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30대 여성, 출산 포기하면 경력단절 확률 14%p 이상 낮아"
여성 고용 증가세…'경단녀' 해결 안 되며 저출산 키워
10년 이상 장기적 시계로 재택·단축근무 등 제도 지원해야
- 손승환 기자
(세종=뉴스1) 손승환 기자 = 한국 사회에서 30대 여성이 출산을 포기하고 무자녀 상태를 지속할 경우 경력단절 확률이 14%포인트(p) 이상 낮아진다는 국책연구기관의 분석이 나왔다.
경력단절은 개인의 평생 소득을 크게 좌우하는 부분인 만큼,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선 유자녀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을 낮춰야 한다는 제언이다.
조덕상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과 한정민 KDI 전문연구원은 이러한 내용의 '여성의 경력단절 우려와 출산율 감소' 보고서를 16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30대 무자녀 여성의 조건부 경력단절 확률은 2014년 33%에서 2023년 9%로 크게 줄었으나, 유자녀 여성은 28%에서 24%로 소폭 감소하는 데 그쳤다.
특히 과거에는 자녀가 있는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이 오히려 더 낮았지만, 여성의 전반적인 경제활동 참가율이 늘면서 9년 새 상황이 뒤바뀐 것이다.
보고서를 작성한 조 연구위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절대적인 레벨의 차이냐, 격차의 차이냐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30대 무자녀 여성이 무자녀 상태를 지속할 경우 경력단절 확률을 최소 14%p 이상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현상은 40대 여성에게서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즉, 현재 우리나라에서 출산을 포기하면 30·40대 여성 10명 중 9명은 경력단절을 겪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보고서는 청년층의 성별 고용률 격차 감소도 역설적으로 합계출산율을 낮췄다고 분석했다.
평균적으로 출산을 가장 많이 하는 만 30~34세 여성을 기준으로 보면 이들 세대의 성별 고용률 격차 감소는 합계출산율 하락의 40%가량을 차지했다.
전체 여성의 고용률이 늘어나는 가운데 유자녀 여성의 경력단절 문제는 잡히지 않으면서 출산에 따른 기회비용이 더욱 커진 셈이다.
조 연구위원은 "청년 여성이 경험한 성별 고용률 격차 감소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에서 합계출산율은 낮춘 것으로 추정된다"며 "자녀 유무에 따른 경력단절 확률의 격차 확대로 출산을 미루거나 포기하는 청년 여성이 늘어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보고서는 저출산 해법으로 '유자녀 여성의 상대적인 고용상 불이익'(Child penalty)을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시적인 출산휴가 또는 육아휴직 등 단기 출산율 정책만으로는 유자녀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을 낮출 수 없으며, 재택·단축 근무 등의 제도적 지원을 10년 이상 장기적 시계로 제공해야 한다는 취지다.
또 보조금 정책 확대, 남성의 영유아 교육·보육 비중 확대를 통한 여성의 육아부담 경감 등도 유자녀 여성의 경력단절을 낮출 수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여성의 경력단절 확률이 줄어들 경우, 여성이 생애 전반에 걸쳐 제공하는 노동시간은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며 "이는 개인 또는 가구 입장에선 평생소득의 증가를, 거시경제 관점에선 노동 공급 증가에 따른 경제 성장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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