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형 건설사 '빌트인' 입찰까지 담합…공정위, 에넥스·현대리바트에 '경고'

6개 가구업체, 중소형 입찰서 각각 담합…들러리 서주고 낙찰
앞서 31개사에 과징금 931억 부과…뿌리깊은 담합 관행

ⓒ News1 장수영

(세종=뉴스1) 이철 기자 = 아파트 빌트인 특판가구 구매입찰에서 10년간 담합을 이어오다 적발된 에넥스, 현대리바트 등 가구 업체들이 중소형 건설사의 주상복합·오피스텔 빌트인 가구 입찰까지도 담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달 12일 소회의 3건을 열어 에넥스, 현대리바트, 파블로, 리버스, 넥시스디자인그룹(넥시스) 등 5개 사에 '경고' 처분을 내렸다.

우선 에넥스와 넥시스는 보광종합건설이 2021년 3월 10일 보광종합건설이 발주한 강동구 길동 주상복합 일반가구 구매입찰에서 입찰 참여 자격 유지 등을 목적으로 사전에 투찰가격을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구체적으로 에넥스가 견적서를 넥시스에 송부하면, 넥시스는 전달받은 견적금액보다 높게 투찰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입찰일에 실행했다. 다만 다른 업체가 더 낮은 가격을 써내면서 에넥스의 낙찰은 불발됐다.

에넥스와 파블로는 2021년 10월 29일 우남건설이 발주한 서울 청량리 오피스텔의 주방·일반가구 입찰에서 입찰 참여 자격 유지 등을 목적으로 사전에 투찰가격을 합의·실행했다.

파블로가 에넥스에 견적서를 작성해 송부했고, 에넥스는 그보다 높게 투찰해 들러리를 서기로 했다. 입찰 결과 파블로가 계약금액 8억8000만 원으로 낙찰받았다.

이외에 리버스, 현대리바트는 2019년 5월 우평건설이 발주한 동탄우평 라비엔파크 가구공사 입찰에서 입찰 가격을 합의했다.

리버스가 현대리바트에게 견적서를 작성해 송부했고 현대리바트는 이보다 더 높은 금액에 투찰해 리버스가 계약금액 14억9000만 원으로 낙찰받았다.

앞서 이들 업체를 포함한 31개 가구 제조·판매사는 약 10년간 24개 대형 건설사가 발주한 738건의 빌트인 가구 입찰에서 담합해 과징금 총 931억2000만 원을 부과받은 바 있다.

당시 공정위는 대형 건설사 외에도 약 70개 중소형 건설사의 발주 입찰에 대한 담합에 대해 추가 조사를 통해 제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경고 처분은 그 후속조치로 보인다.

한편 검찰은 대형 건설사들이 발주한 입찰 담함에 건설산업기본법 위반을 적용해 한샘, 한샘넥서스, 넵스, 에넥스, 넥시스, 아미, 선앤엘인테리어, 리버스 등 8개 가구업체와 최양하 전 한샘 회장 등을 기소했다.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ir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