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령 농림장관 "양곡법·농안법, 단호하게 尹대통령에 거부권 건의할 것"

[뉴스1 초대석]"특정품목 쏠림현상 엄청날 것…농민들도 반대"
"농촌 소멸 극복 위해 청년.기업 모이는 창의적 공간 전환 추진"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3일 서울 여의도 잠사회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4.5.13/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대담=류정민 경제부장 임용우 기자 = "양곡관리법 개정안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법은 특정품목 재배 쏠림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법안으로, 통과되면 단호하게 대통령께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잠사회관에서 <뉴스1>과 만나 "양곡법 개정안과 농안법은 시장의 자율적 조정기능을 훼손해 과잉생산을 유발하고 미래 농업에 투자될 재원을 잠식하는 등 농업·농촌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양곡법 개정안은 지난해에도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단독으로 본회의에 직회부해 통과됐으나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끝에 부결됐다.

이에 야당은 매입 조항을 손봐 지난달 본회의 직회부를 의결했다.

농안법은 쌀, 과일, 채소 등 농산물의 가격이 기준가격 미만으로 하락하는 경우 생산자에게 그 차액을 지급하는 가격보장제도를 실시하는 것이 골자로 양곡법 개정안과 함께 시장의 자율적 조정기능을 훼손할 것으로 우려된다.

송 장관은 이 두 법안으로 쌀과 채소, 과일 등 농산물의 가격을 보장해 주는 데 최대한 수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청년 농업인, 스마트농업 육성과 같은 미래 농업 발전을 위한 예산 확보에도 지장을 초래할 것이 자명한 만큼 대통령 거부권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공고히 했다.

다음은 송 장관과의 일문일답

-정부가 양곡법, 농안법 개정을 강력하게 반대하는 이유는.

▶민주당에서 추진하는 양곡법과 농안법은 ‘쌀 의무매입’과 농산물의 기준가격을 정하고 시장가격의 차액을 지급하는 ‘농산물차액지급제’가 골자다.

이는 시장의 자율적 조정기능을 훼손하여 과잉생산을 유발하고 미래 농업에 투자될 재원을 잠식하는 등 농업·농촌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쌀 의무매입과 농산물차액지급제는 대상품목 농가의 재배 유인으로 작용하고, 보장수준이 높은 품목으로의 생산 쏠림 현상 유발할 것이다.

지원대상 품목의 과잉생산, 지원제외 품목의 과소생산 등 농산물 수급관리가 제한되고 가격이 더욱 불안해질 수 있다.

품질보다 수량을 늘리는 유인이 돼 품질이 낮은 상품이 시장에 대량 공급돼 소비자들의 후생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상품목과 기준가격 등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갈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2020년에 변동직불제를 공익직불제로 바꿨는데 이를 변동직불제로 회귀하려는 법안으로 농업계에서도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총 44개의 농업인 단체가 성명서를 통해 농산물 재정부담, 미래농업에 대한 투자 저해, 과잉생산 및 일부 품목에만 지원이 몰릴 수 있는 품목 간 형평성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세계적인 농업정책 추세와 방향성에도 역행하는 법안이다. EU·미국 등은 수십 년간 생산을 왜곡하는 가격지지 정책 중심에서 농가 위험 관리를 통한 소득안정 중심으로 정책으로 전환하고 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강원도 춘천시의 스마트 과수원 실증단지를 방문해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제공) 2024.4.3/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두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경우 대통령에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계획이 있는가.

▶현재의 양곡법‧농안법 개정안은 특정품목 과잉‧과소생산 등 수급 불안을 야기하고, 스마트 농업‧청년농 등 미래 농업의 투자제약으로 이어지는 것을 고려할 때 수용하기 어렵다.

만약에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단호하게 거부권을 건의할 수밖에 없다. 농업인과 소비자단체 등 모두가 반대하는 법이다.

농업을 경쟁력이 없는 정부 의존적인 산업으로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라도 거부권을 건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본회의 전까지 논의의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야당을 설득하기 위한 노력과 함께, 정부의 대안에 대한 국민과 농업계의 공감을 확보하기 위한 소통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국민께서 불필요한 재정 부담 증가, 농산물 수급불안 반복 등 두 법안의 문제점과 바람직한 정책 대안을 충분히 이해하실 수 있도록 계속해서 설명해 드리겠다.

-농업의 미래를 얘기하는데, 인구 고령화 등으로 인한 농촌 소멸 문제가 심각하다. 대응방안은.

▶농촌소멸을 극복하려면 농촌의 잠재적 가치와 국민적 기대를 토대로 농업생산, 정주인구 유지를 위한 정책에서 벗어나 다양한 기회와 일자리가 있고 청년·기업이 모이는 ‘창의적 공간’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최근 쾌적한 환경과 도시대비 저렴한 창업 비용 등으로 농촌지역 경제활동에 대한 선호가 높아지고, 농촌관광, 워케이션 등 농촌 공간에 대한 다양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기회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그간 인구 유출로 인해 방치돼 온 유휴자원과 빈집, 노후주택 같은 농촌공간 및 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혁신적 일자리와 경제 기회를 창출하도록 뒷받침할 계획이다.

