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체불액 역대 최대치인데…체불방지 법안 정쟁으로 폐기 위기
환노위 전체회의, '채 상병 특검법' 대치로 여당 전원 불참
21대 임기 한 달도 채 남지 않으면서 법안 처리 '빨간불'
- 나혜윤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임금 체불 규모가 불어나면서 올해 다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를 방지할 '임금체불방지법' 등의 대책 법안이 있지만 처리는 하세월이다. 21대 국회에서 통과 되지 못하면 관련 법안들은 모두 폐기된다.
1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1~3월 체불임금 발생액은 571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4075억 원보다 40.3% 증가했다. 정부 안팎에선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임금체불액은 상반기에만 1조 원을 웃돌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와 함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해 체불액 1조7845억 원을 뛰어넘을 가능성도 높게 보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올해 근로감독 종합계획에서 고의·상습 임금체불에 대해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원칙으로 하고 '무관용 원칙'으로 엄정 대응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또 최근에는 '임금 체불 신고사건 처리 지침'을 마련해 체불 사업주의 재산 관계에 대한 조사를 강화하고, 재산은닉 등 지급 여력이 있음에도 고의·상습 체불 사업주에 대해선 체포영장 및 구속수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매년 체불액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근본적인 법·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이미 여야는 모두 현행 근로기준법을 대폭 개선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임금체불방지법을 발의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은 재직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미지급 임금에 대해서도 지연이자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상 지연이자는 퇴직하거나 사망한 근로자에게만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환노위 야당 간사인 이수진 민주당 의원은 지연이자 확대 적용뿐만 아니라 체불 사업주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등 제재 강도가 더 센 개정안을 발의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에는 반의사불벌죄 규정 축소 등도 담겼다.
현행법은 체불 피해 당사자가 원하지 않으면 사업주를 처벌할 수 없기 때문에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실제 체불액보다 적은 금액으로 합의를 종용하는 등 이를 악용해 왔다. 이 때문에 노동계에서는 반의사불벌죄 조항의 폐기를 강력히 주장해 왔다.
임금체불액이 사상 최대로 치솟을 위기에 처해있는데도 불구하고 여야는 법안 처리 대신 정쟁에 몰두하는 모양새다. 21대 국회 임기가 이달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하지 못한다면 임금체불방지법은 그대로 폐기된다.
지난 7일 환노위는 전체회의를 열었으나 야당의 '채 상병 특검법' 강행 처리에 대한 항의의 뜻으로 여당 의원들이 전원 불참하면서 법안 처리가 물 건너갔다. 야당에서는 오는 28일 개최될 본회의 전까지 전체회의를 열고 시급한 민생 법안들을 상정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여야의 불필요한 정쟁이 지속될 경우에는 법안의 향배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환노의에서는 '모성보호 3법'도 논의될 예정이었다. 모성보호 3법은 △최대 2년을 쓸 수 있는 육아휴직을 3년까지 쓸 수 있도록 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 △배우자의 유급 출산휴가 기간 10일 중 절반만 주던 휴가비를 전부 지원하는 고용보험법 개정안 △임신 12주 이내 혹은 36주 이후에 쓸 수 있도록 한 임신기 근로시간단축 제도를 32주부터 쓸 수 있게 한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이다.
노동계는 여야 간 정쟁으로 회의가 파행되자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전호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대변인은 "여야의 파행은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임금체불금지법을 통과시켜야 하는 환노위에 불참하는 것은 벼랑 끝에 몰린 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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