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외 요건' 충족하면 '총수 동일인' 면제…쿠팡 김범석 지정 피한다(종합)

법인 '총수' 지정 가능 요건 구체화…친족 등 경영참여·출자·자금거래 없어야
올해 대기업집단 지정부터 반영…"예측가능성 제고"

서울 송파구 신천동 쿠팡 본사. 2021.4.29/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세종=뉴스1) 이철 기자 = 앞으로 대기업 총수가 지주사외 계열사에 출자하지 않거나 친족의 경영참여가 없는 등의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동일인 지정을 피할 수 있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7일 국무회의에서 자연인(개인)이 아닌 법인이나 단체도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할 수 있게 하는 세부요건을 담은 '독점거래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밝혔다.

시행령 개정안에는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이 있는 경우에도 이해관계자가 요청하면 국내 회사나 비영리법인 또는 단체를 동일인으로 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기업집단 범위에 차이가 없고, 친족 등 특수관계인의 경영참여·출자·자금거래 관계 등이 단절돼 있는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구체적인 요건은 △동일인을 자연인으로 보든, 법인으로 보든, 국내 계열회사의 범위가 동일한 기업집단의 경우 △기업집단을 지배하는 자연인이 최상단회사를 제외한 국내 계열회사에 출자하지 않음 △자연인의 친족이 계열회사에 출자하지 않음 △자연인의 친족이 임원으로 재직하는 등 경영에 참여하지 않아야 함 △해당 자연인 및 친족과 국내 계열회사 간 채무보증이나 자금대차가 없어야 함 등이다.

공정위는 국내 회사나 비영리법인 또는 단체를 동일인으로 해 지정된 기업집단이 위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게 된 경우 다시 자연인을 동일인으로 변경해 지정할 수 있는 근거도 함께 마련했다.

국무회의를 통과한 시행령 개정안은 대통령 재가를 거쳐 공포된 뒤 즉시 시행될 예정이다.

ⓒ News1 장수영

개정안 시행에 따라 미국인 신분인 김범석 쿠팡 의장은 2021년 대기업집단 지정 이후 4년 연속 동일인 지정을 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간 공정위는 외국인 동일인에 관한 규정이 없어 김 의장 대신 쿠팡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해 왔다.

쿠팡의 경우 지배구조가 비교적 단순해 법인을 총수로 지정해도 자연인이 총수일 때와 비교해 대기업집단 범위가 같은 것으로 분석된다. 또 친족 등 특수관계인의 출자·경영·자금거래 관계 역시 단절돼 있다.

이번 시행령 개정에 따른 동일인 지정 기준은 공정위가 조만간 발표할 올해 대기업집단 지정에도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상 공정위는 매년 5월 1일까지 대기업집단 등을 지정해야 하고, 부득이한 경우 5월 15일까지 기한을 연기할 수 있다. 공정위는 통상 1일 전에 대기업집단 지정 현황을 발표했으나, 이번에는 시행령 개정안을 손질하면서 발표가 다소 늦어진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그간 2·3세로의 경영권 승계, 외국 국적을 보유한 동일인 및 친족의 등장, 다양한 지배구조의 기업집단 출현 등 동일인 판단과 관련한 다양한 쟁점이 발생했으나, 동일인 판단기준이 불분명해 객관성·투명성 및 예측가능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기업집단 지정의 객관성·합리성 및 예측가능성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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