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왜 金이 됐나] ①기이한 유통구조…중간 마진에서만 3배 뛰었다
유통비용률 62.6%…수익 위해 서울·안동 공판장 쏠림
높은 마진에 직거래 사례도…농민 수익은 제자리
- 임용우 기자
(세종=뉴스1) 임용우 기자 = 최근 사과 가격이 고공 행진한 것은 과도한 중간유통 마진에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작황 부진으로 인해 공급량이 감소한 사과의 소비자 가격에서 유통 과정에서 더해지는 비율이 6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8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사과 10㎏ 도매가는 9만 4120원으로 전월(9만 12원)보다 4.6%, 전년(4만 3620원) 대비 115.8% 올랐다.
지난해보다 2배 이상 오른 사과 등 과일류의 도매가는 도매시장에서의 경매로 결정되는데 특성상 물량에 따라 가격 변동성이 커진다.
사과는 전년보다 30% 생산이 줄고, 비정형과의 생산이 급증하면서 경매가가 치솟았다. 더욱이 소비자까지 전달되는데 5단계의 유통과정을 걸쳐야 해 중간마진이 붙으면서 가격이 올라가는 구조다.
전국의 사과는 서울 가락시장 또는 경북 안동 공판장 등에서 거래가 활발히 이뤄진다. 경매 방식이지만 사과 주산지인 경북은 물론, 충북과 강원지역의 사과도 서울과 안동을 들렀다가 판매되는 구조다.
이는 해당 공판장에 경매인들이 많이 몰리며 타 공판장 대비 높은 가격을 수취할 수 있다는 농민들의 기대감 때문이다.
aT가 2022년 조사한 결과 생산자로부터 ㎏당 2200원에 판매된 사과는 산지 공판장, 도매시장 등을 거치며 소비자에게 6000원에 팔리기도 했다.
농식품부는 사과 가격의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을 62.6%로 분석했다. 사과가 개당 5000원에 팔리면 3130원이 유통비용이라는 얘기다.
사과 농사를 짓는 농민 A 씨는 "인근 지역에도 사과 공판장이 있지만 가격이 너무 낮은 편이어서 이용하지 않는다"며 "비록 운송비는 2배 이상 많이 들지만, 서울과 안동으로 물건을 넘기는 게 가격이 높다"고 말했다.
하지만 경매 특성상 비슷한 품질의 사과더라도 경매 낙찰가가 큰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빈번하다. 지난 5일 서울 가락시장에서는 사과(부사) 10㎏ 상품의 최저 낙찰가는 5만 8000원, 최고가는 7만 7000원을 기록했다.
더욱이 일부 소매상들은 도매상들로부터 사과를 구매하면 높은 가격으로 인해 판매도 여의치 않자 직접 사과를 저장하고 있는 농민을 찾아 직거래하는 경우도 나온다.
충청지역 한 전통시장에서는 사과 10㎏가 6만 원에 판매됐다. 해당 판매자는 경북 청송에서 직접 사과를 공수해 판매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과 대란'으로도 볼 수 있을 정도지만 농민들의 소득은 제자리걸음이다. 일부 농가들은 금(金)사과 사태에도 생활비 걱정을 하는 경우도 잇따른다.
하루 일당이 6만~7만 원이던 외국인력 인건비가 13만 원으로 뛴 데다 유가, 장비 등의 가격이 모두 치솟으며 순이익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 냉해 피해 등이 극심해 수확하지 못한 농가는 빚더미에 오르기도 했다.
농민 B 씨는 "수확조차 하지 못한 농가는 1년 농사 준비 비용이 고스란히 빚으로 남은 것"이라며 "농자재 자체가 가격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싼데 인건비와 기름값 등 안 오른 것이 없다"고 토로했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산지가 소규모로 영세하고 소비지에 대형 유통업체뿐만 아니라 전통시장·중소형마트 등 다양한 유통 주체들이 존재하는 유통 여건으로 인해 경매제 중심의 거래제도가 정착됐다"며 "유통비용률을 56%까지 낮추고, 산지-소비자 직거래 비중은 35%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온라인 도매시장 육성 등을 통해 유통구조를 개편하겠다"고 말했다.
phlox@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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