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식용 종식]⑤사육농가는 전·폐업 지원…남은 개들은 어떻게?
한국 HSI, 민간모델 '눈길'…농장 전·폐업 지원, 개는 해외입양
정부, 식용 목적 개 52만여마리 추산…육견협회 "200만 마리"
- 임용우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정부가 개 식용 종식 과정에서 생계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관련산업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전·폐업을 지원할 예정이다. 오는 2027년 개 종식 특별법의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원활한 산업 전환을 꾀하기 위함이다.
일부 동물보호단체 등 시민단체에서는 정부가 더 나아가 식용목적으로 사육된 개들에 대한 향후 처리 문제에도 적극 나설 것을 요구한다. 이런 주장 속 한 동물보호단체의 활동이 눈길을 끈다. 이 단체는 개 사육농가에는 전·폐업 지원을, 구조한 개는 해외로의 입양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로서도 여러 대책을 수립 중인데 참고할 만한 대목이다.
17일 한국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HSI)에 따르면 한국 HSI는 2015년 1월부터 '변화를 위한 모델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9년여간 전국 18개 개 사육농장의 전·폐업을 지원했다.
한국 HSI는 미국에 본거지를 둔 국제동물보호단체다. 이들 단체의 도움을 받은 사육농장주들은 블루베리나 미나리, 약초, 고추, 배추 등 농작물 재배업으로 직업을 바꿨다. 이 외에도 살수차, 폐기물 처리업 등으로의 전직을 도왔다.
다만 HSI는 개를 포함한 소, 돼지, 흑염소 등 다른 동물 사육업으로의 전업은 추천하지 않고 있다. 다른 축종들도 개와 같은 똑같은 생명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취지다.
그간 18개 농장에서 구조된 개만 2700여 마리에 달한다. 구조된 개들은 우리나라는 물론, 미국, 캐나다, 영국, 네덜란드 등 전 세계로 입양되거나 보호소로 이동했다.
지난해 12월 미국으로 향한 개들은 워싱턴 D.C. 근교에 위치한 HSI의 치료 및 재활센터에서 반려견의 삶을 준비하게 된다. 건강검진, 치료 및 재활 등 초기 단계가 끝나면 보호소 및 구조 파트너 센터로 이송된 후 반려견으로 입양되는 식이다.
HSI는 건강상 이유가 아니라면 구조된 개를 안락사시키지 않는다. 미국 등 보호소에 있는 개 중 입양 수요가 없는 경우에도 2~3년가량 지속해서 치료를 받고 있는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의 민간보호소는 2주 동안 입양 수요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안락사시키는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개 식용 종식 이후 농장 등에 남게 될 개의 처리 방식을 고민하고 있는 정부에 하나의 대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개 식용 종식 기본계획을 수립하며 사육견의 추후 처리 방안에 대해 동물보호단체 등으로부터 의견을 듣고 있다.
정부가 추산한 전국 식용목적 개 사육규모는 52만 마리에 달한다. 이마저도 정부가 추산한 보수적인 집계로, 육견협회에서는 전국에 200만 마리의 식용 목적 개들이 있다고 주장한다.
업계에 따르면 1년 평균 개 출하량은 30여만 마리인데, 개 식용 종식 특별법에 따라 사육규모가 더 늘어나지 않는다고 해도 오는 2027년 법 시행 전까지는 전체 처리가 힘든 규모다.
이에 동물보호단체들은 개 식용 농장의 동물보호소화 등을 아이디어로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토지·시설 매입 등을 전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 만큼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개 식용 산업의 질서 있는 종식을 위해서는 관련산업 종사자들을 위한 지원책에 더불어 현재 사육 중인 개들에 대한 합리적인 처리 방안을 하루빨리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상경 한국 HSI 개식용 반대 캠페인 팀장은 "개 식용 종식 이후 남은 개들의 처리 방안을 두고 자체적으로도 고심하고 있다"며 "종사자들이 오는 2027년 2월 6일까지의 유예기간보다 앞서 전·폐업하고, 개농장 구조견에 대한 편견이 개선될 수 있도록 힘쓰겠다"고 강조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정확한 개 식용 관련 산업 규모를 조사한 뒤, 이를 토대로 기본계획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phlox@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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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개의 식용 목적의 사육·도살 및 유통 등 종식에 관한 특별법'이 지난 2월 6일 공포되면서 '질서 있는 종식'을 위한 첫 걸음이 시작됐다. 2027년 법 시행을 앞두고 남은 과제는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혼란을 최소화하는 일이다. 숱한 개 식용 찬반 다툼 속에도 그들에게는 '생계'이자 '삶의 현장'이었다. 뉴스1은 이제 첫발을 뗀 '개 식용 금지' 사회로의 연착륙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무엇인지 연속보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