는 잘 되고 있어 (올해 대선에서) 바이든이 되면 크게 변화는 없겠지만, 만약 트럼프가 되면 우리가 예전처럼 처음부터 시작하기보단 사람들과 알아 놓으면 일하기가 쉬울테니 그런 준비 차원에서 만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류 회장은 또 올해 한미재계회의는 12월 중에 개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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