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 2년]⑤수출 정상궤도 진입…中·반도체 의존 구조 '체질개선'

글로벌 경기침체·에너지가격 급등 딛고 수출 정상화 역점
대외 변수 취약, 자원빈국 제약 넘어 튼튼한 수출경제 구축

윤석열 대통령이 7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신임 민정수석비서관에 임명된 김주현 전 법무부 차관을 소개하고 있다. 2024.5.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 News1 나주희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윤석열 정부 2년 만에 우리 수출경제는 점차 회복세에 접어든 모습이다. 취임 1년까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반도체 시장침체, 미-중 경제패권 다툼 등 대외 변수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고난의 시기를 지나왔다면, 지난 1년은 이제 상수가 된 여러 악조건들 속에서도 우리 수출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과정이었다.

그 결과 한국은 지난해 6월 무려 15개월에 걸친 무역적자 고리를 끊어내고, 수출 역시 7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다만 이는 어디까지나 세계경기 회복에 따른 영향으로,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환경변화에 열악한 우리 수출경제는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대외여건에 취약한 우리 수출경제의 체질 개선을 목표로 특정국에 편중된 수출, 특정품목에 국한된 수출 구조를 뜯어 고치는 과정에 들어갔다.

부산항 신선대부두와 감만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2024.4.1/ⓒ News1 윤일지 기자

◇바닥 친 수출경기…취임 1년 지나 겨우 정상궤도 진입

윤석열 정부는 2022년 5월 취임 이전부터 글로벌 경기침체와 에너지원가 급등이라는 최악의 상황과 맞닥뜨렸다. 우리나라 무역수지는 2022년 3월 이후 다음 해 5월까지 15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가며 IMF 이후 최악의 상황을 겪었다.

특히 우리 전체 수출의 20%를 떠받치고 있는 반도체 수출이 IT시장 둔화, 미-중 간 반도체 패권다툼 등의 영향으로 급감, 무역수지 적자 폭을 키웠다.

2022년 우리나라 무역수지 적자액이 472억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60조 원)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할 정도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가격 인상도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러-우 전쟁 등으로 인한 글로벌 에너지 수입액은 전년보다 18.9% 늘어난 7312억달러로 집계됐다. 이중 3대 에너지원인 원유·가스·석탄의 수입액은 전체의 26.1%인 1908억달러에 달해 무역적자 발생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런 흐름은 윤 대통령 취임 후 정확히 1년이 흐른 지난해 6월 이후에야 반전되기 시작했다.

지난해 6월 겨우 적자 고리를 끊어 낸 무역수지는 지난 달까지 11개월 연속 흑자행진을 이어가고 있고, 수출 역시 7개월째 플러스 상승세를 유지 중이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경기가 살아난 반면, 러-우 전쟁 장기화로 인한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세계경제가 다시 회복된 영향이다.

산업부가 최근 발표한 4월 수출입동향(월간 기준) 발표 자료를 봐도 지난 달 우리나라 수출은 562억6000만 달러, 수입은 547억3000만 달러로 무역수지 15억3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3.8%가 증가하며 7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을 이어갔고, 11개월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는 56.1% 증가한 99억6000만 달러로, 역대 4월 중 두 번째로 높은 실적을 거뒀다. 특히 자동차 수출은 2023년 11월 65억3000만 달러를 뛰어넘은 67억9000만 달러로 월 최대 실적을 5개월 만에 경신했다.

특히 1~4월 누적 흑자규모는 지난해 전체 무역수지 적자규모인 103억 달러를 초과한 106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이는 2019년 1~4월 126억 달러 이후 5년 만에 이뤄낸 최대 규모 흑자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15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4 상반기 수출붐업 코리아 개막식에서 정부의 올해 목표인 '수출 7000억 달러' 달성을 향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4.4.15/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대외 변수 휘둘리지 않는 수출경제 구조 개선…수출 품목·공급망 다변화

윤 정부가 들어선 지난 2년의 과정이 우리 수출경제가 대외 돌발변수에 따른 불확실성에 바닥을 찍은 '고난의 시기'였다면, 이제는 이를 반면교사 삼아 어떤 외풍에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체력을 키워야하는 때다. 단단한 체력은 곧 우리만의 '수출경쟁력'을 키우는 일이다.

윤 정부 출범 후 이는 특정국·특정품목에 치우친 수출품목의 다양화, 특정국에 치우친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방향으로 구체화하고 있다.

단순히 특정국가에 대한 쏠림을 배제하는 것이 아닌, 더 다양한 국가와의 교역을 통해 대체 수요‧수출처를 확보하자는 개념으로 실리를 극대화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정부의 이런 노력은 통계에서 일정부분 드러난다. 한-중 수교 이후 우리나라 최대 시장이 중국에서 미국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물론 이런 구조가 고착화할 수는 없겠지만, 기존에 치우친 시장 구조에 변화를 가져왔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BOK 이슈노트: 대미국 수출구조 변화 평가 및 향후 전망'에 따르면 올 1분기 대미 수출액은 310억 달러로, 대중 수출액(309억 달러)을 넘어섰다. 대미 수출액이 대중 수출액을 웃돈 것은 2003년 2분기(4∼6월) 이후 처음이다.

한은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친환경 산업으로의 정책 변화에 국내 기업들이 발 빠르게 대응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전기차를 중심으로 소비재 수출 비중이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신성장·친환경 관련 중간재 수출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으로 인해 중국산 수입이 줄어든 것도 한국의 대미 수출액이 늘어난 배경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 같은 대미 수출 호조세는 당분간 더 이어질 것이란 정망도 내놨다. 미국의 견조한 소비로 인해 직접 수출이 유지되는 데다, 국내 제조업 기업들이 미국 내 직접투자(FDI) 규모를 키우고 있다는 게 이유다.

정부는 '제2의 반도체'를 키우기 위한 수출품목 확대도 꾀하고 있다. 산업부는 올 초 업무계획을 밝힌 자리에서 우리 수출 주력품목인 반도체와 더불어 첨단분야 수출 확대도 범부처 지원을 통해 첨단산업 중심으로 민간투자 150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이차전지, 미래차, 차세대 방산, 첨단로봇 분야 등에서의 수출 확대를 위해 전폭적인 지원 입장을 내놨다.

정인교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글로벌 통상환경 변화와 향후 통상정책 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전날 열린 '18차 통상교섭민간자문위원회'에서 "글로벌 패러다임 변화 속에서 통상 네트워크 고도화·다변화를 통해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수출시장을 확대해 나가겠다"면서 "디지털·기후 등 새로운 통상규범 논의에도 적극 참여해 우리 기업의 기회 요인을 발굴하겠다"고 강조했다.

euni121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