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해양의 역할

한기준 해양환경공단 이사장
한기준 해양환경공단 이사장

(서울=뉴스1) 한기준 해양환경공단 이사장 = 2015년 12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식한 전세계 각국은 파리협정을 채택하면서 전지구 온도상승을 산업혁명 대비 1.5℃ 이내로 억제하는 데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2022년 발간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제6차 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이미 지구의 연평균온도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약 1.1℃ 높아졌다.

뿐만 아니라 2023년 9월의 평균온도는 과거보다 1.75℃ 높아져 1.5℃를 이미 초과했다는 관측결과도 공개되는 등 지구온난화가 우리의 예상을 벗어나 훨씬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여기에서 우리는 파리협정 온도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전 세계의 노력이 더 빨리, 더 전폭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최근 국제사회는 해양생태계가 기후변화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 정보가 축적됨에 따라 해양생태계를 기후위기의 주요 해결책으로서 다루고 있다. 지표면의 약 70%를 차지하는 해양은 지구대기에 쌓인 열의 90% 이상을, 대기로 배출된 이산화탄소의 25%를 흡수해왔고, 약 30억 명의 인류가 단백질 섭취의 15%를 수산물에 의존하고 있다.

산업화 이전 대비 해양의 온도는 약 0.9℃ 상승했고, 평균해수면도 1900년 초보다 20cm 높아졌다. 이렇게 해양의 온도가 높아지면 해양이 흡수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양도 줄어들고,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연안침식이나 저지대 침수가 발생할 수 있으며, 폭풍해일의 강도도 커질 수 있다.

이는 해양이 지구온난화를 지연시키고 인류의 식량 안보를 책임지는 역할을 해왔으나, 기후위기로 인한 해양의 변화는 지구와 인류의 수호자로서의 해양의 역할을 기대하기 힘들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듯 점차 커지는 위기상황을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대기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 또 다른 하나는 대기 중에 존재하는 온실가스를 제거하는 것이다.

국제해사기구(IMO)의 4차 온실가스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해양은 해운산업에 의해 전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만큼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공간이면서, 동시에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온실가스를 흡수하는 능력 또한 가지고 있는 공간이다. 따라서 우리는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해양에서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저감하고, 해양의 흡수능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해양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 국내·외에서 다양한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국제해운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2050 탄소중립 목표를 공식화하고 선박의 설계기준이나 운항속도 저감 등의 수단을 도입하도록 조치를 취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국가정책인 '2030 GREEN SHIP-K 추진전략'에 따라 친환경 선박 전환을 적극 추진 중이며, 해양환경공단 역시 해운분야 탄소중립 및 정부정책 이행을 위해 기존 노후예선을 LNG, 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에너지를 사용하는 선박으로 전환하고 있다.

해양은 산림과 함께 중요한 온실가스 흡수원이다. 해양의 온실가스 흡수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염습지, 해초대와 같이 광합성을 하는 식생 연안습지를 보호하고 훼손된 습지를 복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연안습지를 보호하는 것은 온실가스 흡수뿐 아니라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의 교란을 극복하고 생물다양성의 보존 측면에서도 중요한 정책으로 여겨진다. 이에 따라 생물다양성협약(CBD)에서도 해양 영토의 30% 이상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아울러 2022년 발표된 해양수산부의 2050 탄소중립 로드맵에서도 선박이나 해양활동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는 것과 함께 흡수원을 적극 확대하기로 하였다.

해양환경공단은 해양 흡수원을 확충하기 위한 갯벌식생복원사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지역의 상황에 맞는 식생이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해양의 흡수활동을 촉진시킬 계획이다.

이와 함꼐 기후위기 대응 정책의 원활한 이행을 위해 제도적인 노력도 뒷받침돼야 한다. 해양환경공단은 국내감축을 위한 해양·수산·항만 부문 배출권거래제 외부사업 및 온실가스 목표관리제를 운영하고 국외감축을 위한 해양 국제감축사업을 통해 민간 참여를 지원하여 2030 NDC 달성, 더 나아가 2050 탄소중립을 위해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이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해양의 역할은 매우 중대하며, 우리 모두가 미래 세대를 위해 해양을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사용을 위해 노력해야 할 책임이 있다. 해양은 하나뿐인 지구 위 생명체 생존에 필수적인 자원이며, 우리의 미래 세대를 위해 그 가치를 지켜나가야 한다.

bsc9@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