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론화 조사서 '국민연금, 더 내고 더 받자'…21대 국회 통과는 미지수
시민대표단 '소득보장안' 선택…적자 수백조 증가 우려도
환영한 민주, 국힘은 반대 기류…"21대 내 어렵다" 전망도
- 전민 기자
(세종=뉴스1) 전민 기자 =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더 내고 더 받는' 소득 보장에 방점을 둔 안으로 가닥이 잡혔지만, 목표인 21대 국회 내에 통과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3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공론화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시민대표단 492명 공론조사에서 56%는 국민연금 모수개혁안으로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50%'가 골자인 소득 보장 중점안(1안)을 지지했다. 42.6%는 보험료율 12%·소득대체율 40%로 재정 안정에 중점을 둔 2안을 선택했다. 현행 국민연금의 보험료율은 9%, 소득대체율은 40%다.
숙의 토론 이전 진행된 1차 조사에서 대표단은 1안을 36.9%, 2안은 44.8%가 선택해 재정 안정에 더 방점을 뒀지만, 2차 조사부터는 1안 50.8%, 2안 38.8%로 소득 보장에 더 많은 힘이 실렸다.
그러나 소득대체율을 10%포인트(p) 올리면서 보험료율은 4%p만 올린다면 국민연금의 재정 상태를 개선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행 제도에서 연금 고갈 예상 시점은 2055년으로, 1안의 경우 6년이 지연되는 2061년, 2안의 경우 2062년이 고갈 예상 시점이다.
그러나 소진 시점에서 적자 규모는 1안을 선택할 경우 382조 원으로 현행 제도(-47조 원)보다 8배가 커지게 된다. 2안을 선택할 경우 고갈 시점에서 96조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
연금기금이 고갈됐을 때, 연금 급여 지급을 위해 납부해야하는 보험료율을 말하는 '부과방식비용률'도 2078년 기준 1안이 43.2%로 현행(35.0%)이나 2안(35.1%)보다 크다.
이에 정부 내에서도 1안에 대해 특히 부정적인 기류가 강했다. 애초 연금 개혁이 화두가 된 이유인 재정의 지속가능성 개선 효과는 없는 개악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다.
다만 소득보장론을 대표했던 김연명 공론화위원(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부과방식비용률 등에 대해서는 의제숙의단에 충분히 말씀드렸고, 그럼에도 시민대표단은 1안에도 보험료율 인상이 들어가 있고, 소득 보장도 되는 기대를 갖고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기금고갈 시점은 2023년 5차 재정추계 보고서를 바탕으로 한 것인데, 당시에는 기금 수익률을 4.5%로 가정했다"며 "기금 수익률이 1%만 올라가면 보험료율을 조정하지 않아도 고갈 시점이 5년 연장되는데, 2022년에는 기금운용 수익률이 -8.99%를 기록했고, 2023년에는 13.59%로 최고의 수익률을 냈다. 복지부에서 이를 고려해 재정추계를 재검토하는 위원회를 만들었고, 1년 사이 출산율 변동도 있었으니 이를 감안해 다시 재정추계가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소득 보장에 방점을 둬왔던 더불어민주당은 공론화 조사 결과 발표 이후 환영의 입장을 내놨다. 연금개혁특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공론조사 결과 발표 후 "그동안 노후소득보장 강화를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민주당은 공론화위 결과를 존중한다"며 "21대 국회 내 최대한 입법 성과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논의에 임할 것을 촉구했다.
국민의힘에서는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으나, 재정 안정론에 무게가 실리지 않은 연금 개혁안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여야 합의 가능성은 여전히 묘연한 상태다. 이에 더해 21대 국회 종료를 앞두고 특검 등 여야 간 첨예한 사안에 밀려 좌초될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연금개혁 논의가 22대 국회로 밀릴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공론화 결과에 대해 "정부는 연금특위 논의 과정에서 미래를 위한 지속가능한 연금 개혁이 이뤄지도록 노력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min78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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