농촌 자원을 활용한 농촌형 비즈니스 확산도 추진한다. ‘농촌청년 창업 콤플렉스’, 혁신 아이디어를 가진 기업의 기술 실증을 위한 ‘스마트 농촌리빙랩’ 등을 통해 청년‧기업에 기회의 공간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청년들이 영농창업 외에도 로컬푸드, 지역 브랜드 등을 활용한 다양한 비즈니스 창업에 도전하도록 자원조사, 창업자금, 컨설팅, 농촌보금자리주택 등을 패키지로 지원한다.

농촌소멸 고위험지역에는 농촌형 기회발전특구를 도입해 기업이 요구하는 규제 인센티브를 제공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할 방침이다.

농촌형 기회발전특구는 인구 과소화 지역에 조금 더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으로 농촌소멸을 막는 것은 농업의 유지에도 굉장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이점이 있어야 청년들은 물론, 기업들도 유입될 것이다. 농촌이 가진 장점은 도시에서 제공하지 못하는 걸 제공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농촌이 가진 자원이라는 건 각종의 유무형의 경관도 있고 자원도 있지만 노후화된 시설, 빈집 이런 것들도 다 자원이 될 수 있다.

이를 위해 농식품부는 최근 소규모(3ha 이하) 농업진흥지역과 당초 목적을 상실한 산지전용‧일시사용제한지역(3.6천ha) 등의 규제를 합리화했다.

청년 창업가들의 입지 수요를 맞추기 위한 정책이지만 무조건 거주지를 농촌에 두지 않아도 된다. 농촌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유동인구가 증가하면서 농촌소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13일 서울 여의도 잠사회관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24.5.13/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주민등록 인구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계획인데, 생활인구를 늘리는 방안은 무엇이 있는가.

▶인구감소 시대, 농촌에 주소지를 둔 정주인구 확대를 목표로 하는 정책은 한계가 있다.

주말농장, 농촌 체류에 대한 도시민의 관심이 증가, 농촌 워케이션, 유휴공간 활용 창업 등 새로운 기회가 대두되는 상황이다.

도시민이 농촌을 다양하게 경험·활용하며, 4도 3촌 라이프가 국민적 문화로 자리 잡도록 농촌 경제, 체험, 거주 기반을 마련하려고 한다.

먼저 농지규제 합리화를 통해 주말체험영농을 위한 농촌 체류형 쉼터 설치를 허용하고, 농촌 체류형 복합단지 조성, 빈집 활용 활성화 등을 통해 농촌에 ’제3의 공간‘을 조성할 계획이다.

공유형 숲오피스 조성 등 워케이션 활성화, 치유프로그램 개발, 민간 아이디어‧자본 투자를 결합한 특색있는 농‧산촌 체류형 관광 프로그램 확산을 통해 치유·쉼 등 농촌만의 가치를 활용한 관광을 활성화할 계획이다.

빈집‧농지‧일자리 등 농촌 3대 은행 통해 농촌 체험과 정착에 필요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제공하고 농촌 서포터즈‧전국민 1주일 농촌 살아보기 등도 추진할 방침이다.

대한민국 인구가 5000만 명이라고 하는데 제2의 주택, 체류형 주택 갖는다면 1억 명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이들 정책은 모두 농업이라는 산업의 범위를 넓히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농업·농촌에서는 디지털 전환, 세대 전환, 농촌 공간 전환의 3대 전환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디지털 경제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조류로, 농업이 전통적 1차 산업의 이미지를 벗고, 첨단적이고 혁신적이며 청년들에게 매력적인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혁신을 촉진하겠다.

농업혁신을 뒷받침하고 농가의 경영위험을 줄여주는 한국형 소득·경영안전망을 구축하고 전략작물을 중심으로 식량안보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농촌이 농사만 짓는 곳이 아닌, 국민 모두에게 열린 살고 일하고 쉬는 가치 있는 공간이 되도록 새롭게 설계해 국가적 과제인 저출산, 인구감소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하고자 한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서울 노원구 세이브존 노원점에서 농식품 물가안정을 위한 현장 점검을 하고 있다. 2024.3.24/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사과와 배 등을 중심으로 물가 상승에 대한 국민 우려가 크다. 이상기후에 따른 물가 변동성에 대한 대안은.

▶농업은 이상기후에 가장 민감하게 영향받는 산업으로 가뭄·홍수 등에 따른 물 부족, 토양 유실 등 농업 기반 약화, 재배 적지 변동 등으로 인해 수확량과 품질 유지가 어려워지고 있다.

농식품부는 농촌진흥청, 산림청, 기상청 등 범정부적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중장기 대응 전략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극심한 기후변화에도 안정적인 생산을 위한 방안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스마트 과수원 특화단지 조성, 내재해성 신품종 개발 등도 병행하려고 한다.

특히 생산량 감소 등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비축·방출, 수입 확대 등 사후·단기 대책 중심에서 중장기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한 생산·수급 안정 대책으로 구조를 전환하는 데 중점을 둘 것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1967년 출생 △창덕여고 △이화여대 정치외교학과, 서울대 도시계획학(석사), 서울대 행정학(박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기획조정실장, 균형발전연구단장, 농업·농촌정책연구본부장, 농업관측본부장, 부원장, 선임연구위원 △대통령 직속 지역발전위원회 본위원,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농어촌분과위원 △한국농어촌공사 비상임이사 △국토정책위원회 위원 △농림축산식품부 정책자문위원 △한국지역개발학회 부회장 △한국농천계획학회 부회장 △중소벤처기업부 규제자유특구 규제특례 등 심의위원

phlox@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