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호 100일]③총선 후 날아올 청구서…진짜는 지금부터
여야, 총선 앞두고 재원 마련 무시한 공약 남발…위기 빠진 '건전재정'
취임 100일 맞은 최상목, 총선 청구서 딛고 재정 지킬지 관건
- 김유승 기자
(세종=뉴스1) 김유승 기자 = "이제 곧 기재부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최근 한마디에는 앞으로 국회, 때론 여권과도 각을 세우며 4·10 총선 공약 '옥석 가리기'에 나서야만 하는 부담감이 녹아 있다. 앞으로 막대한 공약 청구서와 건전재정 기조 사이에서 균형을 지켜야 하는 임무를 떠안게 된 것이다.
출범 100일을 맞이하는 그이지만, 재정당국 수장으로서 능력을 입증할 시기는 이제 시작됐다.
7일 관계부처와 정치권에 따르면, 최 부총리는 지난 1일 확대간부회의에서 "기획재정부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여기에는 정치권이 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쏟아낸 공약을 한정된 재정 상황에서 담아내야 하는 어려움이 반영됐다.
여야는 앞서 총선을 앞두고 막대한 예산이 소요됨에도, 재원 마련 대책은 전무한 공약을 잇달아 내놨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겸 총괄선대위원장은 지난 1일 부산 사상구 지원 유세에서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적용 기준을 연 매출 8000만 원에서 2억 원으로 상향 조정하겠다"고 밝혔다.
연 매출액이 8000만 원 미만인 개인사업자는 간이과세자로 분류돼 일반과세자(10%)보다 낮은 1.5~4.0%의 세율이 적용되는데, 이같은 혜택 대상자를 대폭 확대하기로 공약한 것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달 31일엔 "내년 5세부터 무상교육·보육을 실시하고, 4세, 3세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발표했고, 지난달 28일엔 고물가 해결책으로 현행 10%인 부가세 세율을 생필품에 한해 5%로 한시 인하하겠다는 파격적 공약을 꺼내 들기도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24일 국민 1인당 25만 원의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는 공약을 내놨다. 저출산 대책으로는 자녀 1인당 만 18세까지 월 20만 원의 아동 수당을 주자고도 제안했다.
이 대표는 근로소득 세액공제의 기준과 한도를 상향하고 체육단련비와 통신비, 자녀의 예체능 교육비에도 세액공제를 주는 세제 지원 공약도 내놨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물론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1월부터 24차례 '민생토론회'를 열고 부담금 제도 전면 정비,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 등 사회 전 분야와 관련한 정책을 잇달아 내놓은 상태다.
세수는 줄이고 소요 예산은 대폭 늘릴 총선 청구서 탓에 당장 올해 8월 말까지 내년 예산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해야 하는 기재부는 깊은 고민에 빠졌다.
정부는 출범 이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국내총생산(GDP) 3% 이내로 관리하는 건전재정 기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정부는 '2023~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를 2.9%로 예상하고 있는데, 국가 재정 적자가 2조5000억 원만 늘어도 적자 비율은 3.0%를 초과하게 된다.
민주당이 공약한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는 데에는 약 13조 원, 국민의힘의 무상교육·보육 실행에는 6조 원이 넘는 예산이 들 것으로 추산된다. 총선 공약을 하나둘 반영하다 보면 2022년(5.4%)과 지난해(3.9%)에 이어 3년 연속으로 3% 이내 적자 폭을 못 지킬 가능성이 크다.
향후 최 부총리에 대한 평가는 공약의 옥석을 가리고 기존 정책과의 통폐합을 꾀하며 건전재정 원칙을 얼마나 지켜낼 수 있느냐에 따라 갈릴 것으로 보인다.
재정당국 수장으로서 소신을 가지고 정치권을 상대로 원칙을 관철하는 역할도 중요하다. 옥동석 인천대 무역학부 명예교수는 "정치의 요구에 의해 재정이 좌지우지되는 세상이 왔는데, 최 부총리가 행정부의 예산 편성 역할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정치권을 설득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k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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