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 한전 어쩌다…연차 가릴 것 없이 희망퇴직 러시
150명 선정에 신청자 369명 몰려…입사 4~19년도 희망자도 65명
하반기 공채 모집…신규 채용 감소 추세, 규모 크지 않을 듯
- 이정현 기자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소위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한국전력공사(015760)에서 직원들의 '희망퇴직' 러시가 잇따르고 있다.
한전은 최근 사상 최악의 재정난을 이유로 고연차 직원들에 대한 희망퇴직을 접수했는데, 대상인원보다 두 배가 넘는 신청자들이 몰리면서 희망퇴직자를 추려야 하는 이례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12일 한전과 에너지업계 등에 따르면 한전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8일까지 입사 4년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신청접수 결과 150명의 희망퇴직자를 선정하는데, 모두 369명의 신청자가 몰렸다.
신청자 중 '입사 20년 이상인 직원(명예퇴직)'이 304명으로 약 82%를 차지했다. 눈여겨볼 점은 입사 4~19년인 직원들의 수도 65명이나 됐다.
한전의 희망퇴직은 이번이 두 번째로, 2009년 MB정부 시절 회망퇴직으로 420명이 회사를 떠난 적이 있는데 당시에도 이 같은 치열한 경쟁률까지는 보이지 않았다는 게 내부인사의 전언이다.
이처럼 이례적인 회망퇴직 러시의 배경에는 한전이 직면한 최악의 재정난이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회사가 재정난 극복을 위해 보유자산을 매각하고, 필수사업을 제외한 사업비 축소에까지 나서는 등 전사적인 재정 감축에 나선 상황에서 직원들의 동요가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후문이다.
실제 한전은 전 분야에 걸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실례로 한전은 올해부터 명절이나 기념일에 직원들에게 지급해 온 지원비를 모두 없앴다.
올 초 '연봉 및 복리후생관리규정 시행세칙'을 개정하면서 설과 추석 명절에 각각 40만 원을, 근로자의날과 사창립기념일·노조창립기념일에 각각 10만 원의 지원비를 지급한다는 55조의 근거조항을 삭제했다.
취업규칙과 상임임원복무규정도 개정해 회사창립기념일과 노조창립기념일 유급휴무 조항도 삭제했다. 한전은 창립기념일인 1월 26일이 속한 주의 금요일과 노조창립기념일인 11월 24일이 속한 주의 금요일을 그동안 유급휴일로 규정‧운영해 왔다.
한전은 희망퇴직 신청자가 몰리면서 대상자를 선정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우선 근속연수가 높은 직원 순대로 대상자를 추릴 계획이다.
다만 저연차 신청자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 전체 인원의 80%를 근속 20년 이상인 직원으로 채우고, 나머지 20%를 근속 20년 미만 직원으로 채운다는 계획이다.
한전은 노조와의 합의에 따라 명예퇴직 대상이 되는 '근속 20년 이상' 직원들에게는 명예퇴직금의 50%를 지급하고, 조기퇴직이 가능한 '20년 미만'의 직원들에게는 근속 기간에 따라 연봉월액의 6개월분인 조기 퇴직금의 50∼300%를 지급할 계획이다.
한전은 향후 신청자 적격여부 검토 및 인사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희망퇴직 대상자를 확정한 뒤 이달 24일쯤 안내할 예정이다. 희망퇴직자로 선정되면 오는 6월 15일 퇴직 처리된다.
한전은 이번 희망퇴직으로 인한 인력 공백 최소화를 위해 올 하반기 4직급 공채를 시행할 예정이다.
다만 채용 규모는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전의 최근 신규 채용 추세를 보면 6년 전에 비해 85%나 줄었다.
한전이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ALIO(알리오)'에 공시한 자료에 따르면 한전의 일반정규직 신규채용 인원은 2018년 1780명에서 2023년 266명으로 85%(1514명) 급감했다.
정규직 신규채용 감소는 한전의 재정위기가 불거진 때와 시기를 같이 한다. 한전은 2021~2023년 사이 43조 원의 적자를 쌓았다. 이 기간 신규 채용 감소가 두드러졌다.
연도별 정규직 신규 채용인원을 보면 2018년 1780명, 2019년 1772명, 2020년 1547명에서 2021년 1047명으로 감소했고, 2022년에는 482명까지 급감했다.
한전 관계자는 "노사 합의에 따라 회망퇴직 인원을 고려해 하반기 채용계획에 반영하고, 추가 채용 규모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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